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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모드 미국 경제…연착륙이냐 경챡륙이냐, 그것이 문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미국 경제'란 비행기가 매우 세게 긴축 페달을 밟으며 활주로에 진입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 등은 ‘연착륙’을 자신한다. 하지만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란 안개와 우크라이나 사태·중국의 코로나19 봉쇄란 폭풍우까지 더해지며 경착륙에 대한 경고음도 만만치 않게 울리고 있다.

연착륙(Soft-landing)은 비행기가 착륙할 때 급격하게 고도를 낮추지 않듯,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경기 하강이 이뤄지게 한다는 의미다. 수요를 죽이지 않고 진정시킬 만큼 금리를 올려 경기 침체를 야기하지 않으면서 인플레도 잡겠다는 의미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한 끗이라도 어긋나면 시장이 급락하고 실업률이 급증하는 경착륙(hard-landing)을 할 수도 있다.

연착륙 근거, 강력한 고용 시장
옐런 장관과 파월 의장이 ‘연착륙’을 자신하는 근거는 ‘굳건한 고용시장’이다. 지난 5일 발표한 4월 미국 실업률은 전달과 같은 3.6%를 기록했다. 사실상 완전 고용(실업률 4% 미만)에 해당하는 수치로,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에 기록한 50년 만의 최저치(3.5%)에 육박한다.

일자리는 코로나19 직전보다 배로 늘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3월 미국의 실업자 1인당 취업 가능 일자리 수는 1.9개다. 코로나19 직전인 2020년 2월(1.2개)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 파월 의장이 “빈 일자리가 이례적으로 매우 많은 상황인 만큼, 경기 침체를 일으키지 않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연착륙론자가 기댈 또 다른 구석은 가계 저축이다. CNBC는 8일(현지시간) "Fed가 경기 침체 없이 경제를 연착륙시킬 수 있다고 믿는 논거 중 하나가 미국 가계의 탄탄한 재정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무디스 등 외국계 투자은행에 따르면 미국 가계는 팬데믹 절정기에 약 2조7000억 달러의 초과 저축을 쌓은 것으로 분석됐다.

제레미 쉬린 UBS 애널리스트도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소비자의 여력과 기업의 재무제표, 전반적으로 건강한 고용 시장을 볼 때 (경기가) 연착륙할 좋은 기회가 있다”며 “경기 침체가 올 가능성은 낮고, 시장이 30% 정도 하락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착륙 경고, 소비 위축 속 여전한 물가 오름세
하지만 경착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재무부 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개최한 컨퍼런스에서 “경제가 연착륙하거나 인플레이션이 하락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서머스는 높은 임금 인상률이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장 최근 데이터인 4월 고용지표를 보면 경제활동 참여율은 62.2%로 전달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인플레이션을 야기하는 임금 인상률을 완화하려면 결국 더 많은 노동 공급이 필요한데, 노동 시장 참여율이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경착륙론자는 수치로 나타나기 시작한 소비 위축에도 주목한다. 모건스탠리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소비자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 62%가 인플레이션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석 달 전 설문에서는 해당 질문의 응답률이 56%였다. 이번 달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설문 응답자의 절반은 향후 몇 달간 경제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고, 응답자의 26%는 개인 재정 상황이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석 달 전 설문에서 동일한 질문에의 응답률은 각각 43%와 23%에 그쳤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의 경제 봉쇄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면전 장기화로 인해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 심화 가능성도 문제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지난 5일 밀컨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봉쇄로 미국의 인플레 압력이 더 커지고 있다"며 "Fed가 공격적 금리 인상을 하면 미국 경제의 경착륙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시장은 연착륙과 경착륙 가능성을 두고 끊임없는 저울질을 할 전망이다. 저울추를 기울게 할 가장 큰 이벤트는 11일(현지시간)에 나오는 4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중요한 것은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전월 대비)로 시장의 전망치는 0.4%이지만 0.2%가 나와야 안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CPI 발표를 앞두고 한국 등 아시아 증시는 약세를 이어갔다. 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7% 내린 2610.81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올해 들어 가장 낮다. 17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대만 가권지수(-2.19%)와 일본 닛케이225지수(-2.53%)도 역시 하락했다.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만 0.09% 상승하며 제자리걸음을 했다.



김연주(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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