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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는 디아스포라인가?

큰 주목을 받은 영화 ‘미나리’나 소설 ‘파친코’는 한인 디아스포라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이런 작품이 관심을 모으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핑계로 노골적으로 늘어나며 기승을 부리는 아시안 인종 혐오범죄를 바라보며 디아스포라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이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한층 더 고약한 병균인 것 같다.
 
디아스포라에 대한 관심은 우리 2세와 후손들을 위해 더욱 필요하다. 이민 1세들이야 재미교포, 동포, 교민, 미주한인 등으로 불리며 살다가 가면 그만이겠지만 2세들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그들은 교포나 이민자가 아니다. 여기에서 태어나 자라고 배운 미국사람이다. 그런데도 이민 1세들과 마찬가지로 차별대우를 받는다. 한국인의 피부색이나 핏줄을 원해서 이어받은 것도 아닌데 부당한 차별을 받고 인종 혐오범죄의 대상이 된다. 황당한 일이다.
 
이건 재외동포 정책 따위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스스로가 풀어야 할 문제다. 생각을 넓혀 미국사회의 근본적 구조와 디아스포라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사전의 설명에 따르면 “디아스포라는 ‘흩뿌리거나 퍼트리는 것’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특정 민족이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기존에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한자어로는 파종(播種) 또는 이산(離散)”이다. 역사적으로 디아스포라의 뿌리는 매우 깊지만 주로 이스라엘의 유대인 민족 집단이 해외로 흩어진 역사적 현상과 그들의 문화적 발전 혹은 그들 집단 자체를 의미한다.
 
영어에서 디아스포라란 낱말은 1950년대 중반부터 널리 쓰이게 됐고, 상당수의 인구 집단이 다른 특정 국가나 지역으로 쫓겨나 오래 살게 되는 경우에도 디아스포라라는 개념을 적용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주제는 근대에 와서 이주(移住)가 일반화되면서 나타난 특이한 현상이고, 현재에도 진행 중인 일인 것이다. 그리고 매우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있는 주제이다.
 
지금 자이니치(재일동포), 조선족, 고려인 등 해외에 사는 한국사람이 700만명 이상이고 세계 구석구석 한국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이들을 ‘코리안 디아스포라’라고 부른다.  
 
물론 자기 나라를 떠나 산다고 모두 디아스포라라고 할 수는 없다. 디아스포라에는 어떤 식으로든 강제성이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경제건, 전쟁이건, 정치적 이유건, 혹은 입양 제도건 본인의 의사에 반해 억지로 갈라지고 헤어진 경험이 바로 디아스포라의 체험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더 잘 살겠다고 ‘자발적’으로 이민 온 지금의 재미 한인들은 디아스포라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와이 사탕수수밭 노동자로 옮겨온 이민 선조들과는 다르다. 물론 우리들 중에도 민주화 운동가, 해직 교수, 해직 언론인 등 어쩔 수 없이 조국을 떠난 이들도 있지만….
 
하지만 이주의 이유보다 현재의 삶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지금의 미주 한인들도 디아스포라다. 떠나온 곳은 있는데 돌아갈 곳은 마땅치 않은….
 
물론 디아스포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한다고 해서 당장 무슨 해결책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간단할 리 없다.
 
하지만 나는 누구인가, 지금 어디에 서서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가, 나의 꿈은 무엇인가 등등 정체성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다 보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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