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민주당 '악깡버' 코미디...박지현의 586 용퇴론, 내부총질 맞다 [박가분이 고발한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 배경은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측이 올린 SNS 메시지. 그래픽=전유진
한때 ‘개딸(개혁의 딸)' 대표주자로 격상했던 박지현 비대위원장(이하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내부갈등의 진앙이 됐다. 일부 친야권·친이재명 성향 지지자들이 몰린 커뮤니티에서는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내부총질’로 비치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다. 얼마 전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또다시 사과를 요구하는가 하면, (화상회의에서 김남국 의원에게 농담을 한) 최강욱 의원에게는 성희롱 사과를 요구했다.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서 지지율 하락이 두드러지자 ‘민주당을 팬덤 정당이 아닌 대중정당으로 만들겠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특히 그가 밝힌 ‘586 용퇴론’이 당 지도부와 교감 없이 나간 메시지라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더욱 커졌다. 문제의 ‘팬덤’으로 지목받은 지지층은 격앙했고 민주당 정치인 사이에서도 입장이 엇갈렸다. 논란이 격화하자 박 위원장은 민주당 후보와 윤호중 위원장에게 사과하는 등 한발 물러난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이는 형식적인 사과였을 뿐 사과문 발표 직후에도 윤 위원장과 함께하기로 예정됐던 인천 집중유세에 불참하는 등 갈등은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
지난 19일 인천 계양역 광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과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대화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당시 후보에 의해 영입됐다. [국회사진기자단]
일련의 논란에 대해 민주당·이재명 후보 지지자 입장에서는 매우 답답하겠지만 이를 블랙 코미디로 받아들이는 반응도 적지 않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박 위원장이 이재명 영입 인사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민주당 자체가 처음부터 그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부류의 (청년 남성에 소구하는) 보수정치를 파훼할 다크호스로 여겼기 때문이다. 물론 대선 패배 직후 그를 위원장으로 추대할 당시 이런저런 우려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앞서 검증되지 않은 청년(여성)의 이벤트성 영입이라는 정치적 실험을 했던 정의당에서도 그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는 지적은 영입 당시부터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과 팬덤 지지층은 이런 합리적 문제 제기와 우려를 전부 무시하고, 신경질적인 반응마저 보였다. 심지어 한 친여권 사이트에서는 ‘박지현에 대한 공격은 이재명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발언이 큰 공감을 얻었다. 물론 현재는 넷상에서 박제 당한 채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말이다.

