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中이 10배 바가지 씌워도...알고도 당하는 네온 '불편한 진실’

희귀가스, 제2의 요소수 우려
292달러. 3월 국내에 들어온 희귀가스 네온 1㎏당 평균가격이다. 지난해 평균가격(58.77달러) 대비 5배 수준이다. 이렇게 가파르게 가격이 오른 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영향이다. 우크라이나의 희귀가스(네온·크립톤·제논 등) 생산업체 3곳은 전 세계 희귀가스 생산량의 약 70%를 담당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 침공 이후 생산업체 3곳 중 2곳이 생산을 중단했고, 나머지 한 곳마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전쟁 속에 희귀가스 공급이 확 줄면서 국내 반입 희귀가스의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것이다. 희귀가스는 우리나라의 수출 효자 상품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필수 소재여서 제2의 요소수가 되지 않을까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산업계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그동안 국내 업체가 들여온 네온 등 희귀가스 수입국은 중국(66.6%)·우크라이나(23%)·러시아(5.3%) 순이다. 대중(對中) 수입 의존도가 높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산의 비중 또한 무시할 수 없는데, 우크라이나·러시아의 희귀가스 공급량이 줄면서 사실상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중국산 네온의 3월 평균 가격은 1㎏당 569달러로 지난해 평균(55.2달러)의 10배가 넘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네온 공급량이 줄어들자 중국 업체들이 가격을 확 올린 것이다.

우크라이나산 네온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다 최근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유통량이 많지 않다. 문제는 이 같은 희귀가스가 반도체 등에 생산에 필요한 필수 소재라는 점이다. 네온은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회로기판(웨이퍼)에 패턴을 그려 넣는 ‘노광’ 작업에 사용되는데, 여기에 필요한 네온은 전 세계 네온 가스 수요의 약 70%를 차지한다. 크립톤과 제논은 이렇게 그려넣은 패턴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제거하는 ‘식각’ 작업에 필수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 때문에 국내·외 반도체 업체나 희귀가스 유통 업체들은 지난해의 10배가 넘는 가격에도 어쩔 수 없이 중국산 희귀가스를 구매하고 있다. 신슬기 디아이지에어가스 수석은 “한국 반도체 업체뿐만 아니라 대만의 TSMC와 미국의 인텔 등 해외 기업도 재고 확보에 혈안이 된 터라 실제 체감되는 가격 인상 폭은 시장가격보다 높다”며 “횟집에서 가격표에 ‘시가’를 적어놓은 것처럼 희귀가스는 요즘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대형 업체들은 고정된 가격에 일정 기간 장기 계약을 맺고 있는 데다 약 3개월 치 재고를 갖고 있어 충격이 덜한 편이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은 공급망의 어느 부분에서라도 차질이 생기면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대형 업체들도 긴장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당장 충격을 받지는 않겠지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당장 국산화하기도 쉽지는 않다. 일부 희귀가스는 공기에서 포집할 수 있지만 경제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중국·우크라이나 업체들은 대개 제철소에서 철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가스)을 정제해 생산한다. 네온의 경우 제철소에서 나온 부산물인 원료 상태의 ‘크루드 네온’의 불순물을 줄여 순도를 99.9999%까지 높여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사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포스코와 특수가스 제조 업체 TEMC가 네온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공급 물량은 국내 네온 수요의 16% 정도에 그친다. 김영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이야 네온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지만 연구·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 등을 감안하면 경제성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당분간 희귀가스의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유럽 최대 제철소인 우크라이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연일 격전을 치르면서 가동을 중단한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지켜내더라도 집중 포격을 맞은 탓에 제철소 운영이 언제쯤 정상화될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희귀가스 업체 원익머트리얼즈 관계자는 “희귀가스 생산의 첫 단계인 아조우스탈 제철소가 정상화돼야 희귀가스 공급도 늘고 가격이 안정을 찾아갈 수 있다”며 “가격 안정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내 기업들의 희귀가스 비축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4월부터 네온·크립톤·제논 등에 할당관세 5.5%를 면제하고 있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벌어진 문제여서 정부로서도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윤경 이화여대 교수(경제학, 한국자원경제학회장)는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원자재 대란의 한 요소여서 정부로서도 마땅한 대응책이 없을 것”이라며 “지금 자원을 구매하는 식으로 대응하기엔 시장의 구매 조건이 매우 나쁘다”고 말했다.

다만 산업계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한 2015년에도 희귀가스 대란을 경험하고도 정부가 대책 마련에 미흡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시에도 공급량이 줄면서 가격이 급등했고, 일부 국내 업체들이 네온 생산 기술 확보에 나섰으나 대부분 수익성이 없어 포기했다. 도원빈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GVC산업분석 TF 연구원은 “조달청이 구리와 니켈, 코발트 등 15개 금속에 한해 원자재를 비축하고 있으나 희귀가스 등으로 비축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건강(hwang.kunkang@joongang.co.kr)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