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뜨락에서] 호수 온천에 있는데 “쿵” 하고 지진이
아이슬란드 여행기 (3)
호텔 근처에서 해변을 따라 걸었다. 붐비는 호텔, 식당, 오페라 하우스, 박물관이 있는 곳은 몇십년 전만해도 고기를 잡아 저장하는 창고들이었다. 머지않은 곳에 무지개 스트리트(Rainbow Street)가 있다. 이곳은 겨울에도 젊은이들과 관광객이 넘치는 곳이다. 여기에 베트남 식당과 그로서리가 있다. 밖에 있는 메뉴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종가집 김치와 꼬꼬 라면을 판매하고 있었다.
바닷가에서 어드벤처 투어가 떠난다. 요즘은 Whale Watch, Puffin Watch, 12월부터 3월 말까지 Northern Light(Aurora) 배가 다닌다. 고래 뛰는 것을 보는 투어와 유명한 Aurora 구경은 4시간 코스인데 일 인당 120달러 정도다. 나가서 허탕 치고 돌아오면 다음 날 그냥 승선이 가능하다. 내가 아는 한 분은 Northern Light를 보기 위해 4번이나 시도했다가 신비를 경험하지 못하고 벌벌 떨고 돌아왔다고 한다.
아이슬란드를 소개하는 책자에 빠지지 않는 것이 Blue Lagoon. 늘씬한 젊은 여자가 뿌연 온천에서 머리를 드는 모습이다. 이곳은 저수지만 한 호수 전체가 야외 온천이다. 이 중 반 정도를 막아 Blue-White Spa를 만들었는데 한꺼번에 수백 명을 수용할 수 있다. 연중 오픈하는데 겨울에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온천에 몸을 담근다. 5월 중순 이곳을 찾았다. 한참 목욕하는데 “퉁” 하고 땅이 흔들렸다. 4.1도 지진이었다. 사람들은 놀란 기색도 없이 물속에서 독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스파 측은 셀리카라는 얼굴에 바르는 미용 크림을 주는데 이는 화산 바위에 붙어 있는 이끼에서 채취한 것이라고 한다.
수도 근처에 빙하에서 흘러내리는 폭포가 여러 군데 있다. 나이아가라나 이구아수 규모는 아니지만 제법 낙차가 크다. 한군데는 폭포 뒤를 걷게 돼 있는데 미끄럽지만 물안개에 젖는 느낌은 상쾌했다. 다른 한 폭포에는 산으로 올라가는 트레일이 있는데 길지는 않으나 몹시 가팔라 숨이 찼다.
빙하나 대륙투어에는 특수 차량이 필요하다. 폭포 근처 주차장에서 큰 타이어에 체인을 감은 버스와 스노모빌을 보았다. 1인승 스노모빌은 3시간 대여에 300달러를 요구한다. 대륙투어 버스는 깊지 않은 물을 건너 얼어붙은 고요를 깨운다. 혼자 소형차를 타고 동토에 뛰어드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깝다. 거친 자연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최복림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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