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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2650마일 산길을 걷는 사람들

올해부터 새로 온 의사와 분담해 진료를 하다보니 바빴던 이전과는 다른 삶이 펼쳐진다. 여유 있는 시간이 갑자기 고무줄처럼 늘어난  느낌이다.  
 
일주일에 이틀 반의 새로 생긴 시간을 모두 건강에 도움 되는 등산에 할애했다. 우리 건강에 꼭 필요한 최고의 6가지는 햇빛, 운동, 휴식, 음식, 자신감, 이웃친구 등이라고 한다. 이들에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등산이라고 생각한다.  
 
미 서부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2650마일의 대장정을 6개월간 배낭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해 가며 산길로 계속 걷는 연중 행사(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러)가 시작됐다.  
 
지난 수요일 산악회 동료들과 등산 중  대장정에 나선 여러 산악인들과 산속에서 마주쳤다. 그들을 만나려고 일정도 산악인들이 지나는 산길을 택했다. 마주칠 때마다 회원들이 정성 들여 준비한 오이, 참외, 초콜릿바, 음료수 등을 건네주며 격려했다. 그들과 궁금한 내용에 대해 담소를 나누었고 먼 길에 도전하는 용기에 찬사도 보냈다. 한순간이나마 그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왜 5000달러라는 고액의 참가비를 내고 대회에 나서는 것일까. 참가비는 사막길을 걸을 때와 시에라 눈덮인 산길을 지날 때의 식량 보급과 대피소 마련 등의 경비로 사용된다. 왜 편안한 하와이, 라스베이거스, 유럽 등의 여행에는 눈길도 안 주고 이 길을 택했냐는 질문을 해본다. 그들은 한결 같이 대답 없이 빙그레 웃는 미소로 대신한다. 신념과 확신의 미소다.  
 
대답 않는 것이 도리어 그들의 겸손함을 보여주고 그들의 자신감이 넘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직설적인 대답을 대신해 산을 찾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숲속에서 어둠이 짙게 깔리기 시작하는 저녁. 홀로 잠자리에 들기 전 곰이 들이닥칠 수 있을 것에 대비해 페퍼스프레이를 옆에 두고 잔다. 고요 속 등에 지고 다니는 우크렐레로 연주하는 음악이 그 순간 최고의 친구가 되고, 최고의 선율로 가슴에 다가 온다. 머리 위에는 별이 쏟아지고 이때 전 우주가 내 가슴 안에 안긴다.”  
 
용감하게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걷는 길이 그들의 심지를 맑고 굳건하게 할 것이다. 우리가 인간사회와 떨어진 자연과 홀로 접할 때 외로움은 정제되어, 강한 인내와 투지가 길러진다고 한다. 자연 속에서 삶의 의미가 분명해지고, 경건한 인생관을 갖추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또한 이들에게 격려의 찬사를 아끼지 않고 손수 깎아 정성 들여 준비한 과일과 음료 등을 건네주는 따듯한 손들이 있어 차디찬 지구의 한 부분에 온기를 더해준다. 돌아오는 수요일 또 다시 그들과 마주치는 산길을 택해 반갑게 맞이할 것이다. 대장정에 나선 사람들과 산악회 회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최청원 / 내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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