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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손자 매튜의 홈런

외손자 매튜는 야구를 좋아합니다. 멋진 선수가 되는 게 꿈입니다. 여섯 살부터 또래 야구팀에서 세컨드베이스를 맡아 경기를 했습니다.  
 
손자는 야구로 초청 받아 원하는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1학년 여름 방학에 남가주 집에 왔습니다. 기독교 대학 야구팀에 소속되어 운동을 했는데 그 팀과 K대학 야구팀이 경기를 가졌습니다. 두 팀이 치열하게 경기를 펼치던 중 상대 선수가 세컨드베이스 수비를 하고 있던 손자의 왼 다리 무릎을 밟으며 돌진해 왔습니다. 손자가 비명을 지르고 땅에 쓰러졌습니다. 밝은 대낮 관중석과 경기하던 양쪽 선수가 다 놀랐습니다.
 
무릎에서 흐르는 붉은 피가 황토 흙을 적셨습니다. 게임도 중단되었습니다. 병원으로 실려 갔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판단에 따라 무릎 수술을 하였습니다. 방학이 끝날 무렵 다시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무릎 상처가 심해서 야구를 잠시 쉬기도 했습니다. 야구팀에서 궂은일을 찾아 선수들의 손발이 되어 주었습니다. 경기 출전하는 선수를 위해 공을 던져주고 받으면서 팀을 위해 봉사했습니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나갔습니다.  
 


3학년이 되었습니다. 부상 때문에 캐처 석에서 공을 받는 선수로 경기에 출전했습니다. 시즌 도중 무릎 통증이 도져서 경기에는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3학년 마치고 고향집으로 왔습니다. 의사와 상담하고 2차 수술을 받았습니다. 온 가족이 피를 말리는 심정이었습니다.  
 
 졸업반이 되었습니다. 어김없이 야구 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 다행이 몸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운동을 계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팀에서 세컨드베이스를 맡았습니다. 지난 3월에 캘리포니아에 왔습니다. 손자가 남가주에 오면 나는 꼭 게임에 참석하여 응원을 합니다.  
 
게임에서 관중들이 손자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습니다. 녀석이 새로 입학하는 신입생을 안내하고 이곳저곳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야구팀에서는 선배 형인 손자를 많은 후배들이 좋아하고 따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팀의 부모들이 손자가 등판 할 때마다 ‘매튜, 매튜’라고 환호하며 열렬히 응원한다고 했습니다.
 
3월 마지막 주일, 오리건에서 원정 온 팀과 경기가 있었습니다. 이날은 경기장에 가지 못하고 TV를 보면서 응원을 했습니다. 양쪽 팀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마지막 이닝까지 게임이 아슬아슬하게 이어졌습니다. 엎치락뒤치락 할 때 손자가 멋있게 홈런을 날렸습니다. 우리는 야외 테이블에서 짬봉을 먹고 있었습니다. 온 가족이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고 서로 껴안고 난리가 났습니다. 짬봉 국숫발이 불어터지는 것도 모르고 홈런이 터진 장면을 몇 번이나 되돌려 보았습니다.
 
수술을 두 번이나 하면서도 기어이 홈런을 쳐내는 손자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집니다. 여든 살이 가까운 이 할머니도 손자에게 부끄럽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요즈음 글공부 교실에 다니며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근사한 수필집 한 권을 출간하여 손자에게 선물할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신영애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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