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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유념(有念)과 무념(無念)

지난 글에서 마음공부의 기본은 챙기는 마음(Mindfulness)이라고 했다. 마음만 잘 챙기면 바르게 보고 듣고 판단할 수 있을까.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챙겨서 다음 글을 읽어보자.
 
아이와 함께 야구장에 가던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그 자리에서 사망을 하고 아들은 위독한 상태로 병원 수술실로 옮겨졌다. 수술실에 들어온 담당 의사가 아이의 얼굴을 보고 흐느끼면서 "이 아이는 제 아이이기 때문에 저는 수술 할 자신이 없습니다." 아버지는 즉사를 했는데 어찌 된 일일까. 응급실에 들어온 의사는 아이의 '어머니'였던 것이다.  
 
행사 때문에 LA교당으로 출발하려는데 차바퀴에 펑크가 나 있었다. 1년에 한 번 있는 중요한 행사여서 급한 마음에 여기 저기 전화를 하느라 차 위에 핸드폰을 올려놓고 출발을 하고 말았다. 결국 핸드폰이 떨어져 낭패를 봤다.  
 
아무리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챙겨 이야기에 집중을 하고 늦지 않으려고 애를 써도 고정관념(의사는 남자)과 집착(자동차 펑크)을 놓지 못하면 바르게 보고 듣고 판단할 수 없다.
 


마음을 챙기는 '유념공부'에 빗대어 '집착을 놓는 것'을 '무념공부'라고 한다. 무념공부를 위해서는 새벽과 저녁 같이 일이 없고 육근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좌선을 주로 하고 낮과 같이 일이 바쁘고 육근을 사용하는 때에는 보고 듣고 말할 때 착 없이 보고 듣고 말하는 훈련을 주로 해야 한다.  
 
좌선은 무념공부라 할 수 있지만 마음을 챙겨서 아침에 일어나는 유념공부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마음을 챙기는 유념공부 역시 고정관념과 집착을 놓는 무념공부가 없으면 위의 예에서처럼 실 효과를 얻기 어렵다.
 
어린 시절 방송에서 축구해설을 들을 때 정신력만 강조하는 것이 듣기 불편했다. 정신력도 기본적인 실력이 있을 때 효과가 있는 것이고 마음만 챙긴다고 해서 모르는 수학문제가 풀릴 리도 없다. 붉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면 역시 아무리 마음을 챙겨도 사물의 색상을 정확히 분간할 수 없다. 축구 실력을 기르고 수학 실력을 기르고 붉은색 선글라스를 벗는 일이 무념공부라 할 수 있다. 무념 없는 유념은 착심과 망상만 키울 뿐이다. 유념 속에 무념이 있고 무념 속에 유념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유명한 스님 중 한 분이 방송 강연에서 "지식도 재산도 없는 사람이 뭘 비울 수 있을까요." "마음을 비우면 시험에 떨어진다. 마음을 비우라는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됩니다." 하셨다. 근기에 따른 방편법문이라 하더라도 자성의 본질을 호도할 수 있는 위험한 말씀이다. 지식과 재산이 아닌 지식과 재산에 대한 '집착'을 놓으라는 말이고 비우면 지혜가 밝아져 시험에 붙을 가능성이 커진다. 부처님께서도 마음을 비우는 무념을 마음공부의 표준으로 삼으셨고 대종사께서도 무념으로 최상 법문을 삼으셨다. 외람되지만 스님의 말씀은 진공과 묘유가 공존하는 자성의 본질을 도외시한 법문이다.
 
챙기는 마음(유념)은 무념에 바탕을 두지 않으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경전공부(유념)가 반드시 명상수행(무념)과 병행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drongiandy@gmail.com

양은철 / 교무ㆍ원불교미주서부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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