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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지키다 숨진 교사, 그 충격에 숨진 남편…美총기난사 비극

텍사스 롭 초등학교 총기난사에 희생된 교사 아르마 가르시아(왼쪽)와 에바 미렐레스. [사진 트위터]
“우리는 정말 멋진 1년을 앞두고 있어요!”

미국 텍사스주의 작은 마을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 4학년 교사였던 에바 미렐레스(44)가 학기 초에 소셜미디어(SNS)에 쓴 이 글은 공허한 울림이 되고 말았다. 학기 마지막 날인 26일(현지시간) 함께 쓰는 교실을 정리하고 여름 방학을 준비하고 있어야 할 미렐레스와 동료 교사 아르마 가르시아(48)는 그 자리에 없다. 학교에는 대신 비통함 속에 이들과 아이들 19명의 장례식 준비만이 한창이다.

미렐레스와 가르시아는 이 학교에서 5년간 팀을 이뤄 학생들을 가르쳤다. 유밸디의 교육 전문가 나탈리 아리아스는 “미렐레스와 가르시아는 텍사스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가장 위대한 교사 중 두 명이었다”며 “그들의 교실은 (아이들이 재미있게) 킥킥대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팀워크는 훌륭했고 무엇보다 사랑으로 가득했다”고 애도했다.

네 자녀 남기고…남편도 이틀 만에 숨져
총기 난사 사건 한 달여 전 쯤 에바 미렐레스와 아르마 가르시아, 학생들. [사진 트위터]
이날 BBC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총기 난사 사건 당시 이들은 아이들을 총탄에서 보호하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르시아의 조카 존 마르티네즈는 뉴욕타임스에 “가르시아는 마지막 숨이 남아있을 때까지 아이들을 품에 안고 있었다”며 수사 당국이 유족에 밝힌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교실에서 아이들을 보호하려고 희생했다. 그녀는 영웅이었다”면서다.

가르시아는 롭 초등학교에서만 23년간 교편을 잡은 베테랑 교사였다. 2019년엔 학교에서 ‘올해의 교사’로도 선정됐었다. 올 초 지역 웹사이트엔 “새 학기를 시작했다는 게 너무 기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교사 연수에도 적극적이었다. 최근엔 SNS에 “나의 미래 학생들이 독립적인 학습자가 되도록 독려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 방법을 많이 배웠다”며 교육과 학생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12살부터 23살까지 네 자녀를 둔 엄마이기도 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가족과 함께 하는 모습을 공유하면서 “놀라운 남편과 아이들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가족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엄마를 잃은 지 불과 이틀 만에 아빠마저 잃었다. 가르시아의 남편 조 가르시아가 심장마비로 숨지면서다. 마르티네즈는 “(아내를 잃은) 깊은 슬픔 때문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26일 롭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희생자를 애도하는 친구들과 주민들. AFP=연합뉴스
17년 차 교사였던 미렐레스 역시 아이들을 위해 희생을 자처했다. 그의 딸 아달린 루이즈는 트위터에 “사랑스러운 엄마”에 대한 가슴 아픈 찬사를 썼다. “사심 없이 아이들을 구하려고 총 앞으로 뛰어나갔다. 사람들이 엄마의 이름과 아름다운 얼굴을 알게 되고, 영웅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게 되어 기쁘다”는 내용이다.

미렐레스는 지역 웹사이트에 자신을 달리기와 하이킹을 좋아하고 “힘이 되고 즐겁고 사랑이 넘치는 가족이 있다”고 소개했다. 공교롭게도 남편은 학교 경찰이다. 불과 두 달 전, 남편은 유밸디 고등학교에서 사격 훈련을 했다. 남편은 사고 소식을 듣고 롭 초등학교로 달려가 울부짖으며 아내에게 가려고 했지만, 다른 경찰들이 그를 붙잡고 있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미렐레스는 몇 년 전 정규 교실에서 통합 수업을 받기 시작한 발달 장애 학생들을 가르친 특수교사다. 학부모 오드리 가르시아는 트위터에 “그는 아름다운 사람이자 헌신적인 선생님이었다”며 “(발달 장애가 있는) 내 아이를 믿어주고 가르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고 그를 애도했다.

총격범 18살 생일 다음 날 소총 합법적 구매
텍사스주 총기 난사 사건 총격범 샐버도어 라모스. [사진 트위터]
학부모와 주민들은 이들을 애도하면서도 총기 규제 문제에 대한 분노도 감추지 않고 있다. 텍사스에선 18세 이상은 누구나 합법적으로 총기를 살 수 있다. 총격범 샐버도어 라모스(18)는 생일 다음 날인 지난주 반자동 소총 2개와 탄약을 샀다. 미렐레스의 이모 리디아 마르티네즈 델가도는 성명에서 “총기 사고는 계속될 것이고, 아이들은 아무런 죄가 없다는 데 분노한다”며 “총기는 모두가 쉽게 사용할 수 있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1999년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이 희생된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이후 미국에선 학교 공격으로 어린이와 교사 등 최소 185명이 숨졌다. 캔자스주엔 “의무를 다하다 희생한” 교육자를 위한 기념관도 있다. BBC는 “보통 (나라를 지키다 희생한) 군인들에게 주로 쓰는 표현이 이곳에선 교사를 기념하고 있다”며 “이제 기억의 벽에 새겨야 할 두 개의 이름이 더 있다”고 애도했다.




추인영(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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