요사이 인터넷에서 우스갯소리로 유행하는 ‘해병문학’에 이런 표현이 있다. ‘너희들이 선택했으니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악깡버).’ 군대 내부에서 일어나는 각종 부조리와 악폐습을 반쯤은 자조적으로 표현할 때 나오는 대사다. 최근 그 표현을 빌려‘민주당이 선택한 정체성 정치다, 악깡버해라’라는 조소까지 나온다. 자신이 자초한 결과인데 ‘악깡버’조차 못하는 극렬 지지층이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게 현실이다.
박지현의 팬덤정치 사과가 공허한 이유
박지현 위원장을 평가하자면 관성적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의 문법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쉽다. 그가 N번방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 문제를 공론화한 경력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치인으로서의 역량과 별개다. 마치 정의당 장혜영 의원과 류호정 의원이 다큐멘터리 감독과 게임방송 BJ로 가지고 있던 역량이 정치인으로서의 역량과는 전혀 다르게 평가받듯이 말이다. 박 위원장 사과문에서도 의미 있는 내용은 찾기 어렵고 오히려 자기분열과 자아도취의 징후가 보인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지난 24일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첫 번째로, 애초에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스스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그가 ‘민주당이 팬덤 정치를 넘어 대중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고 발언했을 때 자기 자신의 출발점이 바로 그 팬덤이었다는 진솔한 자기 고백이 있었다면 최소한 진정성을 의심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냉정하게 말해 민주당이 ‘개딸’로 일컬어지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청년 여성팬덤’ 신드롬에 기대를 걸었기에 박지현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사실 그가 언급한 ‘팬덤 정치를 넘어 대중 정치로’라는 표어 자체는 잘못되지 않았다. 오히려 정곡을 찌르는 부분이 있다. 예컨대 개딸 팬덤 집단도 일부 다음 여초 카페와 서브 컬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발현된 현상일 뿐 2030 여성을 대표하지 못한다. 그것은 마치 최근 이준석 팬덤 집단이 된 한 축구 사이트가 2030 전체 남성을 대표한다는 시각만큼이나 어불성설이다. 팬덤 문화의 특징 하나는 개인숭배와 순수성에 대한 집착이다. 최근 박 위원장이 자신을 비판하는 자칭 개딸 집회에 대해 "진짜 개딸이 맞냐"고 물은 건 연예인 팬덤 집단의 내부검열 문화를 정치 버전으로 재연한 것이다. 이처럼 팬덤 정치 비판에서도 일관성이 없기에 박 위원장의 사과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두 번째로, 그가 말한 586 용퇴론 이후의 구체적인 대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586이 물러나면 청년들이 알아서 빈자리를 채우고 잘할 것’이라는 안일한 인식마저 엿보인다. 그러나 중요한 건 586이 물러난 다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이다.원래 민주당은 서민과 중산층을 아우르는 정당이었지 청년과 여성만의 정당은 아니었다. 그런데 박 위원장이 공식 SNS에서 팔로우하는 계정을 보면 그의 관심사가 온통 젠더 이슈 ‘원 툴’로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아하다. 트위터에서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며 박 위원장을 옹호하는 팬덤 집단 역시 성폭력 이슈나 그가 이재명 영입 인사라는 이유만으로 그를 지지한다. 민주당이 ‘트페미(트위터 페미니스트)’들의 협소한 세계관 속에 갇힌 채 이들에 휘둘리다가 전통적 지지층을 다 까먹은 정의당의 전철을 밟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20년 지난 유행 좇는 한국 진보
사실 지금까지의 비판은 공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숙련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정치신인에게 너무 많은 걸 기대하는 거라서 그렇다. 하지만 역으로 그런 기대를 거두고 보면 박 위원장이 보여주는 건 결국 (청년과 여성의 정체성 정치 외에는 어필할 것이 사라진) 민주당의 ‘의제 실종 위기’다. 이벤트성 할당이 아니라 아래서부터 정치적 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구조를 지금부터 고민하고 마련해야 한다. 이준석 대표가 도입한 국민의힘 ‘정치인 기초자격시험’을 조롱만 할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실력 있는 청년들을 트레이닝해서 정치인으로 성장시키는 더 나은 프로그램과 기획을 고민해야 한다. 이준석 신드롬 이후 현재 야심 있고 유능한 청년 인재들이 모이는 곳은 민주당이나 정의당이 아니라 국민의힘이다. 무엇보다 지금 민주당이 기대고 있는 이런 정체성 정치도 실은 청년 다수의 마음을 얻기에는 역부족이다. 정체성 정치 역시 다수의 지지를 얻어야 의미가 있다. 지금 청년들이 원하는 건 공정한 기회의 확대지 이벤트성 할당이 아니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좀 길지만 2019년 2월 MBC '100분 토론'의 한 청년 여성 발언을 인용한다.

“여성을 위해 무조건적인 혜택을 부여하는 건 장기적 관점에서 오히려 (여성들에게) 좋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만약 내가 여성 할당제로 임원 자리에 올라간다면 내 발언이 다른 남성과 동일하게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여자라서 끌어주길 바라지도 않고 만약 그렇게 끌어준다고 양성평등이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여성시대’ 등 일부 여초 커뮤니티는 싫어할지 몰라도 다수 청년은 당시 이 발언에 공감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제대로 ‘빌드업’이 안 된 히어로 물 영화나 일부 사이트에서만 공감하는 억지 밈(meme)은 제아무리 세련된 디자인이나 CG를 입혀도 대중의 감동이나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없다. 보여주기식 청년 영입에 청년 당사자들의 반응이 미적지근한 이유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젠더 이슈와 관련해 목소리를 꾸준히 내오고 있다. [중앙포토]
이제는 서구사회에서도 정체성 정치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약자와 피해자로 호명될 권한을 향유하는 일부에만 몰입한 결과 내부갈등을 양산하고 문제 해결에서는 오히려 멀어진다는 지적이다. 영국의 급진정치단체 활동가였고 지금은 사회학자인 프랭크 푸레디(Frank Furedi)는 최근 “정체성 정치는 분열적이고, 파괴적이며, 비인간적”이라고까지 못 박았다. 20년 전 유행이 끝난 정체성 정치를 아직도 새롭고 진취적이고 힙하다고 생각하는 건 진중권처럼 나이 드신 분들의 착각이 아닌가 싶다. 이번 민주당의 내홍을 기해 정체성 정치의 문제점을 학습할 기회로 삼는 건 어떨까. 이번에야말로 진보정치를 짓누르고 있던 정체성 정치의 분열상과 이율배반성을 벗어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아닌가. 물론 공부는 셀프다.



박가분(c_project@joongang.co.kr)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