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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폭탄 읽어는 봤는가...팬덤정치 악마화는 답이 아니다 [김남국의 인정불가]

더불어민주당의 이번 지방선거 패배가 일부 강성 지지자들의 팬덤에 매몰돼 진짜 민심을 놓쳤기 때문이라는 이화여대 조기숙 교수의 칼럼에 대해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팬덤 정치가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팬덤 정치의 악마화를 피해야 한다는 글을 보내왔습니다. 여러분은 누구의 의견에 더 동의하시는지요.
지방선거가 끝났다. 이제 결과에 대한 원인과 앞으로의 대책 등을 치열하게 논의해야 한다. 특히 이번 지선은 대선 직후 곧바로 치러졌다는 점에서 대통령 선거와 연계하여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오른쪽에서 두번째) 윤호중(가운데) 공동비대위원장이 2일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성룡 기자
선거는 민심을 반영한다. 새 정부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선택일 수도 있고, 정당의 호불호 문제일 수도 있다. 무엇이든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더불어민주당이 부족했다. 민심을 고루 살피고 민생을 챙기며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을 견제하겠다고 외쳤으나 민심의 기류를 끌어오기에 부족했다. 패배로 귀결된 결과를 두고 당내 다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실감과 패배감에 젖어서도 안 된다. 더 나은 민주당이 되기 위해, 민심과 함께 하는 민주당이 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 깨어 있는 시민의 목소리가 민심이지 않을까. 그동안 정치에서 시민이 목소리를 표출하는 방법은 투표였다. 다만, 투표는 4년이나 5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선거를 통해서만 행사할 수 있는 권리였고, 정당과 정치인은 선거철에만 시민 목소리를 듣거나 대변하는 시늉만 했다. 정치 입문 전 유권자였던 기억을 더듬어보면, 선거철 후보자들의 메아리 없는 외침은 참으로 안타까운 정치의 모습이었다.

최근 정치는 달라졌다. 시민은 시시각각 의견을 표출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나아가 행동한다.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탄핵에 소극적이었던 정치인을 뒤로하고 전면에 나선 것은 행동하는 시민이었다. 이러한 현상과 함께 등장한 것이 팬덤 정치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팬덤 정치를 비판한다. 열성 지지자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거나 팬덤 정치에 휘둘린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팬덤 정치에 대한 우려는, 이해할 수는 있으나 결코 동의할 수는 없다.
지난 2020년 한 반찬 가게 상인이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경기가 거지 같다″고 말했다가 문파들로부터 공격을 당했다. [방송 화면 캡처]
오히려 팬덤 정치 자체를 악마화하거나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걸 피해야 한다고 본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주권자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론 일부 과격한 방식이나 표현,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행동은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생각이 다른 정치인 등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는 시민을 '팬덤 정치에 빠진 강성 지지자'로 규정지어야 하는가에 대해 난 회의적이다. 문자 폭탄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과연 문자를 읽어봤을까? 혐오 표현과 욕설은 잘못된 것이지만, 개중에는 일리 있는 의견이나 건전한 비판도 담겨있다.

온라인에 연락처를 공개해놓은 탓에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문자가 온다. 현안에 대한 의견부터 국회에서 논의 중인 법안 처리 방향, 사소한 민원까지 다양하다. 시민들은 이런 방식으로 민주당이 통과시킨 임대차 3법이나 수술실 CCTV 설치법, 검찰개혁 입법에 대해 의견을 표출한다. 수많은 문자 속 다양한 의견을 정치 팬덤으로 규정하는 건 굉장히 섣부른 데다, 주권자의 정당한 의사 표시를 저해하는 것일 수도 있다.

문자뿐 아니라 이메일이나 전화로 보내오는 의견에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고 정반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다. 난 응원에는 감사함을 표하고 비판과 지적은 겸허히 수용하고, 설명이 필요한 것은 설명한다. 몇몇 시민은 국회 의원회관으로 모셔 토론하며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무리하며 "진정한 지지는 확장 시켜주는 것"이라며 "배타적 지지는 지지가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민주당이 해야 할 역할은 팬덤 정치를 악마화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적 지지의 기반으로 삼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다. 팬덤 정치를 무조건 나쁘게 보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방향의 정치문화로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비단 팬덤 정치뿐만이 아니라 앞으로는 새로운 방식, 새로운 유형의 정치가 계속 등장할 거다. 그때마다 역기능에만 집중한 나머지 순기능을 무시한 채 없애려 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대중문화 속 아이돌 팬덤 문화가 자리 잡았듯 정치 팬덤도 얼마든지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념, 당이 추진하는 과제에 대해 충분히 소통하고 설득해야 한다.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있다면 그 차이를 좁히는 데 전력해야 한다. 각기 다른 생각과 이견을 조율하고 통합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자 책임이기 때문이다. 2일 사퇴한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추진한 5대 혁신안을 포함해 민주당이 민심과 함께 발맞추는 정당이 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잔잔한 물결이 성난 파도가 되는 것은 금방이다. 민심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민주당도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바꿔야 할 것은 과감히 변화해야 한다. 선언으로 그치는 혁신과 쇄신이 아니라 민심이 공감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혁신과 쇄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민주당의 변화를 향한 도전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
지난해 8월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운데)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왼쪽), 김남국 의원과 걷고 있다. [연합뉴스]



김남국(c_projec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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