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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골든타임 놓친 김정은…모내기철 겹쳤다, 식량난 공포

지난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소식을 알린 북한에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 사망자 역시 42명으로 늘었다고 북한이 15일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4일 열린 노동당 정책협의회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최대비상방역체계를 점검하는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신문등 북한 매체는 이날 “14일 오후 6시 현재 82만 620여 명의 유열자(의심자)가 발생했고, 49만 6030여 명 완쾌 및 32만 4550여 명 치료를 마쳤고 42명이 사망했다”며 “13일 저녁부터 14일 18시까지 29만6180여명의 유열자(의심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12일 1만8000여 명의 의심환자가 발생했다고 공개한 뒤 17만4400여 명(13일)→29만 6180여 명(14일)으로 폭증했다는 것이다. 사망자 역시 6명(12일)→21명(13일)→15명(14일) 등 두 자리 숫자로 늘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에 코로나19를 진단할 수 있는 키트나 PCR검사 장비가 부족한 점을 고려하면 실제 환자는 북한의 공식 발표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정치국 회의(12일)에 이어 14일 정치국 협의회를 열어 “건국 이래의 대동란”이라며 예비의약품을 보급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1월 16일 오전 북한 화물열차가 압록강 북중우의교를 건너 중국 단둥시로 들어서고 있다. [웨이신 캡처]
①"골든타임 놓쳤다" = 대북 소식통 사이에선 중국과 국경을 맞닿은 함경북도 일부 지역에서 3월부터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익명을 원한 소식통은 “2020년 1월 중국 및 러시아와 국경을 완전히 봉쇄한 지 2년여가 지나고 내부자원이 고갈되면서 (북중)국경을 암암리에 오간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며 “이들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북한은 국경을 봉쇄하면서 국경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하도록 통제했지만 지난 1월 신의주~단둥 등 제한적인 무역이 재개된 뒤 일부 지역에서 밀무역이 암암리에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2000년대 초반 발생한 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사스)이나 중동호흡기 증후군(메르스) 때는 단기간 국경 봉쇄로 효과를 봤지만 셀프 봉쇄가 2년 여를 넘기며 한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또 김일성 생일(4월 15일)과 조선인민혁명군 창군 기념일(4월25일) 등 지난달 전국적으로 실시한 대규모 정치 행사를 통해 전국으로 확산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때문에 북한이 방심했거나, 환자 발생사실을 알고도 4월 기념일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5일 북한이 수 만명을 동원한 열병식에 참석했던 군인들 중 코로나19 증상을 보여 군부대와 참가자들의 이동을 제한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각에선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을 경우 모내기 등에 차질을 빚어 식량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4일 양형섭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고 조선중앙TV가 15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②덴탈마스크 착용한 김정은 = 북한 매체들은 15일 김 위원장의 양형섭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검정색 마스크를 착용한 채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과 동행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2년이 넘도록 현지지도 또는 각종 회의에 참석하며‘노 마스크’였다. 하지만 지난 12일 정치국회의 이후 푸른색 또는 검정색 마스크를 착용중이다. 그런데 그가 착용한 마스크는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 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덴탈 마스크인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북한이 바이러스 필터 기능이 있는 마스크를 확보하지 못한 것인지, 상징적인 착용인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곽선영 원주의료원 내과과장은 “덴탈 마스크가 노 마스크보다는 낫겠지만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은 대부분 덴탈 마스크를 착용중이다.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5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에서 주민들이 농사일하고 있다. [연합뉴스]

③국면전환으로 이어지나 = 통일부는 15일 “코로나 방역 협력을 위한 실무접촉 제의 시기가 확정되진 않았다”면서도 “북한 내 코로나 확산 상황 및 신속한 대응 필요성 등을 감안하여, 북한의 코로나 방역 노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북측에 관련한 제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6일 예상되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 취임 이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실무 접촉 제안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북한이 이를 수용할 경우 윤석열 정부 출범후 첫 남북 접촉일 뿐만 아니라 냉각기를 전환하거나 7차 핵실험 등 북한의 군사적 행동을 막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내부 상황을 비밀에 부치는 속성을 보여온 북한이 확진자 발생 사실을 공개한 것도 외부 지원을 염두에 뒀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문제는 북한의 남북대화 수용여부다. 북한은 "중국 경험을 따라 배우라"고 하는 등 우선 중국이나 러시아에 손을 벌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손내밀기'보다는 오히려 한미를 향해 적대시 정책 철회를 대화의 선결조건으로 다시 꺼낼 수도 있다.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대화에 응한다면 우선 위급한 상황을 넘기겠다는 일회성일 수 있다”며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보고 정책 노선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용수.우수진(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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