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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쓰레기 대란, 배출 지역이 먼저 책임져야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2000년대 중반쯤 두 차례 소각장 주민 공청회에 참여한 기억이 생생하다. 한 번은 소각장 건설에 화가 난 주민 한 명이 토론회 단상으로 뛰어들어 소주병을 깨뜨리고 자해를 시도했고, 또 한 명은 갑자기 기름을 머리에 붓고 분신을 시도했다. 하필이면 내가 앉은 책상 앞의 일이라 겉으로는 의연한 척하면서 책상 밑으로 덜덜 떨었더랬다. 그때는 쓰레기 문제를 머리로만 알고 있는 초짜 활동가였기 때문에 현장 주민의 분노를 고스란히 받고 느끼기에는 버거웠었다.

내 경험은 2000년대 중반까지 대형 소각장과 매립장 건설로 전국에서 발생한 수많은 갈등 중 한 사례에 불과하다. 우리는 그때 이런 수많은 전쟁을 치르며 우여곡절 끝에 쓰레기 처리시설을 지었다. 그리고 그 덕에 20년 동안은 큰 골치를 앓지 않고 쓰레기를 버릴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한계상황이다. 쓰레기가 너무 늘었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발생량이 1.5배나 증가했다. 일회용컵과 배달 용기, 택배 쓰레기 등 쓰레기 문제를 일으키는 고약한 소비가 속속 등장해서 덩치를 어마어마하게 키우고 있다. 분리 배출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발생량이 증가하는 만큼 소각·매립 총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버린 지역에 재활용시설 설치를
처리시설 지역에는 지원 늘려야

앞으로 쓰레기 매립도 금지된다. 지난해 법률이 개정되어 2026년 수도권 지역부터 생활 쓰레기 매립이 금지되고, 나머지 지역은 2030년부터 금지된다. 짧게는 4년, 길게는 8년이 남았는데 매립되는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대체시설이 설치되지 않으면 쓰레기 대란이 불가피하다.

이렇듯 쓰레기 처리시설 추가 설치가 불가피한데, 수도권 매립지처럼 주변 지역 주민들 반대로 기존 처리시설도 계속 사용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 20년 전 지어진 주요 대도시 소각장도 수명이 곧 끝날 수 있는데, 주민들이 고쳐서 계속 사용하는 것을 찬성할지 모르겠다. 우리 발밑에 쓰레기 대란 시한폭탄의 시침이 째깍째깍 돌아가는 살 떨리는 위기 상황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우선 쓰레기를 배출하는 사람, 지역의 책임이 필요하다. 자기 쓰레기를 최대한 자기가 책임지고 처리하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자신들은 어떤 불편도 감수하지 않으려 하면서 쓰레기 처리 시설 주변 지역 주민들의 희생만 강요할 수 없다. 대규모 처리 시설에 의존할 게 아니라 배출 지역에서 쓰레기를 줄이고, 최대한 선별해서 재활용하는 시설을 먼저 설치해야 한다. 말로만 캠페인을 할 게 아니라 구체적 실천으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자기 지역에 조그마한 시설 설치도 못 하면서 다른 지역에 대규모 시설을 설치한 후 자기 쓰레기를 받아달라고 하면 설득이 되겠는가.

쓰레기 처리시설 주변 지역에 대한 지원 확대도 필요하다. 우선 쓰레기 처리시설이 공원처럼 쾌적하고 보기 좋은 곳이 돼야 한다. 주변 지역 주민에 따라서 최고 수준의 교육시설이나 복지시설 등 주민들이 선호하는 시설의 입지와 병행해야 한다. 주민 지원 지역에 대한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 소각장은 300m, 매립장은 2㎞ 이내만 지원 대상으로 정하고 있는데 거리에 따른 차등이 있더라도 지원 혜택을 받는 주민들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쓰레기 처리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극단적 공포를 해소할 수 있는 꾸준한 홍보도 필요하다. 나도 20년째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소각장 1㎞ 거리에서 아이 둘을 낳고 키우며 살고 있지만 별 영향은 없다. 최신 오염방지시설을 갖춘 처리 시설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괴물이 아니다. 심리적 불안은 이해하지만, 그것에 먹히면 안 된다. 정치적 목적으로 그것을 부추기는 사람이 있어서도 안 된다. 쓰레기는 발생하지 않는 게 좋지만 발생한 쓰레기는 어떻게든 치워야 한다. 차분하게 공동체를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아가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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