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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집중분석 | 지방선거 총대 멘 이재명의 세 가지 고민

원내 진입해 당권 잡고 ‘초선 중진’ 문재인의 길 간다?

‘사법리스크 방패용’ 시선 따가워도 차기 대권 가도 위해 당권 장악 필요
지방선거 승리하면 입지 탄탄, 패배하면 친문 등 구주류와 격돌 불가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르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그는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 지방선거와 보궐선거를 진두지휘한다.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선거에서 패배한 정치인은 일정 기간 쉬거나 자숙하면서 다음 행보를 구상하는 휴지기를 갖게 마련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2년 12월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패한 뒤 조용히 의원직을 수행하며 2선으로 물러나 있었다. 문 전 대통령이 당대표를 맡으며 전면에 나선 건 그로부터 2년 뒤인 2015년 초였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정치권의 기존 관례에 기댄 예상을 이번에도 여지없이 깨뜨렸다. 대선 패배 후 꼭 3개월 만에 정치 재개를 선언했다. 과감한 결단력과 빠른 실행력은 이 고문의 특기다. 정치 재개 선언도 이재명다웠다. 이 고문은 5월 8일 인천광역시 계양구에 있는 계양산에서 6·1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계양을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한 송영길 전 의원의 지역구였다. 이 고문은 “저의 정치적 안위를 고려해 지방선거와 거리를 두라는 조언이 많았고, 저 역시 조기 복귀에 부정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당이 처한 어려움과 위태로운 지방선거 상황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잡하면 큰길로 가라 했다. 오늘 저 이재명은 그 책임의 길에 나선다”고도 했다.

이 고문의 정치 재개는 그 자신의 의지였지만, 요구에 부응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 민주당 간판으로서 그의 경쟁력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의 거취는 대선 직후부터 민주당과 지지자들의 뜨거운 감자였다. 대선 패배의 후유증을 추스르고 당을 재정비할 겨를도 없었다. 새 정부 초대 국무위원 인사청문회에 이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치러야 할 지방선거까지 정치 일정이 빼곡해서다.

이후 일정이 어떻든 선거 패배는 누군가 책임을 질 수밖에 없었다. 송영길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가 물러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이재명 후보는 상임고문에 추대됐다. 대선후보에 대한 관례다. 여기까진 이 고문이 2선으로 물러나는 모양새로 비쳤다. 윤호중 원내대표와 박지현 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이 공동비대위원장으로 당을 재정비할 투 톱으로 나섰다. 박 위원장은 친이재명계로 분류된다.

대선 후 3개월 만의 정치 재개, 왜?
5월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이재명 상임고문의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지지자들이 그를 연호하고 있다. / 사진:김성룡 기자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고문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추대론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김두관 의원은 “이재명 비대위를 출범시키자”며 ‘이재명 비대위원장 추대와 민주당 쇄신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였다. 김 의원은 “제대로 된 개혁입법 하나 통과시키지 못해 대선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던 윤호중 비대위원장으로는 위기 수습과 지선 승리가 불가능하다”고 일갈했다. 당원들도 이 고문을 당대표로 추대하자며 힘을 실었다.

이 같은 목소리의 근거는 이 고문이 비록 패배했지만 근소한 차이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불과 0.73%였다. 아직 50대에 불과한 이 고문을 대체할 만큼 대중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인물이 마땅치 않다. 지방선거에서 대선 패배를 만회해야 할 민주당으로선 ‘얼굴마담’이 어느 때보다 필요했다.

다만 이 고문은 이 같은 ‘부름’에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진로 고민보다 재충전이 먼저”(이 고문 측근)라는 이유를 내세워 사실상 고사했다. 표면적으로는 그랬지만, 사실 대선 직후 향후 정치 행보가 이 고문에게 가장 깊은 고민거리였으리란 건 불 보듯 빤한 일이다.

이 고문이 칩거하는 동안 그의 행보에 대해 여러 관측이 있었다. 처음에는 지방선거 차출론이 나왔다. 새 정부 출범으로 인해 여론은 국민의힘과 정부에 쏠려 있는 상황이다. 지방선거 국면에서 여론의 시선을 돌릴 만한 인물이 필요하다.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에 대선후보급 인물이 나온다면 해볼 만하다. 이 고문의 서울시장 차출론을 제기한 이들이 내세운 명분이다.

