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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겨운 삶을 사는 법

우리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지겹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기도 합니다. “지겹다, 지겨워.” “아, 하기 싫다. 또 해야 하나.” 하기 싫은데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이 많습니다. 그야말로 지겨운 겁니다. ‘지겹다’의 구성은 명확히 분리해 내기가 어려우나 ‘겹다’는 따로 떼어서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그 경우 ‘지’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는 의문으로 남습니다. 지긋지긋이라는 단어와의 연결도 고민이 필요할 겁니다. 오늘 이야기는 지겹다를 통해서 겹다의 세계로 들어가 보려고 합니다. 지겹다는 분석이 좀 어려운 단어입니다.  
 
 ‘겹다’라는 말은 사전에서 찾아보면 ‘1. 정도나 양이 지나쳐 참거나 견뎌 내기 어렵다. 2. 감정이나 정서가 거세게 일어나 누를 수 없다.’의 의미로 나옵니다. 핵심적인 의미는 참을 수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겹다는 독립적으로도 쓸 수 있는 말입니다만 앞에는 무언가 참을 수 없는 일이 나타나야 합니다.  
 
 뭐가 가장 겨울까요? 우선 떠오르는 단어는 ‘힘겹다’입니다. 힘에 겨운 겁니다. 내 힘으로는 이겨낼 수 없다고 생각이 들 때 우리는 힘겨워합니다. 겹다는 말을 절실히,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단어입니다.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에 우리는 힘들어합니다. 참을 수 없어서 그저 주저앉아 버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하루하루 그렇게 견뎌내는 삶인 겁니다. 버텨냅니다.
 
 지긋지긋한 고통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손을 잡아주고, 나를 보고 웃어주고, 지친 어깨를 토닥여주고, 힘들어하는 나에게 잠깐 어깨를 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런 마음을 정이라고 합니다. 그런 정을 느끼는 것을 감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내 감정을 울리는 그 느낌을 ‘정겹다’라고 합니다. 넘치는 정에 내 감정이 기뻐 주체하기 어렵습니다.  
 


 정겹다가 보여주듯이 겨운 것에는 힘든 것만 있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좋은 게 많습니다. 이왕이면 내 감정이 주체할 수 없는 좋은 일이 많으면 좋겠습니다. ‘흥겹다’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흥은 함께할 때 피어나는 감정입니다.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악기를 다룹니다.
 
 ‘제멋에 겨워’ 신이 납니다. 자기를 아끼고 존중하고 기뻐하는 감정은 아름다운 감정입니다. 누가 뭐래도 제멋에 사는 거 아닙니까? 자기가 마음에 안 든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아침마다 거울에 비친 제 모습에 웃음 짓는 것 아닌가요? 저는 제멋에 겨운 것은 좋은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을 주체하지 못하여 남에게 피해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그건 제멋대로 사는 세상입니다.
 
정겹고 제멋에 겨운 삶을 살다 보면 문득 행복에 겨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행복에 겹다’라는 표현을 찾아보면 ‘눈물을 터뜨리다’라는 말이 이어 나오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겁니다. ‘눈물겹게’ 고마운 삶입니다. 뜨거운 눈물을 참을 수 없죠. 이렇게 생각해 보고, 저렇게 생각해 보면 고맙고 기쁜 삶입니다.
 
생각해보면 말입니다. 나를 낳아주는 분이 계시고, 나를 아껴주신 분이 계시고, 나를 걱정해 주신 분이 계셨습니다. 나와 함께 놀아 준 사람들이 있고, 나를 따뜻하게 바라봐 주었던 사람이 있습니다. 기억에 다 남아있지는 않지만 나에게 은혜를 베풀어 준 사람과 나를 배려해 준 사람도 있습니다. 잘못한 나를 덜 나무라기도 하고, 용서해 준 사람도 있습니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에 안도하고, 기뻐해 준 사람도 있습니다. 참으로 정겹고, 눈물겨운 삶입니다. 사람들과 어울려 더 잘 살고 싶은 소망이 생기는 삶입니다. 모두 겨운 삶을 잘 살아가기 바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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