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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환의 지방시대] “2050년 일본, 지방 분산형으로 가야 파국 면해”

교토대 히로이 교수팀이 제시한 지속가능 사회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겸 대구지사장
2050년, 일본은 지속 가능한가.

일본 교토대 ‘마음의 미래연구센터’ 히로이 요시노리(廣井良典·61) 교수 그룹과 ‘히타치교토대 연구소’는 2017년 9월 일본의 지속 가능한 미래 설계에 도전했다. 히타치의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2018~2052년 기간 약 2만 개의 시나리오를 예측하고, 최종적으로 6개 그룹으로 걸러냈다. 인구, 재정·사회보장, 도시·지방, 환경·자원의 지속 가능성과 고용, 격차, 건강, 행복을 구분의 잣대로 삼았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와 제언은 크게 세 가지다.
인구 감소시대 청년 지원 늘려야
국토는 지역거점 중심으로 개발
도·농 비대칭, 농업 기본소득 필요

“일본, 1000조엔 빚 미래세대 넘겨
한국은 현 세대서 정면 대응하길
지속가능 복지 사회가 양국 과제”

첫째, 미래의 지속 가능한 시나리오는 크게 도시 집중형과 지방 분산형으로 나뉜다. 도시 집중형은 기업 주도 기술 혁신으로 도시에 인구가 집중하고 지방은 쇠퇴한다. 출산율 저하와 격차 확대가 심해지고, 건강수명과 행복감은 낮아진다. 반면, 정부 지출이 도시로 집중하면서 재정은 오히려 회복된다. 지방 분산형은 인구 분산과 출산율 회복이 이뤄지고, 격차가 준다. 건강 수명과 행복감도 늘어난다. 하지만 재정과 탄소 배출량 등 환경의 악화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둘째, 향후 8~10년 기간 두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고, 그에 따른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지속 가능성 관점에서 보다 바람직한 것은 지방 분산형이다.

셋째, 지속 가능한 지방 분산형을 이루려면 17~20년 후까지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 지방 세수, 역내 에너지 자급률과 고용 등을 높이는 정책을 계속해야 한다.

조세부담률 유럽 수준으로 올려야

저출산 고령화 트렌드와 산업구조 변화의 패러다임 전환기, 시간은 일본 편이 아니며 파국을 피하려면 지방 분산형 사회 구축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히로이 교수는 이 연구를 포함해 2019년 『인구감소 사회의 디자인』이라는 책을 냈다. 지속 가능한 복지 사회를 위한 그의 10가지 제언은 울림이 적잖다. 네 가지는 구체적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①미래 세대에 빚 떠넘기기를 빨리 해소해야 한다. 소비세를 포함한 조세 부담률을 유럽 수준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

②인구감소 사회에선 인생 전반(前半)의 사회보장, 다시 말해 청년 세대에 대한 지원 강화가 중요하다. 세대 간 불공정 개선을 위해 연금 총지급액(약 55조엔, 548조원) 가운데 1조엔 정도를 교육·고용 등 청년 지원에 재분배한다.

③지역이나 국토 구조를 지역 거점(據點) 집중으로 바꾼다. 도시나 지역의 거점이 많이 있으면서 각 거점은 집약적인 마을로 이뤄지는 구조다.

④도시와 농촌은 비대칭 관계로 그냥 두면 도시에 유리한 구조가 돼 사람이 도시로 흘러간다. 도·농의 지속 가능한 상호의존을 위해 농업형 기본소득 등 다양한 재분배 시스템을 도입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히로이 교수의 제언은 한국에도 시사적이다. 우리의 합계출산율(2021년 0.81명)은 세계 최저이고, 고령화는 세계 최고 속도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수인 노인부양비는 2020년 일본 48명, 한국 22명에서 2055년(일본 76.3명, 한국 77.1명) 역전된다(유엔 세계인구전망 2019). 2065년 일본은 75.9명으로 하락세로 돌지만, 한국은 88.1명으로 정점을 맞는다.

‘2050년, 일본은 지속 가능한가’는 미래가 우리에게 던지는 근본적 물음이자 경종이기도 하다. 히로이 교수를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도쿄대에서 공공정책·과학철학을 전공한 그는 후생노동성에서 10년간 근무하고 지바대 교수를 지냈다. 연구 분야는 사회보장·환경·의료·도시정책에서 사생관까지 폭이 넓다.