하지만 서울시장 차출론은 그리 큰 지지를 얻지 못했다. 대신 지방선거와 함께 치르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차출론이 좀 더 힘을 얻었다. 같은 날 선거를 치르다 보니 여론의 주목도를 높일 수 있고, 원내 경험이 없는 이 고문에게도 향후 정치 행보에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르는 보궐선거는 대구 수성구을, 인천 계양구을, 성남 분당구갑, 원주시갑, 충남 보령서천, 경남 창원의창구, 제주시을 등 7곳이다. 호남을 제외한 전국에서 치러져 새정부에 대한 신임을 확인하는 ‘미니 총선’으로 불린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으로서도 중간평가 성격을 갖는 터여서 의미가 남다르다.

본인·부인·측근 수사, 자연인 신분으로는 부담
국민의힘 김형동(오른쪽부터), 유상범, 최춘식 의원이 2월 11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배우자 김혜경 씨 등에 대한 직권남용, 국고손실,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정부과천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이 고문이 보궐선거에 나오리란 관측이 힘을 얻었다. 정치 경험을 쌓는 의미도 있지만, 그보다 당장 이 고문이 처한 상황 때문이다. 이 고문은 자신과 아내 김혜경씨, 측근들이 수사 선상에 올라 있거나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일찌감치 대장동 개발 관련 의혹으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기소 돼 있다. 대장동 사건은 대선 전부터 이 고문을 괴롭힌 난제다. 이 고문이 “진짜 몸통은 내가 아닌 국힘”이라며 반격하고 있지만, 자신에게 맞춰진 프레임을 좀처럼 깨지 못하고 있다.

5월 2일에는 경찰이 성남FC 관련 제삼자 뇌물수수 사건으로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했다. 이 고문은 성남시장 재직 시절 구단주로 있던 성남FC가 기업들로부터 후원금을 유치하는 대가로 용도변경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성남FC는 2015년 두산, 네이버 등으로부터 구단 후원금과 광고비 명목으로 160억여원을 받았다. 바른미래당은 이 고문이 후원금 대가로 부정한 청탁을 받아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변경 등 현안을 처리해줬다며 이 고문을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앞서 4월 초에는 이 고문의 아내 김혜경씨가 연루된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경기도청 압수수색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영장에서 이 고문과 김씨를 피의자로 적시하고, ‘국고손실 혐의 공범’으로 명시했다. 여기에 친문 지지자들이 고발한 변호사비 대납 의혹도 검찰에 가 있다.

이처럼 대선 때문에 미뤄뒀던 경찰 수사가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다시 진행되면서 이 고문도 마냥 진로 고민에 뜸을 들일 수만은 없었을 거란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여의도의 한 정치컨설턴트는 “이 고문은 선거 후 사실상 ‘자연인’이어서 당 안팎 어디에도 그를 막아줄 방패는 없는 상황”이라며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이 고문이 경찰에 소환되는 장면만으로도 앞으로 그의 정치 생명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이런 관측이 이 고문 입장에선 억울할지 모르지만, 그가 처한 상황만 놓고 보면 억측으로 보긴 어렵다. 국회의원에게는 불체포특권이 있다. 현행범이 아닌 한 회기 중에는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하거나 구금할 수 없는 특권이다. 체포에 대한 국회 동의는 표결에 부쳐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이뤄진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서 만약 이 고문이 보궐선거에서 당선된다면 그에 대한 체포나 사법처리는 당분간 거의 불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가 끝난 뒤 재선에 성공한다면 다음 대선(2027년)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이 고문의 계양을 출마를 ‘방탄용’이라고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본인이 무슨 말을 하든 방탄용 출마라는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고 했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선되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이준석 당대표는 “대장동 수사와 소고기 초밥 수사가 좌절되는 일이 없도록 불체포특권에 대한 개정을 연구하고 추진해달라”고 원내지도부에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국면에서 불체포특권 개정을 이슈화해 여론 주도권을 쥐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살아 있는 ‘개혁 동력’이 그를 소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초선으로 원내에 입성한 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가 되어 ‘문재인의 민주당’으로 재정비해 대권의 초석을 놓았다.
민주당으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민주당이 정치개혁 대상의 하나로 지목해왔던 사안이다. 올해 초 민주당 정당혁신추진위는 국회의원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혁신안을 발표한 적 있다. 이 고문도 지난해 11월 대선 과정에서 불체포특권 제한을 정치개혁 공약으로 내세운 적 있다. 최근 3선 박완주 의원의 보좌진 성추문과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 발언 논란 등 당내에서 잇따른 성비위 의혹에 여론도 민주당에 싸늘하다. 하지만 이 고문의 한 측근은 “이 고문은 방패 뒤에 숨는 스타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스스로 정면 돌파해 길을 개척해왔고, 원내 진입하려는 것도 더 큰 정치를 위한 포석일 뿐 불체포특권을 고려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측근의 말대로 사법리스크를 제외하더라도 이 고문이 이번 선거에 나서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지난 대선에서 일부 드러났듯이 그의 당내 지지기반이 아직 탄탄치 않다는 점이 도리어 그에겐 명분이기도 하다. 5월 3일 계양산에서 던진 이 고문의 출사표에는 ‘기득권 정치 극복’이란 키워드가 들어 있다. 이 고문은 지금의 정치가 “경쟁이 아니라 대결과 증오, 실천 없는 말잔치와 헛된 약속”만 있을 뿐이라는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이는 대선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문제의식의 연장선이다. 변방에서 정치를 시작한 이 고문의 눈에 비친 중앙 정치무대는 능력에 따라 인정받고 철학이 구현되는 이상향과 거리가 멀다. 당과 당, 정파와 정파가 대립하고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글이다. 스스로 경쟁력을 인정받은 정치인이라 자부하지만, 정치 현실의 벽은 그에게 아득히 높기만 하다. 대선이 끝난 뒤 이 고문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당내에서 우려와 반발이 새어 나온 것은 대선후보였던 그가 민주당 기득권의 저변에 머물러 있음을 방증한다.

