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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미리 가 본 백세시대

타임머신이라는 기계를 타면 과거와 미래를 자유롭게 가볼 수 있다고 한다. 타임머신을 타지도 않았는데 나는 백세시대를 미리 가본 것 같다.  
 
나는 천성적으로 동작이 느렸다. 18세에 군대에 간 나를 고참들은 슬로모션이라고 불렀다. 일을 제때에 끝내지 못해 매를 많이 맞았다. 3년을 복무하고 만기제대했다. 야간으로 5년을 다녀 대학을 졸업했고 학사학위도 받았다. 내가 졸업생 중에서 나이가 가장 많았다.  
 
미국에 와서는 55세에 LA카운티 공무원이 됐고 75세에 은퇴했다. 나는 동작도 말도 느려서 내 나이보다 더 늙어 보인다.  
 
그렇다면 늙어 보이는 것과 젊어 보이는 것의 득실은 어떨까. 나는 젊어 보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쪽은 모른다. 하지만 늙어 보여서 받은 혜택은 알고 있다. 즉 백세 시대를 미리 가본 것이다.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 갔을 때다. 묵고 있던 호스텔 근처에 차이나타운이 있어 갔다. 한 번은 점심을 사 먹고 걷고 있었는데 어느 상점 주인이 나를 불렀다. 나이가 들어 보인다며 몇살이냐고 물었다. 나는 그 사람이 내가 늙어 보여 나이를 물어본 것임을 알기에 백살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나의 손을 잡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탁자에 앉히더니 최고급 코냑과 안주를 대접하는 것이었다. 술은 먹고 싶은 대로 먹으라고 했다. 나는 취해서 생각해 보았다. 백세가 되는 것이 그다지 나쁜 것은 아니라고….
 
필리핀에 갔을 때는 나 보고 돌아가지 말고 필리핀에서 살라고 했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필리핀에서는 백세가 되면 정부에서 2000달러를 준다는 것이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백세가 되면 모든 죄를 용서 받는다는 말도 있다. 사람들이 나를 백세로 보니까 나의 모든 죄는 이미 용서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서효원·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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