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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기다림의 끝

긴 겨울이 지나갔다. 대서양의 바다가 봄바람의 소식을 끌고 왔다. 올해는 이상 기후로 따뜻한 날씨가 일찍 시작되어 특히 뒷마당의 한국 동백이 일찍 피다가 갑자기 기후의 변동으로 동백이 수난을 만났다. 여러 번의 대서양 출입 예약이 취소되며, 대서양의 문은 쉽게 열리지를 않고 4월 말일에야 겨우 문을 열었다. 참으로 지루한 기다림의 날들이었다.  
 
오랜만에 출항 일정이 잡혔다. 항상 뉴저지에서 출발했는데 오늘은 롱아일랜드 프리포트 항구에서 밤 10시에 출발했다. 남쪽으로 약 120마일을 밤새도록 항해를 했다. 새벽 6시에 도착한 허드슨 캐년의 일출은 정말 장관이다. 육지에서 보는 일출과 망망대해에서 보는 일출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고 웅장한 바다의 그림이다. 물밑의 옥돔들의 단잠을 깨우고 다양한 메뉴의 아침을 내려보낸다. 기다림의 꿈이 깊은 수심을 따라 내려간다. 오늘은 보름날 하루 전이다. 물살이 세다. 추는 3.5에서 4파운드를 달아야 바닥에 닿는다. 500피트에서 900피트 사이를 오르내리는 100파운드의 낚싯줄을 사용하는 Deep fishing이었다. 때로는 1500피트도 내린다. 대어의 도전자들 얼굴이 밝다.  
 
미국의 옥돔은 두 종류로 BluelineTilefish(Tilefish는 옥돔류다) 세계 기록은 23파운드 6온스이고, 다른 하나는 Golden Tilefish로 세계 기록은 65파운드 3온스이다. 오늘은 모두가 기록을 깨는 꿈을 가지고 도전한다. 예측할 수 없는 하루가 시작이다. 기다림은 정말로 길고 지루함의 꽃이 될 수도 있고 낭패의 결과로 끝을 만날 수도 있다.  
 
오늘의 낚시는 무척이나 저조했다. 25명 중 한두 명만 작은 사이즈(제주 옥돔 붉은색, 조기보다 약간 길다)가 물고 올라왔다. 미끼는 오징어, 고등어, 연어, 상어, 장어 등 각종 물고기의 살점을 쓰며, 가끔 가짜 미끼로 Jigging도 한다. 어떤 때는 예상치 않는 다른 어종들이 나타나면 당황스럽다. 특히 대형 상어가 나타날 때면 실랑이를 하며 장비를 손상할 수도 있고, 낚아 올리는 물고기를 반을 뚝 잘라먹거나 통째로 꿀꺽 바늘을 물고 늘어지면 줄을 끊어야 할 때가 종종 있는가 하면 이번엔 아직 비철인 Bluefin Tuna(참다랑어)가 나타나서 잡혔다. 한점씩 나누어 가지는 행운도 있었다. (NJ 규정: 한 척의 배에 한 마리만 잡을 수 있음) 운이 좋은 날이었다. 하지만 튜나가 물리면 이리저리 끌고 싸워야 하므로 일반 낚시꾼들은 낚시에 방해가 되는 때도 있다.  
 
오늘은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지금껏 옥돔 낚시에는 늘 자신이 있고 나의 기록은 모두가 인정하는 꾼이었다. 번번이 winner를 했고 특히 2017년의 챔피언이 되었다. 한데무슨 일인지양옆에서 그리고 배 전체에서 계속 잡는데 나는 온종일 입질이 없다. 바늘도 다양한 것들로 시도했지만 허탕이었고, 아예 건드리지도 않는다.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초조히 다가오고 있었다. 순간 2017년도 챔피언 바늘 생각이 떠올랐다. 마지막 기회를 걸었다. 대형 바늘에 커다란 대형 미끼를 달았다. 기다림의 마지막 순간까지 멈추지 않았다. 우리의 인생도, 사업의 끝도, 게임에서도 일찍 포기하거나, 좌절의 노예가 되어서는 성공이란 맛을 볼 수 없다. 최후의 일각까지 지킨다는 신념 아래, 끝이 나 봐야 안다고 일행들에게 일침을 주었다.  
 
대형 사고다. 덜컥 물었다. 순간 떨어졌다. 바로 즉시 바늘을 내렸다. 다시 물었다. 조심스럽게 줄을 감는다. 대형의 촉감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숨을 죽이고 천천히 감아올린다. 모두 지켜보고 있다. 선장이 내려다보며 함성이 터졌다. Big fish다. 대형의 Golden Tilefish였다. 들어 올릴 수가 없다. 갈고리로 찍어 올렸다. 온종일 빈손으로 시간을 보내다 끝나기 30분 전 대어를 올리는 순간 모두 비명이었다. ‘기다림의 끝’ 한순간은 아무도 모르는 열매의 향기다. 매사에 기다리는 인내의 힘은 큰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 기다림의 끝은 기쁨이었다.

오광운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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