민주당 주류에게 이 고문은 여전히 가장 위협적인 당권 경쟁자다. 대선 과정에서 이 고문을 지지했던 ‘포스트 586’은 와해되지 않았다. 당내 비주류에게 있어 이 고문은 정치 교체, 세대 교체를 이룰 적임자로 꼽힌다. ‘한총련 세대(70년대생 90년대 학번)’를 주축으로 한 이들은 포럼을 만들어 586세대 이후 민주당을 이끌 새로운 세력화 논의를 시작했다. 이 고문의 측근들도 여의도에 ‘사랑방’을 만들어 후일을 도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캠프에 있던 이들 중 일부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 캠프 등 주요 지방선거 후보들 캠프로 이동해 후보들 간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 고문의 고민은 당선 이후로 맞춰져 있다. 인천계양을 지역구는 서울시장에 출마한 송영길 전 대표의 텃밭이다. 송 전 대표는 이곳에서 다섯 번의 총선(16·17·18·20·21대)에 내리 승리했다. 18대 대선에서 문 전 대통령이 52.56%를, 19대 대선에서 43.35%(2위 안철수 후보 23.71%),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52.31%를 얻은 민주당 강세지역이다. 이 고문의 승리는 이변이 없는 한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

문재인이 걸었던 ‘초선 중진’의 길 간다
따라서 이 고문이 당면한 과제는 민주당의 지방선거 승리를 견인하는 데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이 고문의 당내 입지와 역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가 원내 진입에 성공한다면 ‘초선 중진’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크다. 초선 중진은 문 전 대통령이 걸었던 길이다. 문 전 대통령은 2012년 제19대 국회에 입성한 뒤 그해 말 대선에 패배했지만, 3년 뒤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당대표에 오르면서 당내 입지를 굳혔다. 뒤이어 2017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선출됐고, 두 번째 도전에서 대권을 거머쥐었다.

민주당은 8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를 비롯해 새로운 지도부를 꾸린다. 이 고문이 보궐선거에 당선하면 다음 수순은 당대표 도전으로 귀결한다. 올해 선출되는 당 지도부는 2년 뒤에 있을 22대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할 막중한 권한을 갖는다. 이 고문이 당대표가 되면 그가 천명해온 정치·세대 교체를 실현할 기회를 갖는 셈이다. 민주당의 한 조직통은 “이 고문이 당대표가 된다면 다음 총선까지 2027년 대선을 준비하는 ‘밭갈이’ 기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고문에게 지방선거는 양날의 검이자 독이 든 성배다. 민주당 비대위는 이 고문을 계양을에 전략공천하는 동시에 지방선거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겼다. 험지 출마를 피한 대신 지방선거 승리라는 막중한 임무를 걸머진 셈이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이 고문의 당내 입지는 한층 더 탄탄해질 수 있다. 반면 패배할 경우 민주당은 대선 후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선거 연패 책임을 두고 구주류와 신 비주류의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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