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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

참으로 길기도 하고, 짧기도 했던 지난 몇 달이었습니다! 어지럼증으로 시작된 증세가 줄줄이 이어지는 몇 가지 검사(MRI, MRA)에 들어갔습니다. 결과를 기다림이 결국 짜증과 근심으로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날이었습니다. 갑자기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져 버렸습니다. 정신은 맑았습니다. 몸이 아파오는 고통의 느낌도 아닌 것이 그래도 내가 아직은 살아있다는 알림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내 나이가 어때서가 시건방진 자신감이었던가? 싶었습니다. 연속되는 검사에 불안과 근심과 우울증이 머리를 가득 채웠습니다.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짜증과 조바심으로 꼬리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면서 두어 달가량을 지냈습니다.  
 
그런데요! 이제 와서 “검사 결과에 큰 문제가 없다네요!” 그 맹랑한 답은 나를 건방진 쪽으로 되돌려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쩐지 그 시건방진 생각이 더 큰 벌이 되어 돌아올까? 하는 두려움이 내 앞에 우뚝 서 있는 나이에 재빨리 굴복하게 했습니다. 순간, 무사하다는 기쁨과 나이를 보듬어 안으며 동시에 서러움과 고마움에 남몰래 눈물을 닦았습니다. 기회다 싶어서 눈, 귀, 치아검사 모두 해버렸습니다. 모두 무사하다 하니 두 번째 시름도 놓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의사 선생님께선 노인네들 진단 평가에 기본 수준 점수가 있는 듯합니다. 수십 년 열심히 살아, 닳아버린 기계가 그만하면 우수하다는 평균 점수를 받았다는 그런 기분 말입니다. 
 
어느덧 겨울이 가고 봄의 소리를 들으며 모두 잊어버리자! 코로나까지도 내려놓고 내가 좋아하는 봄맞이나 하자며 마음 가득 기운을 차렸습니다. 올해에는 몇 가지 꽃 중에 갖가지 색깔의 채송화를 골라 보았습니다. 또 지난해에 추수해 놓았던 Humming Bird가 좋아하는 Climbing Cardinal이 넝쿨을 타고 오르도록 둥근 Arch도 꽂아 놓고 씨앗을 한 줌 뿌려 놓았더니 반가운 새싹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아직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내가 사랑하는 친구 ‘흙’과 봄맞이 악수를 하며 조그만 앞마당 땅을 파헤쳤습니다. 겨울 동안 잘 쉬고 잘 있었느냐고 말도 걸어 보았습니다. 봄이 오기를 기다렸던 나의 시간이 내 몸에 이상과 팬데믹과 더불어 참으로 길었습니다. 여름을 즐기려고 기다렸던 시간이 아까워 땅을 열심히 파헤치고 나니 이번엔 예기치도 않았던 무릎이 아프다고 아우성을 칩니다. 나이를 또 깜빡했던가요! 요즘 기억력이 깜빡이가 되다 보니 모두가 내 탓이라 하니 어이가 없습니다. 그래도 주위에 깜빡이 친구가 다소 있다 보니 위로는 됩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제 몸의 변화를 느끼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우선 나이와 친해지겠다 마음먹었습니다. ‘머리보다는 몸의 이치를 알아라!’ 몸이 함부로 까불지 말라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쓸데없는 걱정이 많은 나의 성격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익숙함을 놓아 주라고도 가르쳐 받았습니다. 또는 하고 싶은 것을 하라!, ‘No’라는 단어를 연습하라! 너의 몸을 사랑하며 필요할 때 휴식을 취하며 나 자신을 사랑함을 배우라! 등등, 어디에선가 마구 들려오는 가르침을 듣고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엄마 때문에 걱정하다 몸져 자리에 누웠던 막내가 ‘코로나’보다도 심하게 몸살과 목 염증의 고통으로 먹을 수도 없이 심하게 앓았습니다. 얼마나 무섭고 걱정이 되었던지요! 이렇게 나이를 먹고서야 오가는 병에 무슨 순번이 있겠느냐를  깊이 느끼게 했습니다. 자식들이, 노인네가 된 엄마, 아빠를 걱정하는 것과 부모가 되어 병석에 누운 내 자식을 걱정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라는 그 경지에 다다라 보았습니다. 

남순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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