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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에 끼친 영향? 내가 믿는대로 만들었을 뿐”

구로사와 기요시
봉준호 감독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일본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67·사진) 감독의 팬이라며 “아시아에서 팬클럽을 만든다면 회장을 놓고 사투를 벌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구로사와 감독이 지난 1일 ‘큐어’ (1997)로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연상호 감독이 직접 상영작을 고른 ‘J 스페셜’ 섹션 상영작 5편에 선정됐다. 연 감독은 이날 전주영화제 기자간담회에서 “좋아하는 감독이고 ‘큐어’에서 팬심이 시작됐다”고 초청 이유를 밝혔다. 봉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에 영향을 준 ‘큐어’는 연쇄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일본 공포 스릴러의 걸작이다.

구로사와 감독은 핑크 영화(적나라한 애정 영화) ‘간다천음란전쟁’(1983)으로 데뷔해 공포·스릴러·미스터리를 주로 만들며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함께 일본 대표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일제 강점기 일본군의 한국·중국인 포로 생체 실험 만행을 담은 2020년 영화 ‘스파이의 아내’로 그해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을 받았다.

이날 구로사와 감독을 영화제가 열리는 전주 완산구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서 만났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2년여만의 해외 영화제 참석”이라며 “20년 전쯤 전주영화제에 왔을 때보다 굉장히 성장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 [사진 엠엔엠인터내셔널]
‘큐어’는 평범한 사람들이 어떤 남자를 만난 후 가까운 사람을 엽기 살해하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담당 형사(야쿠쇼 코지)의 시선에서 다뤘다. 구로사와 감독은 “정체를 모르는 게 가장 큰 공포다. 대상이 있어야 대항 가능한데 어디까지 갈지, 무엇인지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도 알기 어려운 바이러스라 더 무섭다. 마스크 하나를 쓸지 말지 싸우는 사람들의 행동이 더 생각하게 만든다”고 했다.

본인의 어떤 부분이 후배 감독들에게 자극과 영감을 준다고 보냐고 묻자, 그는 “솔직히 내가 끼친 영향은 전혀 없을 거”라고 답했다. 이어 “그동안 영화를 통해 이야기한 건 내가 믿는 그대로 영화를 만들면 된다는 것”이라며 “혹시 영향이 있었다면 그렇게 일관되게 작업해온 걸 보고 배우지 않았을까”라고 추측했다.

구로사와 감독은 “개인 취향을 내세우기보다는 아름답고 잘 정리된, 완벽한 영화를 만드는 장인을 추구한다”며 그런 영화의 사례로 1970년대 미국 영화를 들었다. 그는 “그 70년대 영화 느낌을 일본에서 구현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최근 일본 영화산업이 침체기라는 진단에 대해 “내가 상업 영화를 만든 40년간 일본의 영화산업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면서 “1950~60년대 일본 영화는 지루하지 않고 훌륭한 작품이 많았는데 그때는 일본에 스튜디오 시스템이 있었다. 당시 수준에 지금도 도전하지만 끌어올리기에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영화, 드라마는 몇 년 전부터 절정기지만 일본은 침체기를 걷고 있고 이대로 없어지는 게 아닌가 우려되지만, 계속 찍는다면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고 해외에서 발견해준다면 일본 영화가 명맥을 유지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팬이고 그가 만든 작품은 다 좋아한다”고 말했다. “가장 놀란 건 ‘괴물’(2006)”이라면서 “‘기생충’(2019)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봉 감독이 그전에 미국에서 넷플릭스 작업(‘옥자’)도 한 터라 아카데미에 딱 맞게끔 만든 작품이면 어쩌나 불안감을 가졌는데 기존 자신의 개성을 담뿍 담아 복잡한 얘기를 잘 풀어가서 기뻤다”고 돌이켰다. 이어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2016)과 ‘반도’(2020)도 봤다. 좀비가 빨리 달리고 속도감 있는 영화라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다른 한국 감독과도 친구가 될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원정(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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