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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진실 밝힌 檢수사지휘, 운동권이 폐지한 역사적 희극"

“검찰의 본질과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검찰개혁을 위한 첫걸음이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56·사법연수원 21기)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출간한 책 『법치는 어떻게 붕괴하는가』(천년의상상)를 통해 “행정부를 대리하는 준사법기관으로서의 검찰의 정체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다 보니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같은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김종민 변호사(전 순천지청장, 대검 검찰개혁위원)가 지난달 30일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관해 비판적인 의견을 담은 신간 '법치는 어떻게 붕괴하는가'(천년의상상)를 출간했다. 사진 천년의상상
주프랑스대사관 법무협력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뇌물방지회의 한국 정부 대표, 법무부 인권정책과장, 법무부 형사사법공통시스템 운영단장, 순천지청장 등을 지낸 김 변호사는 저서에서 “지금까지 검찰 스스로도 검찰제도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았다”며 “특수수사를 중심으로 검찰이 지나치게 1차 수사기관화, 경찰화되어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검찰개혁’에 관한 김 변호사의 주장은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더라도 경찰 수사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 즉 사법통제 기능은 유지·강화했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는 “흔히들 검사의 수사지휘를 오해하는데 ‘검찰이라는 기관’이 ‘경찰이라는 기관’을 지휘하는 게 아니라, 검사가 전체 경찰 12만명 중 약 20%인 2만5000명 정도의 사법경찰 수사를 지휘할 뿐”이라고 짚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검찰의 직접수사를 포기하더라도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는 그대로 두고 더욱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었다”며 “그러나 문재인 정권 초창기 검찰개혁에서는 검사의 경찰 수사지휘를 전면 폐지하고 검찰의 6대(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 직접수사권은 존치시키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검사 재직 시절 주로 형사부에서 근무해 온 김 변호사는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박종철 고문치사의 진상이 밝혀진 것은 ‘형사소송법 제222조 변사체 검시규정’ 때문”이라며 “5공 경찰국가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조국 전 민정수석과 586(현 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운동권 출신 권력자들이 검사의 수사지휘 제도를 폐지해 버린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추진 과정에서 검사의 검시 권한도 박탈하려고 시도했었다.

김종민 변호사.
김 변호사는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에 이어 올해는 ‘검수완박’을 추진하며 내세웠던 ‘수사·기소 분리’ 논리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유럽에 연원을 둔 근대 형사사법체계는 “소추(기소)와 판결의 분리는 있으나,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경찰이 수사권 독립을 위해 만든 허구의 프레임”이라고도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우리 검찰개혁이 나아갈 방향은 수사·기소 분리가 아니라 직접수사와 수사지휘·통제의 분리여야 한다. 그래야 수사에 대한 적절한 사법통제가 가능하고 효과적인 수사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간 비판 받아왔던 검찰의 과도한 권력 집중도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예전 우리 검찰처럼 직접수사권, 수사지휘권, 기소권을 모두 가지면서 권한이 집중돼 있었던 건 분명 문제가 있지만, 지금처럼 경찰이 검찰의 지휘와 사법통제 없이 독자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갖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면서다.

김 변호사는 향후 국회 논의에 따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설치되더라도 반드시 검찰의 수사지휘와 사법통제 아래 둬야 한다고도 했다. “이렇게 되면 경찰이나 중수청은 검사의 지휘와 통제를 받아 직접수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검찰이나 경찰, 중수청 어느 한 수사기관도 수사권을 남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사법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 부활을 전제로 국회 사법개혁특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김 변호사는 “‘검수완박’ ‘검찰개혁’이라는 선동적 언어가 우리 사회에 남긴 상처가 너무 크다”며 “검찰개혁은 국가개혁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사후 엄밀한 정책 평가와 피드백을 통해 끊임없이 교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변화하는 수사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수사권을 적절히 강화하면서 그에 맞춰 사법통제도 강화해 가고 있는 것이 선진국의 공통된 추세”라고 덧붙였다.



하준호(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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