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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삶] 숨비소리

그림자를 다시 돌려놓으며// 광장은// 좋은 오후가 뭔지 알아// 이파리/ 떠가는// 새 날아간 만큼 번지는 하늘// 나무가 더 자라도 될까/ 둘러보는 동안// 모든 어깨를 찾으려고 부는 바람// 누군가는 누군가의 젊음으로 서 있고
 
-유이우 시인의 ‘숨’ 부분
 
 
 
신록은 우거지고 하늘은 맑다. 바람은 시원하게 불고 새들은 지저귄다. 작약은 피어 함박웃음을 짓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충만해지는 오월이 아름답다. 눈부시게 황홀한 날이 우리 인생에 얼마나 될까. 계절과 날씨는 물론이거니와 삶이 기대치에 다다라 흡족한 날은 그리 많지는 않다.  
 
바람도 나무도 긴장을 풀고 평화롭기만 한 주말 오후 하늘을 바라보며 크게 숨을 쉬어본다. ‘숨’이라고 말해보기도 한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숨을 쉰다. 숨이란 살아있다는 증거, 견뎌온 자가 누리는 호흡이고 우주의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통로이다.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창2:7)라고 성경은 말한다. 당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만드시고 맨 처음 하신 일이 숨을 주신 것이다. 숨이란 하나님의 절대 권한이다. 사는 일과 죽는 일이야말로 누구도 맘대로 할 수 없는 것이고 보면 숨을 쉴 수 있다는 건 하나님의 축복임은 자명하다.
 
살아 있는 모든 이들에게 격려와 감사가 절로 나온다. 아흔다섯 해 봄을 맞고 계신 어머니께 감사하고 걸음마를 시작하더니 몇 달 사이 뛰기도 하는 손자에게 감사하다. 어김없이 피어나는 앞뜰의 패랭이꽃도 대견하고 끝도 없이 손길을 요구하는 잡초들도 그리 밉지 않다.
 
느낌만으로 살아지는 건 아니다. 생활의 조건들인 물적 필요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 필요들의 여하에 따라 우리는 행복해하기도 하고 불행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느낌이라는 섬세하고 여린 감정이 그 어떤 것보다 크게 작용하는 때도 있다. 숨이라는 말 앞에, 숨이라는 명제 앞에 서 있을 때, 살아 있음이 느낌이 되어 전율하게 되곤 한다.  
 
해녀들이 잠수를 마치고 물 위로 올라와서 내는 휘파람 같은 소리를 ‘숨비소리’라고 한다. 참았던 숨을 몰아쉬고 숨을 고를 때 내는 소리다.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산소를 들이마시기 위한 생존의 소리라고도 한다.  
 
숨은 쉬기도 해야 하지만 고르기도 해야 한다. 숨을 고르는 일은 나아갈 방향을 놓고 고민할 때나 장애물을 건너야 할 때 힘의 안배를 의미한다. 충분한 숨 고르기로 장대높이뛰기 선수는 기록을 경신하기도 한다. 삶이 파도처럼 흔들릴 때, 좌초하지 않으려면 평형을 유지해야 하듯 숨 고르기를 통해 평정심을 얻기도 한다.  
 
‘숨을 거두다’라는 말은 ‘죽음’의 다른 말이다. 숨이라는 말은 이렇게 서늘함을 거느리고도 있다. 숨이야말로 생명의 마지노선이다. 들숨과 날숨의 짧은 요동 사이로 존재와 부재가 엇갈리는 순간을 맞곤 한다.    
 
오월이 눈 시리게 환하지만 뒤편엔 그늘이 있을 것이다. 생활에서 오는 피로감은 우리의 느낌을 망쳐놓기 일쑤다. 초록에 취해 얼큰해진 기분조차 긁어놓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숨을 쉴 수 있어 이 계절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면 뭘 더 바라겠는가. 심호흡하고 숨을 고르기도 하는 봄의 막바지, 초록에 편승해 한껏 푸르러지는 마음만으로 족하다. 살아있다는 한 가지만으로도 바라던 모든 것을 다 얻은 것 같이 벅차오르는 이 느낌이 좋다.

조성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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