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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120달러 돌파…러 원유 금수에 '오일 인플레' 초비상

국제 유가가 두 달여 만에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섰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오일 쇼크 발(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 국제 유가가 두 달여 만에 종가 기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서면서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완화로 원유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에다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금수 조치 합의 소식이 맞물리면서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브렌트유(7월물 선물 가격)는 전날보다 1.6% 오른 배럴당 121.7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가 12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3월 23일(배럴당 121.52달러)이후 두 달여 만이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30일(현지시간) 장중 배럴당 118달러를 뚫었다.

두 달 전 국제 유가가 급등했던 상황과 비슷하다. 지난 3월 초 브렌트유는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소식에 장중 배럴당 139.13달러로 치솟았다. 14년 만에 최고가였다. 이후 미국이 저장해놨던 원유(비축유)를 풀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주요 도시 봉쇄로 세계 2위 석유 소비국인 중국의 수요가 줄자 유가는 100달러대로 떨어졌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러시아 원유 금수와 중국 봉쇄 해제가 원인
이날 유가 상승세에 불을 붙인 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EU의 금수 조치 합의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EU 27개국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에 합의했다.

시장에선 이번 조치가 송유관을 통한 원유 수입은 예외로 둔 만큼 '반쪽짜리 제재'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EU 측 주장대로 연말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의 90% 정도가 줄어든다면 공급은 일시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완화로 원유 수요가 늘 것이란 전망도 유가 오름세를 부추겼다. 두 달 동안 도시를 봉쇄했던 중국 상하이시는 1일부터 ‘전면 정상화’에 나선다. 267만개 기업도 이날부터 영업을 재개한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석유 소비국인 중국의 수요가 살아나며 유가를 밀어 올릴 수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폴 호스넬 이사는 “중국의 봉쇄 조치로 일일 원유 수요가 120만 배럴가량 감소했다”며 “(중국의 봉쇄) 조치가 해제되면 중국의 일평균 원유 수요는 1600만 배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세계 하루 평균 원유 소비량(약 1억 배럴)의 16%에 해당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초인플레 공포’ 에 긴축 더 세질 수도
안정을 찾아가던 유가가 다시 들썩이자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초인플레이션 공포'도 커지고 있다. 이미 신흥국뿐 아니라 영국·독일 선진국도 물가와의 전쟁 중이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추정치)는 1년 전보다 7.9%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1차 오일쇼크가 터진 1973년 겨울 이후 가장 높다.

미국도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했다. 30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3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만나 인플레이션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각국 중앙은행이 갈수록 커지는 물가 상승 압력에 더 강력한 긴축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물가→임금→물가 상승' 악순환 우려
‘물가와 임금상승’의 악순환 고리에 빠질 수 있다는 점도 전문가들이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우려하는 이유다. 경제 전반의 물가가 오르면 실질 임금이 줄어든 근로자는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기업이 임금 인상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서 인플레이션은 더 심해진다.

세계에 불어닥친 고물가 공포에 한국도 자유롭지 않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원유 등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큰 한국은 상대적으로 인플레의 타격을 크게 받을 수 있다"며 "통화 긴축에도 물가 오름세가 지속하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제협력국 자문역도 “장기간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면 하반기의 물가 상승이 임금을 올리고 다시 물가가 뛰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염지현(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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