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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조그마한 돌

사람들은 태산이 무너져 깔려 죽은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들보다는 조그마한 돌에 걸려 넘어져 죽은 사람이 훨씬 더 많이 있습니다. 저의 친구 중에 아주 건강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같이 테니스를 치면 코트를 휙휙 날아다니는 것처럼 몸이 빠르고 기운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를 보고 “아니 인삼으로 깍두기를 담가 먹었나 어디서 그런 힘이 생기지”하고 놀렸습니다. 그런데 그가 올해 초 세상을 떠나갔습니다. 우리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서 서로 “아니 그렇게 건강하던 그가 어찌 된 것이지” 하고 물어보았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그가 작년에 넘어져 뇌에 출혈이 생기고는 내리막길을 가게 되고 몸이 빨리 나빠지면서 세상을 떴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렇게 건강하던 친구가 자그마한 돌에 걸려 넘어져 세상을 뜬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저의 장인어른도 100세를 사셨습니다. 그러다가 100세 생일을 며칠 앞둔 날 은행에서 나오다가 작은 돌에 걸려 넘어지셔서 뇌출혈로 돌아가셨습니다. 세상에는 큰 사고 보다 작은 일로 잘못되는 일이 훨씬 많습니다. ‘킬리만자로의 눈’이라는 소설에서 주인공 해리도 하마나 사자의 습격으로 죽은 것이 아니고 아프리카 잡목의 가시나무에 다리가 찔리고 염증이 심해져서 세상을 떠납니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의 주인공 파울 바이머도 그 심한 폭격이나 육탄전에도 살아남습니다. 그런데 전쟁이 거의 끝나가던 때에 보초를 서러 나갔다가 유탄에 맞아 세상을 떠납니다. 아주 작은 사고입니다. 그리고 며칠만 지나면 전쟁이 끝나 집으로 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속담에 바늘구멍이 둑을 무너트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말 사소한 일이 대사를 망치는 것입니다. 100년을 끌었다는 포에니아 전쟁에 카르타고 성은 견고했습니다. 성안의 군량은 10년을 먹을 것이 있다고 했고 난공불락의 성이었습니다. 그러나 카르타고의 돈 많은 귀족, 아스틸락스가 카르타고 시의 자세한 지도를 로마군에 팔아먹었을 때 난공불락의 카르타고 시는 함락되고 정말 지옥과 같은 참상이 벌어졌습니다. 박정희 대통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경호대장인 차지철은 대통령 경호실은 일개 연대 병력의 수준으로 경호했습니다.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수도경비사령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부의 작은 적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배신이 연대 병력의 경호를 허물어트리고 대통령은 무너졌습니다. BC 44년 3월 15일은 로마의 역사에서는 아주 중요한 날입니다. 그 많은 전쟁에 이기고 로마의 영토를 넓혀주었던 대장군 줄리어스 시저가 암살을 당한 날입니다. 그 많은 전쟁에서도 상처 하나 입지 않았던 시저는 그날 원로원에 나가지 말라는 부인의 청을 물리치고 원로원에 나갑니다. 그리고 카시오스 부르터스 일당의 칼에 맞아 쓰러지고 로마의 역사는 바뀝니다. 그저 그날 원로원에만 안 나갔어도, 자그마한 돌을 조심했어도 로마의 역사, 세계사는 변했을는지 모릅니다.  
 
‘대야망’이란 소설의 도쿠가와 이에야쓰는 온갖 고생을 다 하고 온갖 굴욕을 다 참으면서 일본을 통일하고 대장군이 됩니다. 그러나 그는 썩 마음이 내키지 않는 사람의 초대에 가서 저녁을 먹고 식중독으로 대장군의 삶을 마감합니다. 크나큰 전투에서 죽은 것이 아닙니다. 아주 작은 돌에 걸려 넘어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큰 것만 바라보고 작은 것을 지나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작은 돌에 걸려 죽을 때가 많은데 그 작은 돌을 보지 않고 저 큰 산이 무너져 나를 덮치지 않을까 하고 염려를 하며 살아갑니다. 알프스산이 내 머리 위로 무너질 염려는 없습니다. 바로 내 발 앞의 작은 돌에 걸려 넘어지지 않아야 합니다.



이용해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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