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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차별의 벽을 넘는 사람들

김완신 논설실장

김완신 논설실장

차별은 편견에서 비롯된다. 정당한 이유나 근거 없이 갖는 선입감이 편견이다. 편견에 기반해 인종, 성별, 성정체성, 종교 등에서 특정 그룹에 속한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 차별이다.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을 자의적 편견으로 불공정하게 대우하고 통제한다. 주관적 사고와 연결된 편견이 시정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질 때 차별이 생긴다. 편견 바로잡기가 힘든 만큼 차별의 벽은 높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백악관과 행정부의 주요 인선에서 ‘첫’이라는 수식어가 유난히 많았다. 각자의 분야에서 역사상 최초로 차별을 이겨낸 사람들이다. 첫 흑인 남성 로이드 오스틴이 국방장관에 임명되고, 아메리칸원주민 출신의 데브 할런드가 내무장관에 발탁되면서 인종의 차별을 깼다. 원주민 출신 장관은 건국 245년 만에 처음이다. 첫 여성 재무장관으로 재닛 옐런이 취임해 성별의 벽도 무너졌다. 동성애자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취임은 성소수자 차별의 경계를 지웠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는 여기에 또 다른 ‘첫’번째를 더했다. 지난 5일 바이든은 카린 장-피에르를 백악관 새 대변인에 임명했다. 첫 흑인 여성이자 첫 성소수자 백악관 대변인이다. 또한 카리브해 프랑스 레지옹 마르티니크에서 출생한 이민자 출신이기도 하다. 아이티계 부모에게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했다. 아메리칸드림의 전형이다. 아버지는 운전기사로 어머니는 병원노동자로 어려운 이민생활을 했다.  
 
뉴욕 퀸즈에서 성장해 뉴욕공대(NYIT)를 졸업한 후 컬럼비아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과 2012년 버락 오바마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 백악관에서 근무하기 전에는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선거운동에 관여했고 지난 바이든 선거에서도 캠페인 본부의 중책을 맡았다. MSNBC 방송에서는 정치 평론도 했다.  
 
미국 백악관 대변인 자리는 세계의 ‘얼굴’이다. 백악관의 모든 발표는 전 세계로 보도 되고, 그 중심에 장-피에르 대변인이 있다.  
 
흑인 여성 대변인 임명으로 인종과 성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장-피에르는 이번 대변인 승진으로 최근 임명된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등의 흑인 여성 정치인과 공직자 명단에 이름을 추가했다. 전임 젠 샤키 백악관 대변인은 흑인 여성 후임과 관련해 “(장-피에르는) 역사를 다시 쓴 인물”이라고 평했다.  
 
장-피에르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도 극복했다. 16세 때 부모에게 성소수자임을 밝혔고 당시 어머니의 당황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회고한다. 그 후 수년간 자신이 성소수자인 사실은 가족만의 비밀로 지켜져 왔다고 한다. 그는 여성 파트너 CNN방송 언론인 수잔 말보와의 사이에 입양한 딸을 두고 있다. 지금은 어머니가 입양한 딸의 좋은 할머니가 됐다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2007년 낸시 펠로시 의원은 200년 넘는 미국 역사상 첫 여성 하원의장에 취임했을 때 “나는 우리 딸과 손녀들을 위해 대리석 천장(Marble Ceiling)을 깼다”고 말했다. 대리석 천장은 여성의 정계 진출에 장애가 되는 편견과 차별을 의미한다. 불과 15년 전 여성 하원의장 탄생은 엄청난 정치적 사건이었다.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는 “선입감은 객관적인 판단력을 상실한 생각에 불과하다”며 편견에 근거한 부당한 차별을 경계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차별이 사라져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다수가 쌓아 놓은 높은 벽을 향한 소수의 도전은 항상 ‘첫’ 이정표를 세우는 험난한 과정이다. 그 견고한 벽을 넘어서려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

김완신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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