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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액션] 사람보다 총이 더 많은 나라

지난 5월 14일 버펄로에서 백인우월주의자의 총질로 10명이 숨진 뒤 열흘만인 24일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에서 이번엔 고등학생의 총격으로 아이들 19명을 비롯해 21명이 목숨을 잃었다.
 
정말 언제까지 이런 끔찍한 일들을 보고만 있을 건지 어이가 없다. 하지만 이번에도 총기 판매업자들의 굳건한 동지인 공화당 상원의원 50명이 치고 있는 울타리 탓에 연방의회의 총기 규제 강화법 통과는 이뤄질 수 없는 ‘꿈’으로 보인다.
 
이미 2년 전 연방하원은 총기 구매자에게 이른바 ‘유니버설 백그라운드 체크’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상원에서는 표결도 하지 못했다. 이민자인 우리는 영주권, 시민권 신청을 할 때 모두가 유니버설 백그라운드 체크를 거쳤다. 이 때문에 이민 수속이 지체되는 불편도 겪었다. 그런데 총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절대 그런 불편을 주면 안 된다는 것이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많은 주에서 총기 구매는 선거에서 투표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시간이 덜 걸리고 쉽다.
 
‘97%’란 이름의 총기 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단체가 있다. 여론조사를 하면 미국민의 97%가 백그라운드 체크 강화를 지지한다. 그래서 붙인 이름이다. ‘97%’의 매튜리트맨 사무국장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심지어 총기 소유자의 84%가 유니버설 백그라운드 체크를 지지하는데 도대체 국민 전체의 3%, 총기 소유자의 16%가 반대하기 때문에 법 제정을 못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 연방의회가 얼마나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총기 판매업자들의 정치 자금과 영향력에 휘둘리고 있는지 보여준다.
 
연방정부가 손 놓고 있는 동안 공화당 주정부들은 오히려 총기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20여 개 주에서 총기 휴대를 더 쉽게 만드는 주법을 제정했다.
 
현재 미국에는 4억정의 총이 있다. 아이들까지 다 따져서 미국 인구가 3억2950만 명이다. 인구 100명당 총 120.5정이 있다. 지난 2011년에는 88정이었는데 급격히 늘었다. 2020년에는 4만5000여 명이 총기로 목숨을 잃었다. 하루에 120여 명이 죽었다.
 
규제 강화를 반대하는 쪽은 “총을 탓하지 마라. 살인은 사람이 한다”고 주장한다. 그 말이 맞다고 치면 자동차사고도 사람이 일으키니까 안전벨트 의무화는 필요 없다. 술이 사고를 내는 게 아니라 사람 탓이니까 음주운전 단속도 하면 안 된다. 마약도 사람이 하는 것이니까 마약 밀매업자 단속도 하면 안 된다. 규제 강화로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것을 예방하자는 데, 총을 더 많이 사서 자신을 보호하라고 한다. 심지어 학교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총을 갖고 출근하라고 한다. 어이가 하늘을 찌른다.  
 
총으로 자살하는 사람이 해마다 2만 명에 이른다. 하루에 50여 명이 자신을 보호하기는커녕 총구를 자신에게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다. 미국에선 자살을 포함한 살인 사건의 79%가 총으로 벌어진다. 총으로 자신이나 주변 사람을 보호하는 사례는 정말 적다.
 
이렇게 대책 없이 총질에 사람들이 쓰러지고 있는 동안 총기 제조 회사들의 수익은 2019~2021년 모두 기록적으로 늘었고 두 배 가까이 더 번 곳도 있다. 자신들을 보호해주는 정치인들과 함께 피로 물든 달러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김갑송 / 민권센터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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