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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식사나 같이합시다

오래전 제가 한국에서 친구들과 헤어질 때 잘 가, 또 만나자, 누구에게 안부 전해달라고 했는데 근년에는 “언제 식사나 같이 한번 합시다”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됩니다. 이런 인사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한동안 그럼 언제 어디서 만나자는 걸까 혹시 연락을 주려는가 하고 기다리는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 내가 한국을 떠날 때까지도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요새는 친구들이 헤어질 때 “언제 식사라도 같이 한번 합시다”가 그저 내용 없는 인사말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같이 식사를 한다는 것은 매우 가까운 사이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같이 앉아 먹고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이루어지지 않는 행사입니다. 성경에 보면 예수님은 사랑하는 제자들과 같이 식사를 자주 하셨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도 몰려다니며 식사를 하니까 바리세 교인이 너희 선생은 먹기를 탐한다고 시비를 걸 정도였습니다.  
 
대전의 대학병원에서 8년을 근무했습니다. 평소에 근무할 때 많은 사람과 어울렸고 내가 인심을 잃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떠날 때 정말 식사나 같이 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물론 같은 과나 석좌교수들은 송별회를 해주었고 같이 송별 골프를 치자고 하여 골프도 치고 했지만 만나면 “교수님, 교수님” 하고 인사를 하던 많은 사람은 그야말로 밥 한 끼 같이 먹지 않았습니다. 물론 언제 식사나 같이하자는 인사는 많이 받았지만 전화 와서 초청을 한 일도 별로 없고 내가 있던 연구실에 메시지를 보낸 일도 없습니다. 그러니 밥 한번 같이하자는 말은 그저 지나가는 인사란 것을 깨닫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요새는 그 인사법을 터득하여 “언제 같이 식사나 하십시다”라고 하면 “네 그럽시다”라고 대답하고는 나도 잊어버리고 맙니다. 지금은 말의 잔치 시대입니다. 정부도 국민에게 화려한 말로 유혹을 하고는 정권을 잡으면 나 몰라라 하고 사람 사이에서도 약속은 많이 하지만 약속은 말만의 약속으로 끝나는 때가 많이 있습니다. LA에 친구들이 있고 가끔 전화로 인사합니다. 그런데 “야, 너 언제 이 근처 올 일 있으면 연락해라”라고 인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LA에 미팅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전화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래. 너 왔니 반갑다. 언제 식사나 같이하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거기 있는 일주일 동안 전화도 메시지도 오지 않았습니다. 그 말도 그냥 빈말 인사였던 것입니다. 그럼 어째서 그런 빈말 인사가 유행하게 되었을까요. 나는 사회를 리드하는 정치인에게서 시작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한참 선거 운동을 할 때 “네, 내가 당선되면 같이 식사나 하면서 이야기를 나눕시다”라고 하고는 당선되면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는데”라고 딴소리를 하는 것이겠지요.  
 
저는 가끔 서울에 갑니다. 그럼 친구들에게 전화합니다. 그러면 “언제 가냐, 한 번 만나 밥이라도 먹자”라고 합니다. 나는 내가 묵고 있는 호텔을 가르쳐주고 임시지만 전화번호를 줍니다. 그러나 같이 식사하자던 친구는 하루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떠날 때가 되어도 연락이 없습니다. 그래서 보통 빈말 인사인 줄 알고 서울을 떠납니다. 그런데 어떤 친구는 그 인사가 참 이었던 모양입니다. 내가 연락을 해줄 줄 알고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실망했다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러니 “한번 밥이나 먹읍시다”란 말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빈말이니 잊어먹어야 할까요. 아니면 정말 약속이니 연락해야 할까요. 마치 정치인의 공약 같아서 헷갈립니다.

이용해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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