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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휴먼 체인

바다에서 일어나는 이안류(離岸流, Rip Current)는 해안으로 밀려오던 파도가 갑자기 먼 바다 쪽으로 빠르게 되돌아가는 현상이다. 폭이 좁고, 물살이 매우 빠른 이 거꾸로 파도는 주로 깊은 협곡이 존재하는 연안이 완만하게 발달한 근해에서 일어난다.  
 
이 이안류 현상이 플로리다주에서 일어났다. 팜트리는 바람에 살랑거리고 레모네이드 컵의 아이스는 느긋한 햇볕에 녹아내리는 오후였다. 잔잔한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던 사람들이 갑자기 물 표면 아래에서 휘몰아치는 강력한 이안류에 밀려 바다로 휩쓸려가기 시작했다. 당황한 그들은 손을 흔들며 필사적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이를 본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던 사람들이 두서 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설상가상으로 그곳은 구조대원이 없는 해변이었다. 위급한 상황이어서 다급히 수영복만 입은 채로 바다에 뛰어든 그들에겐 아무런 장비가 없었다. 아직도 먼 바다로 떠내려가는 사람에게 보낼 긴 줄이 필요했다. 끊어지지 않는 강력한 줄이.
 
필요를 깨달은 그들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손을 잡기 시작했다. 즉시 손에 손을 잡은 인간 사슬(human chain)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단 한 명의 지원자로 시작한 인간 사슬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원이 다섯 명, 열 명, 스무 명, 그다음엔 쉰 명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팔십여 명이 넘었다. 성별을 구분치 않은 사람이 모여서 만든, 오직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만든 인종을 망라한 사슬이었다. 이리저리 파도에 밀리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은 서로의 손을 잡았다. 잡은 손의 왼편도 오른편도 모두 처음 보는 이였다. 수영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얕은 바다에서, 수영을 잘하는 사람과 튜브를 가진 사람은 깊은 바다에서 줄을 이었다.  
 


그 사이 해변에 있는 사람이 보내온 큰 튜브와 줄이 달린 부기 보드가 앞으로 전달되었다. 사슬의 맨 앞에 있는 휴가 나온 젊은 군인은 자기를 향해 필사적으로 손을 내미는 남자를 향해 다가갔다. 세찬 거꾸로 파도에 밀렸지만, 여러 번의 끈질긴 시도 끝에 군인은 간신히 그의 엄지손가락을 잡고 자기 쪽으로 힘껏 잡아당겼다. 기진맥진한 그는 군인의 손을 꼭 잡았다. 미처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는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의 손을 잡으며 백사장으로 향했다.  
 
그동안 사십 대로 보이는 두 여자는 바다로 멀리 휩쓸려 나갔다. 헤엄치고 가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자, 군인은 있는 힘을 다해 줄이 달린 부기 보드를 던졌다. 여자들이 사력을 다해 보드를 부여잡았다. 군인과 주위의 사람들이 줄을 잡아당기자, 여자들이 서서히 해변으로 향했다. 가까이 온 여자는 얼마나 바닷물을 먹었는지 물 위에 떠 있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다. 군인은 옆에 떠 있는 튜브를 여자에게 씌웠다.  튜브에 몸을 실은 두 여자가 “Thank you”하며 훌쩍이며 지나가자 몇 사슬도 소리 없이 따라 훌쩍였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고 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 힘을 합치면 일을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역시 사람은 서로 돕고 어우러져 사는 게 좋다.  

이리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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