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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이냐? 우려먹게?" 알맹이 없는 외국인 3천만명 유치정책 [뉴스원샷]

손민호 레저팀장의 픽 - 윤석열 정부 관광정책 프리뷰
안철수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5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윤석열 정부의 관광 비전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와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가 작성한 6쪽짜리 ‘관광 분야 국정과제 브리핑 자료’에서다. 지난 대선 당시 주목할 만한 관광 공약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 발표한 국정과제는 윤석열 정부가 밝힌 사실상의 첫 관광 비전으로 볼 수 있다. 국정과제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관광 비전을 점검한다. 결론을 미리 말하면,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겠다.

관광으로 발전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광 분야 국정과제 브리핑 자료 첫 장 앞부분. '여행으로 행복한 국민, 관광으로 발전하는 대한민국'을 슬로건처럼 앞세웠다. 보도자료 캡쳐
국정과제에서 밝힌 슬로건이다. 전체 슬로건은 ‘여행으로 행복한 국민, 관광으로 발전하는 대한민국’이다. 여행을 복지 차원으로 접근하는 건 문재인 정부에서도 추진했던 방향으로 윤석열 정부도 각종 지원책을 내세웠다. 다음 메시지 ‘관광으로 발전하는 대한민국’은 눈여겨볼 만하다. 관광을 국가 발전의 동력이자 주요 산업으로 이해하고 있어서다.

브리핑 자료에서 강조했듯이 관광산업은 우리나라 5대 수출산업이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관광수출액은 207억 달러로 반도체(939억 달러), 자동차(430억 달러), 석유제품(407억 달러), 자동차 부품(225억 달러) 다음이었다. 관광을 콘텐트나 복지의 개념이 아니라 산업으로 인식한 건, 관광을 ‘굴뚝 없는 공장’으로 표현했던 이명박 정부의 관광정책을 계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문재인 정부가 공들였던 관광을 통한 대북관계 개선은 한 줄도 등장하지 않는다.

“곰탕이냐? 우려먹게?”
2020 여행주간 포스터. 중앙포토
국정과제 브리핑 자료를 읽고서 한 관광학자가 뱉은 푸념이다. 가혹한 반응일 수 있겠으나, 뜻은 공감한다. 윤석열 정부만의 관광 비전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관광업계 재건을 위한 법·제도 정비 대목은 변화하는 관광 환경에 발맞춘 의미 있는 시도라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관광업계 재건을 위한 관광 활성화 기획은 하나같이 재탕·삼탕 사업들이다.

이를테면 6월 개최하겠다는 ‘여행 가는 달’ 행사는 기존의 여행주간 사업이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확장한 사업이고, 코리아그랜드세일 사업은 2010년부터 해마다 되풀이되는 연중 사업이다. 2023∼2024년 한국방문의 해 사업도 재개한단다. 2010∼2012년, 2016∼2018년 이미 한국방문의해를 겪었으니, 15년간 절반 이상인 8년간을 한국방문의해로 지정하겠다는 뜻이다.

좋은 정책은 계승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장의 관광 업계는 왜 이 행사들을 해마다 반복하는지 궁금해한다. 관광 당국이 보고서만 받아보지 말고 한 번이라도 현장을 둘러봤으면 다른 평가가 나왔을 것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대국민 참여형 이벤트’와 ‘대규모 할인 제공’ ‘대대적인 환영 캠페인’ 같이 표현되는 관광 활성화 대책이 코로나 사태 뒤에도 등장할 줄은 몰랐다.

3000만명 유치
윤석열 정부 관광 국정과제 맨 마지막 단락이 ‘기대효과’다. 그대로 인용한다. ‘관광 산업 규모 2019년 108조원 →2027년 180조원, 외국인 관광객 수 2019년 1750만 명 → 2027년 3000만 명 달성.’

2027년이면 윤석열 정부가 끝나는 해다. 그러니까 새 정부는 임기가 끝나는 해에 맞춰 외국인 3000만 명을 유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우선 궁금한 건, 3000만 명 유치 목표의 근거다. 목표를 세웠으면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할 텐데 연간 세부 계획이 있는지 알고 싶다. 참고로 2021년 외국인 방문객은 채 100만 명이 안 됐다(약 97만 명).

코로나 사태를 겪은 뒤에도 외국인을 많이 유치하는 것이 정말 좋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싸구려 패키지상품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단체 관광객의 폐해를 우려하던 시절이 불과 3년 전이다. 2019년 1750만 명이란 기록 이면에는 하루에 쇼핑만 6번 돌리고, 허름한 숙소에 저질 밥상을 들이밀던 패키지상품이 있었다. 목표는 크고 높으면 다 좋은 것인가.


문제는 콘텐트
5월 10일 청와대가 개방됐다. 청와대는 윤석열 시대 최고의 관광 콘텐트가 될 전망이다. 중앙포토
윤석열 정부 관광 정책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관광에 관한 고민이 없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전 세계에서 입국이 가장 어려운 나라 중 하나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입국할 때 코로나 음성증명서를 요구한다. 전 세계 대부분이 백신접종증명서만 있으면 입국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니다. 입국 24시간 이전에 PCR 검사를 받아야 했던 규정을 오는 23일부터는 신속항원검사로 낮췄다고는 하나, 검사 자체가 없어진 건 아니다. 출입국은 아직도 통제하면서 관광정책은 코로나 사태 이전 정책들을 되풀이하고 있다.

관광은 콘텐트다. 강력한 콘텐트가 없으면, 가격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여태의 한국 관광이 저가 상품 위주였던 까닭이다. 코로나 사태를 겪었으면, 무언가 달라지는 게 있어야 옳다. 조만간 진용을 갖출 새 관광 당국이 깊이 새겨야 할 지점이다.




손민호(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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