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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허락 받아야"…2NE1, 美코첼라 비밀리에 등장한 까닭

미국 코첼라페스티벌 무대에 깜짝 등장한 걸그룹 2NE1. 왼쪽부터 박봄, 공민지, 씨엘, 산다라박. 코첼라=APㆍ연합뉴스
지난달 미국 최대 음악 축제 코첼라의 백미는 걸그룹 투애니원(2NE1)의 ‘내가 제일 잘 나가’ 무대였다. 씨엘(CL) 공연에 박봄·산다라박·공민지가 깜짝 등장해 7년 만에 ‘완전체’로 무대에 섰다. 안타깝게 해체한 비운의 K팝 아이돌이 다시 뭉친 모습에 해외 관객은 환호했다. 미국 음악 전문지 롤링스톤은 2NE1의 무대를 ‘올해 코첼라 명장면’ 중 하나로 꼽았다.

그런데 이 공연은 극비리에 준비됐다. 네 멤버 모두 기존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나 각자 다른 기획사에서 활동 중이기 때문이다. 다 같이 모여 노래할 순 있지만, 2NE1을 사용해 공연 등의 유료화 사업을 벌이려면 YG의 허락이 필요하다. 혹은 상표권을 양도받아야 한다. 이러한 절차 없이 콘서트 홍보물 또는 신규 앨범에 2NE1의 이름을 쓸 경우 상표권 침해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완전체 무대가 홍보 없이 조심스럽게 준비된 이유다. 다만 YG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2NE1 공연에 대해 “특별히 밝힐 입장이 없다”면서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H.O.T 외칠 수 없었던 재결합 무대
1세대 아이돌 H.O.T는 2018년 재결합 콘서트를 열면서, 그룹명을 사용할 수 없었다. 법적 공방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사진 솔트엔터테인먼트]
K팝 아이돌의 상표권 논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세대 아이돌인 H.O.T도 MBC 예능 방송을 통해 17년 만에 성사된 재결합 공연에서 H.O.T 대신 ‘하이 파이브 오브 틴에이저’(High-five of Teenage)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보이 그룹 비스트는 전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와의 갈등으로 8년간 사용한 그룹명을 포기하고, 2017년부터 하이라이트로 활동하고 있다.

법률상 또는 산업 관행으로 따져봤을 때 상표권은 엔터사가 가져가는 게 맞다. 한국에서는 소속사가 아이돌 그룹을 기획하고, 투자해 음원을 만들고 데뷔시키는 게 일반적이다. 돈을 대고, 실패 리스크를 짊어진 쪽이 당연히 수익 권리도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다.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특허권, 디자인권, 미술저작물 등 다양한 지식재산권(IP)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소유한 상표권만 1862건에 달한다.

아이돌 상표권 가치는 누가 만들었나
아이돌 그룹 비스트는 소속사와의 분쟁 끝에 하이라이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 어라운드어스]
최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급성장으로 다른 견해가 나오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사고와 잣대로 엔터 산업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다. 아이돌 그룹이 인기를 얻기까지 멤버들의 노력이 있기 때문에 소속사가 권리를 독점할 수 없다는 얘기다. 기획사에서 아무리 좋은 곡을 만들어도 멤버들이 열심히 하지 않으면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상품의 경우, 기획자가 상표권을 독점해도 이견이 거의 없지만, 살아 숨 쉬는 아이돌은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에 권리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견해다.

실제로 최근 상표권 분쟁에선 아이돌에게 유리한 판례가 나오고 있다. 신화는 두 번의 앨범에 신화라는 이름을 쓰지 못했지만, 4년 법정 싸움 끝에 아이돌 최초로 팀의 상표권을 보유하게 됐다. 걸그룹 티아라 역시 팀이름을 지켰다. 이들은 전 소속사 MBK엔터테인먼트의 상표권 출원에 이의를 제기했고 특허청은 티아라 멤버의 손을 들어줬다.

H.O.T는 재결합 콘서트를 앞둔 시점에 김경욱 SM엔터테인먼트 전 대표가 개인의 자격으로 갖고 있던 상표권을 주장해 문제가 됐다. 김 전 대표가 등록한 상표권은 무효라는 대법원 확정판결은 이미 지난 2020년에 나왔다. 하지만 김 전 대표가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분쟁은 현재 진행 중이다. 민사 소송 1심에선 H.O.T 재결합 공연 기획자가 승소했다.

김 전 대표는 “당시 MBC 예능 방송의 상표권 사용은 허락했으나, 공연은 상업용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라며 “엄밀히 말해 H.O.T가 아닌 공연기획자와 법적 다툼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자와 아이돌, 누구 공(功)이 더 큰가
아이돌 상표권 문제는 결국 아이돌 멤버와 기획사 중 어느 쪽의 기여도가 더 큰지를 계산하는 것에서부터 매듭을 풀어야 한다. 사진은 방탄소년단(BTS). [사진 하이브]
아이돌 상표권 관련 변화는 있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8년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에 ‘계약 기간이 종료된 후에는 상표권 등의 권리를 기획사가 가수에게 이전해야 한다’(8조)고 권고했다. 하지만 여기엔 ‘기획사가 상표 개발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하는 등 특별한 기여를 한 경우엔 정당한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결국 누구의 공(功)이 얼마나 큰지 협의하라는 말인데, 이는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예를 들어,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방탄소년단(BTS) 멤버 중 누가 더 BTS 성공에 기여도가 큰지 따져야 하는데, 처한 입장에 따라 결론은 다를 수 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한국 아이돌은 기획사에서 상당 기간 투자해 위험을 감수하고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100% 기획사 소유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해당 아이돌의 공헌도가 성공에 얼마나 결정적이었고, 얼마나 수익을 발생시켰는지 등 기여도를 인정해 기획사가 아이돌과 상표권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배정원(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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