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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삭이다'와 '삭히다'

“분을 삭히기 위해 혼자 술을 마시다 건강이 안 좋아졌다”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꾹 누르고 속으로 삭히다 보니 화병이 났다”와 같은 표현이 있다. 여기서 ‘삭히다’는 올바르지 못한 표현이다. “분을 삭이기 위해” “속으로 삭이다 보니”로 바꿔야 한다.
 
이런 혼란이 생기는 것은 ‘삭다’가 ‘삭히다’와 ‘삭이다’ 두 가지 형태의 사동사로 갈라지기 때문이다. 사동사란 문장의 주체가 자기 스스로 행하지 않고 남에게 그 행동이나 동작을 하게 함을 나타내는 동사를 말한다.
 
‘삭히다’는 김치나 젓갈 따위의 음식물을 발효시켜 맛이 들게 하다는 의미의 사동사다. “가자미식해는 가자미를 삭혀 만든 함경도 지방의 젓갈이다”처럼 쓰인다.  
 
젓갈 등을 오래되도록 푹 삭히다고 할 때도 ‘곰삭히다’를 사용한다. ‘곰삭이다’란 말은 없다.
 
‘삭이다’는 어떤 감정이나 생리작용이 수그러들게 하다는 뜻의 사동사다. “화를 삭이려 무던히 애썼다”와 같이 쓰인다. 긴장·화를 풀어 마음을 가라앉히다, 기침·가래 등을 잠잠하게 하다고 할 경우엔 모두 ‘삭이다’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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