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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창밴드 낀 지드래곤…"어라, 저거 여자껀데?" 놀라지 마세요

“어, 저거 어디서 많이 보던건데?”

지난달 열린 샤넬의 2022~2023년 크루즈쇼 현장사진을 보던 사람들의 눈길은 가수 지드래곤(지디)의 손목에서 딱 멈췄다. 과거 여학생·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곱창밴드’ 머리끈을 팔찌처럼 착용했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성별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패션은 바로 이런 것”이라며 참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룹 빅뱅의 멤버인 지드래곤이 손목에 찬 ‘스크런치(Scrunchie)’. 돌돌 말린 고무줄이란 뜻인데 1990년대 ‘곱창밴드’로 불리며 여성들이 머리를 묶는 액세서리로 크게 유행했다. [사진 지드래곤 인스타그램]
패션 분야에서 남성과 여성의 오랜 경계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남성은 이래야 하고, 여성은 저래야 한다가 아닌 ‘나에게 어울리는지’ 가 새로운 기준이 됐다. 그 중심엔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가 있다.
‘절반의 선택’이 사라진다
성별의 구분이 모호한 패션은 ‘젠더리스(Genderless)’ 패션으로 불려왔다. 최근엔 여기서 더 나아가 ‘앤드로지너스(Androgynous)’란 트렌드로 진화하고 있다. 발음조차 낯선 이 단어는 그리스어로 남성(Andros·앤드로스)과 여성(Gynacea·지나케아)을 합친 말이다. 젠더리스가 남성도 여성도 아닌 ‘무성’을 강조한다면 앤드로지너스는 남성과 여성 ‘양성’의 특징을 모두 갖는 게 특징이다.
네일 브랜드 ‘오호라’가 럭셔리 브랜드 ‘우영미’와 협업한 ‘오호라 x 우영미 젤 네일 캡슐 컬렉션’. 기존 여성 중심의 네일 상품들과 차별화해 남녀공용으로 출시했다. [사진 오호라]

양성 트렌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건 매니큐어 또는 네일아트로 불리는 손톱 꾸미기다. 네일아트는 오랫동안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남성 중에도 손가락 굳은살과 손톱의 거친 표면을 다듬고, 색깔이나 문양으로 멋을 내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이에 네일 브랜드 ‘오호라’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우영미’와 함께 남녀 공용 ‘오호라 × 우영미 젤 네일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색상이 단순하고 손톱에 붙이는 크기도 넉넉해 성별에 관계없이 연출할 수 있다. 앞서 영국의 인기 가수 해리 스타일스도 남녀 공용 네일 브랜드인 ‘플리징’을 출시했다.
영국의 인기가수 해리 스타일스가 론칭한 ‘플리징’의 네일 화보. [사진 플리징]
치마입은 사람은 모두 여성?
의류 역시 남자든 여자든 입고 싶은 옷을 입는 시대가 됐다. 그룹 BTS(방탄소년단)의 지민은 지난해 럭셔리 브랜드 ‘셀린느’의 체크무늬 치마를 입은 모습을 공개했다. 보이그룹 엔하이픈 역시 멤버들이 단체로 교복치마를 연상케 하는 치마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해외에선 남성(Man)과 스커트(Skirt)의 합성어인 ‘머트(Mirt)’나 치마바지를 뜻하는 ‘스코트(Shorts Skirt)’같은 신조어가 생겨났고 프라다 등 럭셔리 브랜드의 패션쇼에 등장하고 있다.
그룹 BTS의 멤버 지민이 치마 바지에 퍼 부츠를 신은 모습. [사진 BTS 공식 트위터]

속옷은 양성 패션이 흔해진 지 오래다. 지난 2020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는 남성들이 입는 사각팬티를 여성용으로 출시했다. 헐렁하고 압박감이 없는 여성용 트렁크는 전통적인 삼각팬티 판매량을 넘어설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반면 남성들의 속옷은 화려해지고 있다. 일본 속옷 브랜드 ‘와코루’는 지난해 12월 꽃무늬 레이스를 소재로 한 ‘레이스 복서’를 출시했는데 열흘 만에 3개월 치 판매 목표량을 달성하며 매진을 기록했다.
자주(JAJU)의 여성용 사각팬티.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일본 속옷 브랜드 ‘와코루’의 남성속옷 ‘레이스 복서’. [사진 와코루]
화장품 업계에선 ‘요즘 젊은 남성에게 선크림과 비비크림(파운데이션)은 기본’이란 말이 나온다. 그만큼 피부색을 일정하게 보정하는 등 옅은 화장을 하는 남성들이 많아졌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 ‘라카’는 눈과 뺨에 바르는 색조 제품을 여성·남성 구분없이 판매한다. 화보에도 여성과 남성 모델을 함께 내세워 색조 화장은 여성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 ‘라카(LAKA)’ 의 화보. 성별 구분없는 젠더 뉴트럴을 표방한다. [사진 라카]
향수도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 게 대세다. 구찌 향수를 담당하는 알베르토 모리야스 조향사는 “어떤 특정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며 “향수는 이제 사람들이 무엇을 ‘느끼길’ 원하는지를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성용·여성용을 구분하지 않는 구찌의 향수 광고. [사진 구찌]
본질은 남성·여성 아닌 ‘개인’
패션 분야의 양성 트렌드는 ‘다양성 인정’이란 가치와 맞물리며 사회적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미국 국무부는 여권 신청서에 제3의 성인 ‘젠더X’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항공사들도 안내 방송에서 ‘신사 숙녀 여러분(Ladies and gentlemen)’ 대신 모두를 가리키는 ‘Everyone’ 이나 ‘All passengers’를 사용하는 곳이 늘고 있다. 미국에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He’나 ‘She’ 같이 성별이 드러나는 인칭대명사 대신 성별 중립적인 복수 대명사 ‘They’를 단수 대명사로 사용하는 것을 장려하는 분위기다.

최윤정 목포대학교 패션의류학과 교수는 “다양성과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패션이 성별에 따른 규범이 아닌 마치 놀이나 취미처럼 ‘개인의 자유영역’이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선 보수적인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양성 트렌드가 더욱 파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면서도 “패션의 본질이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란 면에서 성별이나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나 다움을 찾아가는 움직임은 긍정적으로 볼 만 하다”고 말했다.



이소아(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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