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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마크롱이 재선에 성공한 까닭, 운이 좋았나?

[논&설] 마크롱이 재선에 성공한 까닭, 운이 좋았나?



(서울=연합뉴스) 김민철 논설위원 = 서유럽의 강국 프랑스에서 최근 치러진 대통령 선거는 에마뉘엘 마크롱(44)의 재선 성공으로 막을 내렸다. 5년 전 39세의 나이로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중도 성향의 마크롱은 지난 24일 대선 결선 투표에서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53) 국민연합(RN) 후보를 이겨 연임을 쟁취했다. 프랑스에서 현직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하기는 20년 만이라고 하니 대단한 기록이다.

마크롱은 어떻게 재선 대통령이란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을까? 운이 좋은 것일까? 선거는 결국 구도라는 말이 있다. 선거는 후보자로 나선 인물들을 상대로 유권자들이 투표한 결과로 우열을 가린다. 따라서 선거에서는 '최선이 아닌 차악 후보를 뽑는' 일들이 왕왕 벌어진다. 이번 프랑스 대선의 선거 구도를 보면 무려 12명의 후보가 난립한 1차 투표에서 마크롱은 27.84%로 30%가 채 안 되는 득표율로도 결선에 나가는 데 성공했다. 르펜이 23.15%로 2위를 차지해 나머지 한 장의 결선 진출권을 확보했고, 3위는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으로 21.95%의 표를 가져갔다. 마크롱은 결선 투표에서는 극우 성향의 르펜을 58.54%대 41.46%로 제쳤다. 1차에서 극좌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 중 결선에서 투표장을 향하는 이들이 극우 후보를 지지하기는 어려울 테니 선거 구도가 중도 성향의 마크롱에게 유리하게 짜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5년 전 당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낮은 지지율로 인해 재선 출마를 아예 포기했다. 그에 비하면 마크롱이 임기 5년을 지나 재출마하고 대권을 다시 잡는 데 성공했으니 이를 단지 선거 구도의 틀로만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마크롱의 1기 집권 5년은 순탄하지 않았다. 의사 부부의 아들로 태어나 명문대 출신의 엘리트로, 투자은행 전문가를 거친 그는 중도 성향의 친기업적 개혁 성향을 보였다. 이로 인해 '부자들의 대통령'이라거나 '권위주의적' '오만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지구온난화 대처와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을 목표로 유류세를 올리다가 2018년 11월 트럭 운전자 등의 반발에 부닥쳤고 약 1년 동안 주말마다 파리 등지에서 '노란 조끼'를 입은 시위대가 거칠게 반정부 집회를 벌였다. 결국 유류세 인상 계획은 폐기했다. 2019년 12월에는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철도·지하철노조, 교직원 등 주요 노동·직능 단체들이 총파업을 벌였다. 그러다가 2020년 1월에는 코로나19가 강타했고 그로 인해 연금개혁은 보류됐다. 마크롱 정부는 3차례 전국 단위 봉쇄령을 내리면서 코로나19 대처에 고군분투했으나 유럽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6일 현재 프랑스 전체 인구 약 6천500만 명 중 누적 확진자는 2천800만 명이 넘고 사망자도 14만 명 이상이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를 의미하는 것이라고도 했던가. 마크롱 정부는 코로나 시대 타격을 입은 기업과 근로자 등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고 여기에 힘입어 과거 높은 실업률을 보였던 프랑스는 1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실업률을 기록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마크롱이 취임한 2017년 9.5%였던 실업률이 2021년 말에는 7.4%로 떨어졌는데 이는 15년 만의 최저 기록이라고 한다. 이에 앞서 마크롱은 '노란 조끼'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하자 국민과 직접 대화하겠다며 타운홀 미팅식으로 진행되는 사회적 대토론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2019년 1월 프랑스 남부 소도시 시청에서 약 250명의 주민이 모인 '사회적 대토론' 프로그램에는 마크롱이 직접 참가해 자신이 거액의 상속자도 아니고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게 아니라며 대중에게 다가가기도 했다. 마크롱은 2021년 6월에는 지방 순회를 하던 중 군중에게 가까이 가 인사를 하다가 극우 성향의 한 젊은 남성에게 뺨을 맞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크롱은 그 이후에도 지방을 돌며 대중과 접촉하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프랑스 매체 '프랑스24'에 따르면 대선 투표를 분석한 결과 마크롱은 대도시 도심 지역 거주자들, 중산층 및 노년층의 지지를 주로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마크롱은 위기가 왔을 때 자신이 옳다고 무작정 고집을 피우거나, 다가온 어려움을 회피하지 않고 승부수를 던지며 정면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마크롱은 지난 24일 밤(현지시간) 당선이 확실해진 뒤 에펠탑 앞 광장에서 수천 명의 지지자들에게 한 연설에서 "여러분이 나의 사상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극우의 사상을 막기 위해 나에게 투표했다는 것을 안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 진영의 후보가 아니라 만인의 대통령으로서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또한 르펜을 지지한 유권자들의 좌절감에 해결책을 찾겠다며 새로운 방법으로 새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아마도 이런 게 마크롱의 승부사적 기질을 잘 드러내는 모습으로 보인다. 마크롱이 향후 5년 동안 과연 모두의 대통령이 되는 통합의 정치를 하며 새 시대를 열어갈 것인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minch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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