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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꽃도 피겠지

꽃도 피겠지  
 
 
쓰러지지 말고  
견디다 보면
봄도 오고
인생의 날
꽃도 피겠지 〈*디카시 5행시〉


 
신호철

신호철

 
아침에 하얗게 덮혔던 눈 때문에 새순이 올랐던 가지마다 하얀 눈꽃이 피었다. 외출 후 돌아와 보니 다시 연두, 뒤란은 파릇한 봄으로 돌아와 앉았다. 눈 내린 아침에 그녀는 내게 물었다. “봄은 도대체 무슨 색이지?” “무슨 색은 무슨, 봄은 연두색이고 연두색이 점점 짙은 색으로 바뀌는 여름은 초록, 그 초록이 빛을 잃고 잎사귀마다 누렇게, 붉게, 단풍이 드는 가을은 진홍색, 낙엽이 지고 앙상한 가지마다 눈꽃이 피는 겨울은 그야말로 하얀색이 아닐까?” 나는 당연하게 물어보지도 않은 계절까지 친절하게 설명을 했다.
 
부활절 예배를 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눈 길을 사로잡은 풍경에 가던 길을 되돌아 섰다. 푸른빛을 띈 연보라 물감을 부어 놓은 듯 주변의 연두를 무시하는 강렬한 색상의 꽃들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무엇을 오랫동안 바라본다는 것은 그 행위 이전에 상당한 애정을 동반한다는 이론을 입증하듯 오랫동안 나는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이처럼 강렬하게 봄을 열고 있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같은 불락 돌아가는 길 모퉁이에 뾰족한 입을 내민 노란 개나리. 긴 꽃잎을 펼친, 가련한 연분홍 목련이며, 작은 사과가 무수히 맺힐 눈보다 더 하얀 사과꽃. 봄은 연두라는 대답이 무색하리만큼 어디에서 그런 강렬하고 아름다운 색들을 담아 내는지 신기할 다름이다. 겨울 내내 땅속에서는 색들을 만들고 각각의 뿌리로 그 색들을 전하느라 분주했음에 틀림이 없다.
 
시카고의 ‘봄을 열다’
 
작년 가을 첫번째 시카고 디카시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모두 즐겁고 행복했다. 젊지도 않은 나이에 무슨 전시회인가 생각하다가도 가을 잎새 물들어가듯 온몸 구석구석 단풍처럼 자신을 진하게 표현하는 서로에게 놀라움과 수고의 박수를 보냈다. 한겨울 지나가기도 전 두번째 전시회 날짜를 잡아놓고 분주함에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첫번째 전시회 타이틀 이었던 ‘시를찍다’에 매료됐던 터라 그대로 쓰기로 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시카고디카시연구회의 상징적 문구로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부제로 ‘봄을열다’를 가졌다. 이제 시를 찍어 봄을 여는 일은 쉽지만은 않지만 즐거운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봄의 색깔이 한 색깔이 아니듯 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색들은 저마다 독특했다. 같은 풍경, 같은 사물, 같은 상황 속에서도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표현과 사진으로 막 시작하려는 시카고의 봄을 하나 하나 열었다. 작품마다 풍기는 색상과 느껴오는 분위기는 바로 작가 자신의 색상이요 묻어나는 삶의 부분이었다. 함께 모여 자르고 부치고 액자를 만들면서 12명 전시작가의 작품 48점이 완성되었다. 작품을 준비하며 찍었던 작업과정 50여장의 사진도 큰 패널에 담아 함께 전시했다.
 
봄은 생명이고, 봄은 살아나는 부활의 계절이다. 시카고의 봄은 늦게 찿아온다. 5월에도 눈발이 날리고 서리가 내린다. 그러나 봄은 거북이 걸음처럼 한발 한발 오고 있다. 아직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분은 없으리라 본다. 움추렸던 가슴을 펴고 어깨를 세워봄은 어떠한가. 기지개를 펴고 살아 꿈틀거리는 봄을 느껴보지 않겠는가. 살아나는 생명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지 않겠는가. 다가오는 봄을 향해 두 팔을 벌려 그를 힘껏 안아봄은 어떠하겠는가. 햇빛 좋은 양지밭에 푸르게 올라오는 옥잠화 싹들을 보라. 햇볕 한장씩을 얼굴에 붙히고 부지런히 시카고의 봄을 열고 있지 않은가. (시인, 화가)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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