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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폰 비밀번호 24자리...이제 그에겐 비밀번호가 없다 [조강수의 시선]

조강수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에 최측근인 한동훈 당시 검사장(현 법무부 장관)에 대해 "거의 독립운동하듯 현 정부와 싸워 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 당선하면 그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할 수 있다고도 했다. 행간에 '마음의 빚이 있다'는 말이 어른거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조국 사태로 인해 집안이 풍비박산 난 최측근 조국 전 장관을 향해 "마음의 빚이 있다"고 한 말의 데자뷔 같았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만료를 일주일 앞두고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도장을 꾹 찍었다. 검경수사권 조정의 최종장이었다. 그리함으로써 '검찰 개혁의 동지적 관계'였던 조국에게 졌다는 마음의 빚을 일부라도 덜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일단 한동훈에 대한 마음의 빚을 법무부 장관 발탁으로 변제한 것 같다.

'한 장관이 독립운동하듯 싸웠다'는 표현은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과 함께 조국 일가 수사를 했다가 정권의 눈밖에 나,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피의자로 수사를 받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보복성 좌천 인사에 대항했음을 지목한다. 그 기간 한 장관을 버티게 해준 건 검사로서의 사명감, 동료 검사들의 격려와 함께 아이폰 비밀번호 잠금 기능의 덕도 있을 것이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 4월 6일 한 장관을 무혐의 처분하면서 "아이폰 비밀번호를 22개월간 알려주지 않았고 수사팀도 휴대폰 포렌식 기법을 동원해 해제하려 했으나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추미애 전 장관도 비밀번호 해제에 집착했다. 오죽하면 휴대폰 비밀번호를 강제로 해제하는 내용이 담겨 '한동훈 방지법'으로 불리는 ‘사법방해죄’ 처벌 방안까지 연구했을까. 이에 한 장관은 "반헌법적 전체주의"라고 반발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울·세종 영상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도대체 한 장관의 아이폰 비밀번호가 어떻길래 실패했는지 궁금하던 차에 이 사건을 잘 아는 지인 변호사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한 장관의 아이폰11 비밀번호가 24자리야. 그걸 어떻게 풀어." 일반적으로 아이폰 비밀번호는 6자리라고 한다. 6자리를 숫자와 영어 대·소문자 등을 조합해 설정할 경우, 가능한 경우의 수만 560억개로 추산된다. 푸는 데 천문학적인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비밀번호 24자리를 쓴다면 개인 정보 보안에 보통 주도면밀한 사람이 아니다. 한 장관이 경제·부패 등 비리 수사에 능하고 영어도 잘하는 천재형 검사라고는 하지만 놀랍긴 마찬가지였다. 사실 한 장관이 수사를 받기 전부터 긴 비밀번호를 사용했는지, 아니면 수사 이후에 변경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도 본인만 안다. 다만 우리 헌법은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보장한다. 조국 전 장관이 법정에서 사용했던 묵비권과 같은 권리다.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 해도 기본권을 제한하는 건 시대적 추세에 역행하는 조치다.
한 장관은 채널A 사건 무혐의 1주일 뒤 법무부 장관에 지명됐고, 국회 청문회를 거쳐 취임했다. 한 장관의 행보는 조 전 장관과 일부 닮았다. 정권의 황태자로서 법무장관까지 한 점이다.그러나 차이가 더 크다. 조 전 장관은 잘 알지 못하면서 검찰 개혁을 주도했다. 탁상머리 어설픈 개혁으로 형사사법체계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한 장관은 제일 잘하는 수사에 집중한다. 취임 바로 다음 날 '산 권력' 수사를 하다가 좌천됐던 특수통 위주의 윤석열 사단을 요직으로 복귀시키더니 남부지검 금융범죄 합수단을 부활시켰다. 중단됐던 수사를 재개하고 꼬이고 뒤틀린 수사를 정상화하는 건 올바른 방향이다.
다만,한 장관에게 권한이 쏠리고 있다는 건 위험 요소다. 추미애 장관 시절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는 등 검찰총장 업무에 관여하자 '법무검찰총장'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지금은 "한 장관이 '법무민정수석'이냐"는 소리가 나온다. 폐지된 민정수석실 업무 중 공직자 인사 검증 업무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 맡겨지면서 검찰 공화국이 완성됐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각 부처 장·차관들이 머리를 조아릴 판이다. 객관적·합리적 통제를 위해 3대 원칙을 정했다고 하나 얼마나 효과적일지 미지수다. 권력은 나누고 견제할 필요가 있다. 특정 권력기관에 권한을 집중시키면 탈이 나기 십상이다.
한 장관이 검사장일 때 수사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비밀번호를 공개하지 않은 것을 탓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장관의 일거수일투족은 투명하게 공개된다.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자리다. 숨길 것도 없고 숨겨서도 안된다. 법무부 장관에게는 비밀번호가 없다.




조강수(cho.k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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