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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가해자 시점 '니 부모…' 김지훈 감독 "버지니아공대 총기사건 영향 받아"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를 제작 5년만에 개봉(27일)하게 된 김지훈 감독을 지난 20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사진 마인드 마크]

학교폭력 사건을 다룬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이하, 니 부모…)’가 개봉 다음 날인 28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배우 설경구‧오달수‧천우희가 주연을 맡아 한 사립 명문 중학교에서 벌어진 ‘학폭’ 사건을 가해자 부모 시점으로 파고든 영화다. 개봉 당일 할리우드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에 밀렸지만 하루 만에 역전했다.

연출을 맡은 김지훈(51) 감독은 코미디 영화 ‘목포는 항구다’(2004)로 장편 데뷔해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그린 ‘화려한 휴가’(2007)와 ‘7광구’(2011), ‘타워’(2012), ‘싱크홀’(2021) 등 재난영화를 주로 만들었다. 이번에 처음 사회파 스릴러에 도전했다. ‘니 부모…’는 코로나19 팬데믹 등 우여곡절 끝에 만든지 5년 만에 개봉했다. 지난 20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그는 “투자사가 다섯 군데나 바뀌고 개봉이 어려웠지만 학폭 피해자 마음을 관객에게 전달하고픈 마음으로 버텨왔다”고 개봉 소감을 밝혔다.

10년전 한국에서 공연된 동명 일본 연극을 보고 분노해 영화화를 결심했다는 그는 인터뷰 도중 감정이 북받친 듯 울컥하기도 했다. “감독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화려한 휴가’ 같은 영화를 찍고 나면 트라우마가 많았고, ‘타워’ ‘싱크홀’은 내가 행복하려고 찍은 부분도 있다. ‘니부모…’는 한 아이 아빠로서 우리 아이가 행복하면 좋겠다, 세상의 아이들이 안 아팠으면 좋겠다는 하나의 마음으로 했다.”



Q : 원작의 어떤 면에 끌렸나.
A :
“‘타워’ 끝내고 재난영화 중심의 작품결을 바꾸고 싶던 차에 우연히 원작 희곡을 접하고 분노했다. 가해자 시선으로 영화를 표현하는 걸 적절하게 잘 할 수 있을지 두려웠지만 연출적으론 색달랐고 탐났다. 원작자(일본 극작가 하타사와 세이고)에게 촬영 전 시나리오를 보여주니 ‘잘 고쳤다’며 ‘이게 가능하겠는가’ 하시더라.”,



Q : 원작은 학폭 가해자 부모들의 하룻동안을 그린 반면 영화는 부모들끼리의 법정공방부터 학교측과 담임교사(천우희) 입장, 사건 당일 학생들의 회상 장면까지 복잡하게 교차한다. 가해자 위주로 찍으며 힘들었던 점은.
A :
“가해자의 마음에 들어가 그 상황을 바라본다는 게 낯설고 두려웠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가해자가 되면 어떻게 판단할까, 답할 수 없더라. 아직도 답을 찾는 과정이다. 자식이 부모를 고발하는 건 쉬울 수 있는데 부모에게 자식에 대한 문제는 신이 준 관계 중 가장 어려운 관계다. 부모가 자식에게 감정 이입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없다.”

엔딩 못 정해 3개월간 촬영 중단하기도
27일 개봉하는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학교폭력에 희생당한 한 학생이 편지에 남긴 4명의 가해자 부모들이 사건을 은폐하려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진은 가해자 중 한명으로 지목된 한결(성우빈, 오른쪽)과 변호사인 아버지 강호창(설경구) 모습이다. [사진 마인드마크]

Q : 부모 역 캐스팅은 어떻게 정했나.
A :
“캐릭터별로 가장 극대화한 감정을 절묘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배우를 고민했다. (‘타워’를 함께한) 설경구는 가장 먼저 결정했다. 아버지의 마음을 눈빛 곳곳에 잘 표현해냈다. 건우 어머니는 그냥 문소리 배우가 제 마음에 자리 잡았다. 오달수 배우는 예전에 술자리에서 취했을 때 눈빛에 놀랐다. 선한 분이고 화난 게 아닌데 섬뜩한 느낌을 받아서 무작정 시나리오를 드렸는데 선뜻 해주셨다.”



Q : 촬영하며 극 중 학폭 사건 장소인 호숫가 절벽에 자주 갔다고.
A :
“나머지 촬영이 다 끝날 때까지 건우(유재상)와 한결(성우빈)의 결말 장면을 못 찍었다. 한결의 아버지 강호창(설경구)이 마지막에 보는 드론 영상이 그때까지 없었다. 연출자로서 부끄럽지만 관객한테 뭘 보여줄지 결정을 못 했다. 일주일에 서너번 호수에 가 절벽을 내다보며 3개월 만에 지금의 결말을 생각했다.”



Q : 학폭 가해 장면 수위가 높은데 실제 10대였던 학생 역 배우들을 위한 안전장치는 어떻게 했나.
A :
“심리치료까진 못 하고 어머니들이 와계셔서 배우들이 안정할 수 있게 했다. 청소년 출연진과 ‘건우의 희망과 영혼이 무너지는 것을 표현하는 과정’이라고 이야기를 나눴다.”


학폭 책임은 어른들…버지니아공대 총기사건 돌아봐야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에서 천우희는 학교와 학생, 학부모 틈에서 갈등하는 기간제 교사 역할을 맡았다. [사진 마인드마크]

Q : 학폭 가해가 왜 벌어진다고 보나.
A :
“해결하고 치료하려면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물어보면 이유가 별로 없다.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약하고 함부로 할 수 있는 상대를 골라 푸는 거라 생각한다. 우리가 만든 제도나 환경, 사회적 여건을 만든 부모들 잘못이다. 누구나 가해자‧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게 하지 말아야지, 왜 됐냐는 그다음 질문 아닐까. 아이들이 단순 재미로 (학폭을) 하는 게 얼마나 한 인생을 파괴하는지 어른들이 알리고 가르쳐야 한다. 이 영화 메시지다. 철저한 반성과 철저한 어루만짐, 피해자 아이들의 회복을 위한 사회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



Q : 개봉이 미뤄진 5년간 학폭 문제는 더 나빠졌다.
A :
“왜 가해하게 됐는지 추적하고 그 아이를 치유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이 영화를 한 결정적 이유 중에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 사건으로 32명을 살해한 조승희가 있었다. 충격받은 건 학교에 32개 추모비 옆에 가해자 조승희 추모비가 세워졌다. ‘이렇게 가해하기까지 네 말을 못 들어줘서 미안하다’는 문구가 새겨졌다. 가해자 마음마저 이해하려는 데에 충격받았다. 응징과 처벌도 중요하지만, 그 아이들이 그렇게까지 가지 않게 하는 과정이 절실하다.”



나원정(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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