‘도시형 커뮤니티’가 최대 과제

히로이 요시노리

Q : 일본에 인구감소 사회가 갖는 함의는.
A : “일본 인구는 메이지 유신 이후 급격한 증가를 했고, 제2차 세계대전 후에도 같은 추세가 지속했다. 하지만 2008년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서 현재의 출산율(1.34)이 계속되면 2050년 후엔 1억 명을 밑돌고 이후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와 경제는 확대를 지속한다’고 하는 근대화 이후의 당연한 전제가 뿌리째 바뀌는 만큼 일본 사회의 모든 면에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인구는 정상화(定常化·안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의 출산율이 2명 전후로 서서히 개선하는 것이 좋고, 2100년쯤을 향해 그렇게 된다면 일본 인구는 8000만명 안팎에서 감소가 멈추고 안정화한다. 이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Q : 인생 전반기의 사회보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A : “출산율 저하의 배경으로 부부의 자녀 수 감소와 미혼(未婚)·만혼(晩婚)을 들 수 있다. 하지만 부부의 자녀 수는 거의 줄지 않았다. 그런 만큼 미혼·만혼이 큰 이유이고, 이는 젊은 세대의 고용·생활의 불안정과도 맞물려 있다. 그런 만큼 젊은 세대에 대한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교육(대학 교육의 사적 부담 경감 등), 고용, 주택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Q : ‘지역 거점 집중’의 국토 구조를 부연한다면.
A : “도쿄 일극(一極) 집중이 큰 문제다. 도쿄의 출산율은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 가운데 가장 낮은 만큼 도쿄로 집중될수록 일본 전체의 인구 감소가 가속한다. 현재 진행되는 것은 정확하게 말하면 ‘일극 집중’이 아니라 ‘소극(少極) 집중’이다. 다시 말해 삿포로, 센다이, 히로시마, 후쿠오카의 인구 증가율(이동 포함)은 도쿄권만큼 높고, 땅값 상승률은 도쿄권보다 높다. 이를 다극(多極) 집중으로 해나가야 한다. 극이 되는 도시·지역이 다수 존재하고, 극 자체가 집약적인 구조로 돼 있는 것을 말한다.”


Q : 일본의 인구 이동과 관련해 ‘지방에서 이륙하는 시대에서 지방에 착륙하는 시대로 바뀌었다’고 한 점이 흥미롭다.
A : “지방에서 대도시권으로 인구 이동이 많았던 시기는 지금까지 세 차례다. 1960년대의 급속한 도시화와 고도 성장기, 1980년대 후반의 거품 경제기, 200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압도적으로 규모가 큰 이동은 1960년대이고, 1980년대와 2000년대 이후는 규모가 작다. 현재 젊은 세대에서 ‘로컬(local), 지역, 현지(地元)’ 지향이 강해지고 있다. 예컨대 게이오·와세다 등 도쿄 사립대의 경우 예전에는 전국에서 학생들이 모였지만, 지금은 입학생의 80%가 수도권 출신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중을 피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Q : 커뮤니티는 왜 중요한가.
A : “‘세계 가치관 조사’ 결과를 보면, 일본은 선진국 가운데 가장 ‘사회적 고립’이 높은 나라다. 여기에는 농촌, 회사 등 낡은 커뮤니티가 무너지고 새로운 커뮤니티가 생겨나지 않은 점이 한몫했다. 일본 사회는 ‘안과 밖’의 구별이 강하고, 집단의 폐쇄적인 경향도 세다. 개인이 독립하면서 집단을 넘어 연결해 가는 ‘도시형 커뮤니티’의 구축이 일본 사회의 최대 과제다. 일본 도시는 미국을 모델로 삼아 지나치게 도로, 자동차 중심으로 만들어 커뮤니티 공간이라는 성격을 잃고 있다. 지방 도시 상당수는 중심부가 공동화해 ‘셔터 거리’가 되고 있다. 독일 등 유럽 도시를 참고해 걸어서 즐길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 가는 것이 매우 큰 과제다.”

경제 확대에 대한 믿음 버려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Q : 인구와 재정 측면에서 일본의 흐름은.
A : “쇼와(昭和·1926~89년)는 인구와 경제가 계속 증대해 경제성장 목표만을 지향한 ‘집단으로 한 길을 올라간 시대’다. 헤이세이(平成·1989~2019년)는 쇼와 시기 ‘일등국가 일본(Japan as Number One)’의 성공 체험이 스며들어 쇼와의 방식을 계속한 결과, ‘잃어버린 30년’이 됐고 재정 적자가 크게 누적됐다. 레이와(令和·2019~)는 인구 감소 시대다. ‘인구와 경제가 확대를 계속한다’는 발상을 뿌리째 바꿔 ‘지속 가능한 복지 사회’를 실현해야 할 시대다. 젊은 세대일수록 쇼와적 발상에서 서서히 변하고 있어 희망을 보고 있다.”


Q : 한국에 제언이 있다면.
A : “한국과 일본의 상황은 크게 보면 많이 닮았다고 본다. 출산율 저하, 젊은 세대의 어려운 상황, 과도한 집중 사회 등이 그렇다. 이것은 급격한 ‘따라잡기 넘어서기’ 형의 근대화와 성장 사회의 경험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일본은 고령화에 따른 부담 증가의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1000조엔(GDP의 약 2배)에 이르는 빚을 장래 세대에 미루고 있다. 현재 일본의 최대 문제는 여기에 있다. 한국이 문제를 미래 세대로 미루지 않고, 현세대에서 정면으로 논의·대응해 나가기를 기대하고, 또 제언하고 싶다. 한·일 양국은 급격한 인구감소 사회로의 이행이라는 점에서 그야말로 공통의 큰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에 관한 상호 대화, 교류, 연계가 향후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양국이 서로 연대하면서 아시아에서 ‘지속 가능한 복지 사회’를 실현해 나가는 것이 시대의 과제(테마)라고 본다.”



오영환(oh.yo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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