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타인능해 -유응교(1943∼)
고향 집운조루의
행랑채 들어서면
쌀독에
쓰여 있는
네 글자 타인능해!
누구나
쌀을 가져가
밥을 짓게 했대요
-거북이 삼형제
“누구나 열 수 있다”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오미동에는 중요민속자료 제8호로 지정된 운조루란 고택이 있다.
삼수부사를 지낸 유이주가 조선 영조 52년(1776년)에 세운 99칸 대규모 저택인데, 이 댁의 행랑채에는 쌀이 세 가마 들어가는 원통형 나무 뒤주가 있다.
아랫부분에 쌀을 꺼내는 마개가 있고 그 위에 ‘누구나 열 수 있다’는 뜻인 ‘타인능해(他人能解)’라고 씌어 있다.
운조루 주인이 배고픈 사람은 누구든지 쌀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했던 것이다.
이 댁의 후손으로 건축가이기도 한 시인이 동시조집을 내면서 운조루의 미담을 어린이들에게 들려준다.
가뭄과 홍수가 번갈아 오던 시절에도 이런 구휼 정신이 있어 함께 어려움을 버텨냈음을 일깨워준다.
오늘 같은 풍요의 시대에도 어려운 이웃이 있다. 이 아침에 듣는 아름다운 노래라고 하겠다.
유자효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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