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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대인공포’의 굴레를 벗어난 소녀

사회불안장애(social anxiety disorder) 또는 대인공포증은 대개 8세부터 15세 사이(평균 13세)에 많이 생기는 불안 증세다. 사람이 많은 곳이나 모르는 사람이 있는 곳에 가면 자신의 단점이나 약점을 사람들이 발견해 흉을 보거나 또는 나쁜 소문을 낼까 두려워 피하는 장애다. 선천적으로 수줍음이 많거나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기질은 이 병과 다르다. 기질은 자라면서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신과 질환 중 가장 많은 사람이 앓는 음주벽과 우울증 다음으로 사회불안장애는 흔하다.  
 
백인의 7%에서 사례가 발생하지만 아시안은 훨씬 빈도가 낮다. 아시안은 고통을 받으면서도 불평을 하지 않기 때문에 통계에 많은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카이저 병원에서 근무할 때 15세의 중국인 소녀가 아버지와 함께 찾아온 적이 있다. 대부분 미성년 환자는 엄마와 동행하는데 소녀는 늘 아버지와 함께 왔다.  
 
머리가 비상하고 매사에 열심인 그녀는 우수한 성적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1년 전부터 도시락을 손도 대지 않고 집에 가져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신이 먹는 모습을 다른 아이들이 보고 흉을 볼까 봐 먹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도서실이나 다른 장소에서 혼자 먹는 것을 부모가 권하자 딸은 “친구가 없어서 혼자 먹는 모습을 누가 보면 너무 창피하다”며 울었다.  
 
수업 발표시간에는 얼굴이 붉어지고, 땀이 흐르며 말을 더듬게 돼 학교생활이 괴로웠다. 발표할 과제가 주어지면 열심히 준비하지만 정작 발표 날에는 너무 무섭고 불안해 결국 결석을 했다.
 
그 후 계속되는 등교 거부로 학교에서 정신과 감정을 요구하게 됐다. 가족력을 보니, 가정주부인 소녀의 어머니는 심한 사회공포증으로 고생하고 있고, 외할머니는 고소공포증을 호소했다. 친족에게 이 병이 있는 경우 2~6배로 발병 위험이 높다.
 
필자는 우선 어머니가 치료를 받을 것을 권했다. 어머니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글쓰는 모습을 보고서 흉을 볼까 봐 수표에 사인하는 것도 거부한다고 한다.  
 
소녀의 학교에 병명과 치료 계획을 알린 뒤 우선 학교가 환자를 위해 할 일들을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환자가 정신과 치료를 받는 동안 최대한 협조할 것 ▶학교 상담사로부터 정기적인 상담 치료를 받게 할 것 ▶악물 치료에 의한 부작용이나 증세의 악화 등이 있을 경우 치료팀과 연락하고 대화를 나눌 것 ▶숙제의 분량을 증세에 맞추어 조절해 줄 것 ▶심한 불안감 때문에 교실에 못 있는 경우 도서실이나 간호실을 이용하도록 허락할 것 등이다.  
 
환자와 부모의 허락을 받은 뒤에 항우울 제 겸 항불안제인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중에서 렉사프로를 매일 일주일간 복용하도록 했다. 아무런 부작용이 없고 환자가 잘 적응하는 것을 보고 2배로 올려서 매일 복용하자 약 2주  지난 뒤에 약간의 차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상담 치료사에게 알아보니 출석률도 좋아졌고 가장 기쁜 것은 친구가 생겨서 같이 점심식사를 한다는 사실이었다.  
 
이 환자에서 보는 것처럼 대부분의 불안증세는 치료에 잘 반응한다. 바람직한 치료 방법은 심리적, 신체적, 환경적, 영적  등 모든 분야를 동시에서 시행하는 것이다.  
 
소녀의 경우 상담치료로 자존감을 높이고, 친구 사귀는 방법도 배우며, 신체적으로는 운동과 함께 건강한 식단을 권했다. 또한 두뇌 화학물질의 균형을 맞추어 주는 항우울증제와 항불안제 약물치료, 중요한 환경인 가정에서 어머니의  행복한 감정 상태 유지, 학교 생활의 정상화, 마지막으로 영적인 안정감을 갖게 해주는 요가나 명상의 기회를 갖도록 했다.  
 
6개월간의 치료를 거쳐 소녀는 다시 웃음은 물론 친구와 좋은 성적을 되찾았다. 필자가 젊은 수련의들에게 아동 및 청소년 정신과 전공을 택하라고 추천하는 이유 중에는 이 소녀 같이 자랑스러운 환자가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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