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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배경복사

박종진

박종진

위대한 일은 우연히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연구 중인 시료를 잘 보관하지 않고 휴가를 다녀왔던 게으름뱅이 플레밍은 곰팡이가 침입해서 배양했던 세균을 죽인 것을 보고 인류사에서 가히 혁명적인 페니실린을 만들었다. 스카치테이프로 유명한 3M사의 직원이 강력 접착제를 만들려다 실패하였는데 버리기가 아까운 실패작을 활용해서 어디든 쉽게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Post-It을 만들어 대성공을 거두었다.
 
빅뱅의 증거를 찾기 위해서 프린스턴 대학교 교수들이 더욱 강력한 전파망원경을 만들고 있을 때 대학교 인근에 있는 벨 전화 연구소의 기술자들에게 골칫거리가 생겼다. 인공위성에서 수신한 전파에 잡음이 섞여 나오는 것이었고 그 잡음을 없애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허사였다. 심지어는 안테나 속에 집을 짓고 사는 비둘기 배설물 청소까지 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그러다 문득 근처 대학교 교수들이 무엇인가 찾는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던 터라 조심스럽게 전화를 걸어서 혹시 도움이 될만한 것이 있는지 자문했다. 그 전화를 끊고 난 담당 교수가 동료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여보게, 이제 짐 싸야겠어. 우리 망한 것 같아."
 
벨 전화 연구소 기술자였던 펜지어스와 윌슨 두 사람이 발견한 것이 바로 우주배경복사라는 것인데, 빅뱅이 있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어 기술자 두 사람은 1978년에 노벨상을 받았다.
 
지구는 둥글어서 직진하는 전파는 지구 곡면을 따라서 계속 여행할 수 없다. 1960년에 미국은 에코 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려보내고 한 지점에서 전파를 쏘아 위성의 표면에 반사해 멀리 떨어진 곳으로 보내는, 말하자면 위성중계를 시작했다. 그런데 전파가 왕복하면서 소실되거나 다른 것이 섞여 수신된 전파를 깨끗하게 복원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1963년 벨 전화회사의 연구원 두 사람은 인공위성을 통해서 수신한 전파에 섞인 잡음을 없애려고 고군분투했다. 집채 만한 나팔 모양의 안테나를 분해해서 다시 조립하고, 그리 오래 사용하지도 않은 부품도 교체하는 등 별 짓을 다 해보았지만 잡음은 여전히 전 방향에서 고르게 나타나고 있었다. 큰 도시가 가까워서 그런지, 자주 다니는 비행기가 방해하는지 의심도 해보았지만, 심지어는 날씨와도 상관없이 잡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들은 마지막 수단으로 전문가에게 상의해 보기로 했는데 연구소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반 떨어진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빅뱅의 흔적을 찾던 로버트 디키 교수에게 문의했다.
 
우주배경복사란 우주 전역에서 균일하게 발견되는 전자기파로 우주가 팽창되면서 파장이 길어진 전자기파의 잔해다. 빅뱅 직후 우주는 마치 별이 태어나는 순간처럼 고온 고압의 상태였기 때문에 전자는 원자핵에 붙들리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며 빛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해했다. 하지만 우주가 팽창하는 바람에 온도가 떨어지자 원자핵은 전자를 붙잡아 전기적으로 안정되었다. 그러자 자유스러워진 복사파는 우주 전 방향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그 일부가 비둘기가 살던 안테나에도 잡혔다. 우주배경복사는 이 우주가 엄청난 대폭발로 시작되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다. 바로 빅뱅 우주론이다. (작가)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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