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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前 민변 회장, 충북동지회 변호인단 합류…재판 미뤄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 변호사들이 최근 간첩단 혐의로 재판을 받는 지하조직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조직원들의 변호인단에 대거 합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새로 선임계를 제출한 변호인들은 기록 검토 등을 이유로 재판부에 기일 변경을 신청해 충북동지회 사건 공판은 지난 4월 이후 개점휴업 상태다.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F-35A 도입 반대 활동을 하는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지하조직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조직원들이 지난해 8월 2일 청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병모·한택근 변호사 등 충북동지회 변호인단 합류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충북동지회 조직원 박모(58)·윤모(51)·손모(48)씨는 지난달 19일 민변 회장을 역임한 최병모·한택근 변호사(법무법인 양재 대표변호사)와 민변 출신의 김진형, 민변 등과 연대해 활동해 온 김필성 변호사(이상 법무법인 가로수)를 변호인에 새로 선임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전까지는 민변에서 사무차장·노동위원장 등을 지내고 현재 국가보안법 폐지 태스크포스(TF) 소속인 정병욱 변호사(법무법인 송경)만 홀로 변호를 맡아 왔다.

원로 재야 법조인인 최병모(73·사법연수원 6기) 변호사는 1986년 민변의 전신인 정법회와 환경운동연합 창립멤버로 2002년 5대 회장으로 추대됐다. 당시 민변 부회장이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사무총장이 김선수 대법관이었다. 민변 회장 시절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대법관 후보자로 추천되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 특별검사제도가 도입된 뒤 첫 특검이었던 99년 ‘옷로비 사건’ 특별검사로 임명돼 기존 검찰 수사결과를 뒤집어 주목받았다.

1999년 11월 17일 최병모 당시 옷로비 의혹 사건 특별검사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수사 계획을 밝히고 있다. 중앙포토
최 변호사는 2004년 양심적 병역 거부 사건 공동 변호인단 75명에 이름을 올렸고, 2008년 5공 시절 조작된 간첩 혐의를 받아 옥살이했던 강희철씨 재심 사건 변호인을 맡아 무죄 판결을 끌어내기도 했다. 2019년에는 내란 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이석기 전 의원 사건의 재심을 청구했지만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같은 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변호인단에 참여했다.

한택근(61·22기) 변호사도 2014년 11대 민변 회장을 지낸 대표적인 진보 성향 법조인이다. 2020년 윤석열 대통령이 당시 검찰총장이던 시절 추미애 법무부의 징계 처분 집행정지 사건에서 법무부 측 변호인이었다. 북한 체제를 찬양·고무·선전하거나 이적표현물을 제작·소지·판매·유포하는 행위를 금지한 국가보안법 7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 대리인단에 최 변호사와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속한 법무법인 양재엔 조국 법무부에서 인권국장·검찰개혁추진지원단장을 지낸 황희석 변호사도 몸담고 있다.

충북동지회 측 변호인으로 추가 선임된 김필성·김진형 변호사도 법무법인 양재 출신이다. 김필성(47·38기) 변호사는 민변 소속은 아니지만, 1959년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사형 선고받은 죽산(竹山) 조봉암 선생의 ‘진보당 사건’ 재심 사건을 맡아 2011년 무죄 판결을 끌어내는 등 주로 진보 진영에서 활동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이 주장하는 ‘검찰개혁’ ‘언론개혁’ 등에 관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민변 출신의 김진형(46·40기) 변호사는 역시 민변 출신의 김용민 민주당 의원과 함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변호인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최근 간첩단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충북동지회 조직원들의 변호인으로 선임계를 낸 김진형(맨 오른쪽) 변호사(법무법인 가로수)가 2017년 12월 7일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에서 김용민(왼쪽 세 번째) 당시 민변 변호사(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과 함께 국정원 서울시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수사방해 고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충북동지회 사건 공판은 80일 넘게 공전
이들 변호인은 지난 10일 보석으로 풀려난 충북동지회 조직원 박씨와 윤씨에 대한 보석취소 심문부터 본격 변론을 시작했다. 청주지검은 지난달 17일 이들이 증인·참고인 등 사건 관계인과 접촉하지 말라는 보석 조건을 어겼다며 보석 취소를 청구했다. 청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 김진주)는 지난달 27일 심문기일을 열었지만, 아직 보석취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앞서 박씨와 윤씨는 또 다른 조직원 손씨와 함께 불공평한 재판을 이유로 법관 기피 신청을 내 재판이 지연되면서 구속 기간이 2개월 연장됐고, 지난달 3일 또 다른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까지 발부됐지만 일주일 만에 재판부 직권으로 보석이 허가됐다.

재판부는 충북동지회 측의 도주를 우려해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지만, 검찰은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보석 결정에 항고한 상태다. 재판부는 새로 선임된 민변 출신 변호인들이 기록 검토를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요구한 기일변경 신청을 받아들여 다음 공판은 다음달 19일로 미뤄졌다. 마지막 공판기일이 열린 지난 4월 26일 이후 84일 동안 사건 심리가 공전하는 셈이다. 서초동의 한 법조인은 “국가 안보와 관련한 중요 사건의 경우 집중심리 등을 통해 구속 기간(1심 최대 6개월) 내 재판을 마친다는 걸 고려하면 이번 사건의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충북동지회 사건
지난해 9월, 11월 두 차례에 걸쳐 기소된 충북동지회 조직원들은 ▶2017~2018년 북한 노동당 대남조직인 문화교류국 공작원과 중국·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접촉한 뒤 ▶지하조직 충북동지회를 조직해 북한 공작원과 지속적으로 암호문 형태의 지령·대북보고문을 주고받는 한편 ▶국내 정치권 동향과 구체적인 인물정보 등을 탐지·수집하거나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F-35A 도입 반대 활동을 벌이면서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공작금 2만 달러를 받은 혐의(국가보안법상 특수잠입·탈출, 이적단체 구성, 회합·통신, 자진지원·금품수수 등)를 받는다. 이 밖에 ▶2019년 5월 민중당(옛 진보당) 청주시당 권리당원 명부를 수집하고 ▶2020년 10월 20일 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를 면담하면서 들은 발언 내용을 정리해 북한 공작원에 보고하는 한편 ▶인쇄물·전자문건·동영상 파일 형태의 이적표현물 1600여건을 소지한 혐의(국가보안법상 간첩, 찬양·고무 등)도 받고 있다.



하준호(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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