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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자체가 하나의 '이건희 미술관'...355점 모두가 '명품'

국립중앙박물관 '어느 수집가의 초대' 전시장에 옛 서적이 즐비하다. 고 이건희 회장의 기록문화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보여준다. [사진 이은주]
고 이건희 회장이 소장품으로 [사진 이은주]
겸재 정선이 그린 '인왕제색도'를 관람할 수 있는 전시실. 조용히 앉아 바라볼 수 있다. [사진 이은주]

'어느 수집가의 초대' 전시에서 책가도 형식으로 배치된 작품들. [사진 이은주]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앞에서 해설을 하고 있는 이수경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사진 이은주]
조선시대 달항아리와 김환기의 그림이 나란히 배치된 전시실. [사진 이은주]
조선시대 겸재 정선(1676~1759)의 수묵화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1751)'와 프랑스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의 '수련이 있는 연못'(1917~1920)이 한 전시에 같이 나왔다. 작가가 살았던 시기와 두 그림의 색채와 작풍은 극과 극일 정도로 다르지만, 고(故) 이건희(李健熙, 1942~2020) 삼성 회장이 소장하고 가장 아끼던 작품들이다. 그러나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지난해 4월 고 이 회장의 유족들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 7개 기관에 기증한 문화유산과 미술품의 놀라운 실체가 또렷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가 28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한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하고 공립미술관 다섯 곳 등 총 7개 기관이 협력한 전시로 2만3000여 점의 기증품 중 총 295건 355점을 소개한다.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각각 기증품 전시를 열었지만, 고미술품과 근현대 작품을 망라한 이번 전시야말로 '컬렉션 자체가 명품'이라는 이건희 기증품의 실체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선사시대부터 21세기까지의 금속, 토기와 도자기, 전적, 목가구, 조각, 서화, 유화 등으로 시기와 분야가 다양한 작품이 나왔다. '전시 자체가 박물관'이고, 이건희 수집가가 쓴 '국민 미술 교과서'다.

총 355점 중 국립중앙박물관이 308점, 국립현대미술관이 35점을 출품했다. 광주시립미술관은 김환기의 '작품', 대구미술관은 이인성의 '노란 옷을 입은 여인상', 박수근미술관은 박수근의 '한일(閑日)', 이중섭미술관은 이중섭의 '현해탄', 전남도립미술관은 천경자'만선(滿船)'등 12점을 출품했다. 전시품 중 국가지정문화재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출품한 '일광삼존상(一光三尊像)' 등 국보가 13점, '삼현수간첩(三賢手簡帖)' 등 보물이 20점이다.


고 이 회장 유족은 지난해 4월 그의 수집품 중 문화유산 2만1693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근현대 미술품 1488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 또 근현대 미술품 102점을 지역 미술관 다섯 곳에 나눠 기증했다.

조선 달항아리와 김환기 '작품' 나란히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사진 이은주]
[사진 이은주]
전시는 제1부 ‘저의 집을 소개합니다’, 제2부 ‘저의 수집품을 소개합니다’로 구성해 마치 수집가의 집을 연상케 하는 공간에서 고 이 회장의 안목과 취향을 엿볼 수 있게 했다.

모네의 '수련' 연작 중 하나인 '수련이 있는 연못'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됐다. 지난해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이 그림과 크기와 구도가 같고 제작 시기가 유사한 작품이 약 800억원에 낙찰된 바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 작품 역시 약 600~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정약용(1762~1836)의 '정효자전(鄭孝子傳)'과 '정부인전(鄭婦人傳)'도 처음 공개되는 작품 중 하나다. 1814년 강진 사람 정여주의 부탁을 받아 그의 일찍 죽은 아들과 홀로 남은 며느리의 안타까운 사연을 글로 쓴 서예 작품으로 정약용의 글씨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불교미술품과 옛 책자를 전시한 공간도 경탄을 자아낸다. 삼국시대 6세기에 제작된 '일광삼존상'이 나왔고, 고려 14세기 불화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와 '천수관음보살도(千手觀音菩薩圖)'(고려 14세기, 보물)는 각각 2개월씩 전시된다. 미술사학자 안휘준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기증품 목록을 보고 "국립박물관이 비로소 부끄러움을 면하게 됐다"며 '천수관음보살도'를 가장 반겼다.

『초조본 현양성교론(初雕本顯揚聖敎論)』(고려 11세기, 국보), 금속활자로 인쇄한 초간본 『석보상절(釋譜詳節) 권20』(조선 1447~1449) 등은 '기록문화'에 대한 고 이 회장의 남다른 애착을 보여준다. 유학자 송익필, 성혼, 이이가 30년 넘게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서간첩 『삼현수간첩』(1560-1593, 1599년 편집)도 눈길을 끈다.

18세기 '백자 달항아리'와 김환기의 1950년대 '작품'도 나란히 나왔다. 김환기의 추상 회화가 전통문화와 자연에 대한 향수에서 출발했음을 한 눈에 보여주는 구성이다. 김환기·박수근·이중섭 외에도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했던 작가들의 '걸작'도 즐비하다.

이번 전시는 폭넓고 완성도 높은 작품군 그 자체로 지난해 이우환(86) 작가가 고 이 회장의 수집 열정을 가리켜 "광기에 가까운 의지"라고 말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가늠케 한다. 특히 그가 "홀려서 모았다"는 우리 문화재는 그가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지도에 가깝다.

안 명예교수는 "간송 컬렉션과 마찬가지로 고 이건희 회장은 명품 컬렉션의 네 가지 요건(문화재와 미술에 대한 지대한 관심, 안목, 결단력, 재정적 능력)을 모두 갖추고 수집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온 국민에게 문화를 즐기고 누리는 것을 넘어서 문화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28일까지.




이은주(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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