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대란, 100배 가격에 낙찰…'대통령 시계' 얽힌 별의별 일화
대통령 기념시계는 대체로 소박하다. 시계 앞판엔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무궁화와 함께 수여하는 현직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기능도 시간과 날짜 확인 정도만 가능하다. 25일 공개된 윤석열 대통령 기념시계의 경우 대통령실이 제작 원가를 밝히지 않았지만, 전례에 비춰보면 4~5만원대일 가능성이 크다.
기념시계를 수여한 대통령이 현직에 재임 중일 때면 '아! 대통령과 인연이 있나보다'라는 암시를 주변에 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도 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한 군사정부 시절엔 소량만 제작되는 대통령 기념시계가 절대권력의 하사품, 권력과의 친분을 상징하는 징표로 여겨졌다.
이 때문인지 김영삼ㆍ김대중 정부 때는 생산량을 대폭 늘려 사회 각계에 선물했다. 김영삼 정부 당시엔 “YS시계 하나 차지 못하면 팔불출”이란 말까지 돌았다고 한다. ‘김대중 시계’의 경우 10종류 이상 제작됐고, 노벨평화상 수상 기념시계는 아예 선물용과 판매용 두 가지 종류로 제작됐다.

박근혜 정부 당시엔 기념시계를 소량만 제작해 선물하는 바람에,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가짜 박근혜 시계’조차 인기를 끌었다. 당시 검찰이 재판에 넘긴 ‘박근혜 시계’ 짝퉁 유통업자가 과거 ‘가짜 이명박 시계’ 제작자로 드러난 사례도 있었다.
노무현 정부 때는 ‘벽시계’가 논란이 됐다. 17대 총선을 3개월 앞둔 2004년 1월, 청와대가 홈페이지에 퀴즈를 맞히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인이 들어있는 벽시계를 주는 이벤트를 게시했다. 그러자 당시 야당은 “총선을 앞둔 불법 사전선거운동”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대통령 기념시계를 찬 손목을 은연중에 내비치며 청와대 직원을 사칭해 사기 치는 일은 고전 중의 고전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 본인은 물론이고 김대기 비서실장, 5명의 수석비서관 등 핵심 참모 중에서도 현재까지 ‘윤석열 시계’를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귀띔했다.
‘윤석열 시계’는 1950년 설립된 국내 시계제작 업체 ‘로렌스’가 만들었다. 로렌스는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념시계를 제작했던 업체다. 김대붕 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 전무는 2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취임 직후에 선물할 소량의 시계 제작업체로 대통령 기념시계 제작 경험이 있는 로렌스가 이번엔 선정된 것으로 안다”며 “이후 배포할 기념시계 제작 업체는 제한경쟁 입찰을 통해 결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기정(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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