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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포토] 전쟁 100일, 비극 100일

[월드&포토] 전쟁 100일, 비극 100일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3일로 100일이 됐습니다.
2월 24일 새벽 5시(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폭발음이 들린다는 긴급 뉴스가 전 세계에 타전됐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TV 연설을 통해 '특별 군사 작전' 개시를 전격 선언했습니다.

그가 수없이 반복해온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말은 거짓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러시아는 19만 대군을 앞세워 우크라이나의 동부와 남부, 북부 3면에서 일제히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양국의 군사력 차이로 봤을 때 곧 끝날 것으로 예상됐던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결사 항전으로 장기화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러시아의 제거 표적 1순위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몸을 피하기는커녕 수도 키이우 중심에서 셀카 영상을 찍어 올렸습니다.
암살 위협에도 키이우에 남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모습은 도피설을 일축한 것은 물론 우크라이나 국민의 항전 의지를 일깨웠습니다.
코미디언 출신의 풋내기 정치인 취급받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국민을 결집하는 지도자로 거듭났습니다.



당초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4일 이내에 승리를 자신했습니다.
러시아군이 불과 개전 9시간 만에 키이우 북부에 도달하면서 키이우가 며칠 내 함락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구심점 삼아 똘똘 뭉쳤습니다.



오히려 곤란해진 쪽은 러시아였습니다. 예상보다 완강한 저항에 부딪히며 진격이 둔화했고, 보급에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민간인들의 사투도 지속됐습니다. 죽음의 포화에서 벗어나려는 피란민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많은 사람이 고향을 등지고 가족·친구들과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러시아군은 피란민에게도 무차별 폭격을 가했습니다. 피란민이 대피로로 이용하는 다리까지 폭격했습니다.
부서진 이르핀강 다리 밑에 잔뜩 모인 피란민들은 어쩔 수 없이 다리 잔해 사이로 강을 건너야 했습니다.


4월 2일 러시아군은 키이우 점령을 포기하고 키이우와 근교 지역에서 철수했습니다. 이후 러시아군의 만행이 드러났습니다.
키이우 외곽 부차 마을에선 수백여 구의 민간인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손을 뒤로 묶인 채 총격으로 살해당한 것으로 드러나 전 세계에 충격을 줬습니다.



수도 키이우는 물론 북부 하르키우 정복에 실패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인 마리우폴 공략에 집중했습니다.
남부 항구도시인 마리우폴은 2014년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반도와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전쟁 이전 44만명이 살던 대도시 마리우폴은 건물 90%가 파괴되고 거리에 시신이 나뒹구는 '폐허'로 변했습니다.


러시아군은 임신부와 신생아가 모인 산부인과 병원까지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습니다.

마리우폴 중심지에 있던 한 극장도 폭격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이 극장에 민간인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고의로 포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3월 29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해당 극장 주변엔 흰색 페인트로 '어린이들'이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지만, 러시아군의 폭격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마리우폴은 공격이 가해진 지 82일 만에 러시아군의 손에 넘어갔습니다.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고립된 채 처절하게 싸워온 군인들도 투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리우폴 함락은 굴욕적인 후퇴만 거듭했던 러시아가 처음으로 거둔 군사적 성취였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손실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우크라이나는 4월 14일 모스크바호를 침몰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 흑해함대를 지휘하는 등 작전에서 핵심 역할을 하던 순양함 모스크바호는 러시아가 2차 대전 이래 전투에서 잃은 가장 큰 군함으로 기록됐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듯한 그의 모습이 담긴 여러 영상과 사진이 소셜미디어(SNS)에 퍼지면서 건강 이상설은 더욱 증폭됐습니다.
4월 21일에는 푸틴 대통령이 다소 경직된 표정을 한 채 구부정하게 앉아 테이블 모서리를 오른손으로 꽉 붙들고 있는 모습이 화제가 됐습니다.


서방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에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했습니다.
러시아를 달러 결제망에서 축출하고, 원유·천연가스 수입 금지, 해외 자산 동결 등으로 러시아 경제를 옥죄었습니다.
냉전 종식의 상징이었던 미국의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를 비롯해 세계 최대 '커피 제국' 스타벅스 등도 모스크바에서 철수하며 경제 제재에 동참했습니다.

러시아에 더 큰 악재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결정입니다.
러시아는 나토 확장 저지를 명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지만, 이는 오히려 스웨덴과 핀란드의 안보 불안을 자극해 나토 확대를 불러온 셈이 됐습니다.


전쟁은 10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며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돈바스에 전력을 집중해온 러시아군은 지난달 중순부터 루한스크주 행정 중심지인 세베로도네츠크를 봉쇄한 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습니다.



세베로도네츠크의 대부분이 함락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과 독일, 영국 등 서방의 무기 지원이 이어지고 있어 100일째를 맞은 전쟁은 더 길어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전쟁이 흔들어 놓은 건 우크라이나인들의 삶뿐만은 아닙니다.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막히면서 세계 각국의 식량난은 위험 수위에 도달했습니다.
러시아산 원유·천연가스 수입 금지라는 서방의 제재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파고까지 덮쳤습니다.
스리랑카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수렁에 빠진 게 대표적입니다.
생존을 위한 '전쟁'은 우크라이나에서 수천㎞ 떨어진 곳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신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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