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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석 단일화 무산 효과…"김은혜만 죽고 국민의힘 살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역 앞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경기도 총집결 필승 유세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후보,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 권 원내대표, 신상진 성남시장 후보. 뉴스1

6·1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의 유세차는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현장을 방불케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김기현 전 원내대표부터 배현진·정미경 최고위원, 안철수 당시 국회의원 후보까지 당 핵심 인사들이 김 후보를 돕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그런데 이날 유세차엔 초대 받은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고 한다. 무소속 강용석 후보의 최측근인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다.

김 대표는 지난 2일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 같은 비화를 공개했다. 그는 “김은혜 캠프 핵심 관계자와의 단일화 협상 끝에 김 후보의 유세차에 올라 김 후보 지지 연설을 하기로 약속했다”며 “김 후보 캠프에서 이를 거절하면서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의 지지 연설이 무산된 다음날 실시된 선거에서 김은혜 후보는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당선인과 초박빙의 승부를 벌인 끝에 8000여표 차이로 석패했다. 간발의 차로 선거에서 김은혜 후보가 지자 여권에서는 “강 후보가 받은 5만4000여 표가 있었다면 김 후보가 당선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국민의힘 복당이 불허된 강용석 변호사가 25일 서울시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검수완박' 법안의 국회의장 중재안에 여야가 합의한 것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경기지사 후보 단일화가 성사됐다면 전국적으로는 악재가 될 수 있었단 분석이 더 힘을 받는 분위기다. 이른바 ‘강성 보수’로 분류되는 강 후보와 김 후보가 손을 잡았다면 전국의 중도층이 돌아섰을 것이란 논리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역시 3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단일화를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에 “(단일화를 하면) 그 이슈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이 굉장히 셌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2일 페이스북에 “단일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강용석 후보의 사퇴뿐이었다”며 “만약 정식으로 협상을 통해 단일화를 했다면 오히려 다른 지역에서 감표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적었다.

강 후보에 대한 강경한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은 2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경기지사 선거에서 보인 일부 강성 보수의 ‘관종정치 분탕질’은 참으로 유감”이라며 강 후보를 직격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3일 JTBC에 출연해 “강용석은 ‘리틀 전광훈’ 같은 존재라 단일화 했으면 김 후보가 고전했을 것”이라며 “극단적 세력과 손 잡으면 시너지 효과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단일화가 부정적인 효과를 낳았을 것이란 분석의 근거로 박빙의 승부가 벌어졌던 기초자치단체장 선거 결과를 든다. 중도층이 두터운 수도권에서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긍정 평가 여론이 확산하는 와중에도 국민의힘 후보가 진땀승을 거둔 지역구들이 많았다. 서울의 경우 25개구 중 17개구에서 국민의힘 구청장 후보가 당선됐지만, 이 중 10%포인트 이상의 여유있는 승리를 거둔 곳은 6개구(양천·용산·송파·강동·서초·강남)에 불과했다.


수백, 수천표가 승패를 가른 지역도 여럿 있었다. 서울 중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 김길성 당선인은 현직 구청장인 서양호 더불어민주당 후보보다 489표를 더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소속 이민근 경기 안산시장 당선인은 제종길 민주당 후보와 181표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협위원장을 맡았던 서울 광진구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김경호 당선인이 현직 구청장인 김선갑 민주당 후보를 3747표 차로 이겼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경기 서남권에서도 국민의힘 출신 기초자치단체장이 선출된 것은 중도 표심이 움직인 결과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면서 “김은혜 후보가 끝까지 정치공학적 논리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킨 것이 선거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2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서울·경기권의 기초단체장 선거를 보면 1~2% 차이로 결과가 뒤집혔는데, 김 후보와 강 후보가 단일화했으면 휙휙 뒤집혔을 공산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국민의힘이 강성 보수 세력과 결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은 “이제는 일명 ‘태극기 부대’라고 불리는 세력과 국민의힘이 제대로 선을 그을 타이밍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곤 실장은 “지난 총선 때만 해도 황교안 당시 미래통합당 대표가 당 행사 때마다 보수 유튜버들을 데리고 다녔는데,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강 후보와 단절한 부분은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민지.심정보(choi.minj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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