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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빅스텝 한파’…하루 거래대금 33% 급감

미국 긴축 여파에 한국 증시도 얼어붙고 있다. 최근 한달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2020년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뉴시스]
금융시장에 ‘역금융장세’가 도래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그동안 쏟아부었던 돈을 거둬들이기 시작하면서다. 국내 코스피 하루 거래대금은 코로나19 초기 수준인 10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역금융장세’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심화할 때 이를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긴축 카드를 꺼내며 시작되는 약세장을 의미한다. 일본의 시장 분석가 우라가미 구니오가 제시한 주식시장의 사계(四季) 중 가을에 해당한다. 중앙은행이 돈을 풀며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금융장세(봄)의 반대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6일부터 이달 6일까지 한 달간 코스피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10조7549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16조1494억원)보다 33.4% 줄었다. ‘동학개미 운동’으로 증시가 불붙었던 지난해 1월(26조4778억 원)과 비교하면 60% 가까이 급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주식시장이 흔들렸던 2020년 같은 기간(10조6555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코스닥 역시 지난달 6일부터 한 달간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7조55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3% 줄었다. 코로나19 초기인 지난 2020년 같은 기간(9조5173억원)보다도 적은 규모다.

국내외 시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빅스텝(0.5%포인트 인상)에 일단 안도했지만, 점보 스텝(두 차례 이상 0.5%포인트 인상)에 대한 경계를 풀지 못하고 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는) 6월·7월 연이어 0.5%포인트 인상(점보 스텝)이 거의 확실시 된 상황”이라며 “국내외 주식시장은 당분간 미국의 긴축 행보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Fed가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면 긴축 속도를 올릴 수밖에 없다”며 “미국 경제 연착륙 실패 가능성 등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전망했다.

Fed는 다음 달부터 양적 긴축에 나선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양적 긴축을 계획대로 진행하면 1년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정도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씨티그룹은 “양적 긴축으로 Fed 자산이 1조 달러가 줄어들 때마다 1년 이내에 주식시장의 주가가 10%가량 하락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특히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되면 증시에서 외국인 ‘팔자’ 행렬을 지금보다 더 부추길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에서 외국인은 지난달 초부터 이달 6일까지 6조7560억원을 순매도했고, 기관은 3조2405억원어치 팔았다. 같은 기간 개인 홀로 10조원 넘게 순매수했지만, 주가 하락을 막진 못했다.

증시가 맥을 못 추자 기업공개(IPO) 시장도 움츠러들었다. 올해 IPO로 상장한 기업(스팩 제외) 23곳 중 8곳은 희망 범위(밴드) 하단보다 낮게 공모가를 정했다. 지난해 상장한 94개 기업의 82%(77개)가 밴드 상단에서 공모가를 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저조한 수요예측 결과에 아예 공모를 철회한 곳도 등장했다. 이달 코스피 상장 예정이던 SK쉴더스는 지난 6일 금융감독원에 IPO 철회 신고서를 냈다.

미국 긴축 여파에 암호화폐 시장도 출렁였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8일 오후 6시50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3.92% 내린 3만4582달러에 거래됐다. 3만5000달러 선이 깨진 건 지난 2월 24일 이후 74일 만이다.

전문가들은 증시 변동성이 클 땐 기업 실적과 배당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승진 연구원은 “중앙은행이 돈을 거둬들이고, 주가가 하락하는 역금융장세에는 실적이 탄탄한 중소형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금리 상승기 수혜를 볼 수 있는 현금 창출력이 높은 기업을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하현옥.이태윤(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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