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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쌀수록 잘 팔린다?…철마다 가격 올린 명품업체들 '떼돈'

비쌀수록 잘 팔린다?…철마다 가격 올린 명품업체들 '떼돈'
루이뷔통·샤넬·에르메스 역대 최대 실적…합산 매출 3조 넘어
팬데믹 장기화로 '보복소비' 확산…과시형 소비 경향도 한몫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잇단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눈총을 샀던 루이뷔통, 샤넬, 에르메스 등 주요 명품업체들이 지난해 눈부신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의 영향으로 '보복 소비' 추세가 확산한 데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중시하는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까지 명품 소비 대열에 가세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허영심 또는 과시욕으로 인해 가격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인 '베블렌 효과'가 사치품 소비 증가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보복 소비' 열풍에 '에루샤' 매출 날았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샤넬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조2천238억원으로 전년(9천296억원)보다 3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천490억원으로 전년(1천491억원) 대비 67%나 급증했다.
루이뷔통코리아의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40% 늘어난 1조4천681억원으로 집계됐고, 영업이익은 3천19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가장 가격이 비싼 에르메스도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달성했다. 에르메스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5천275억원, 영업이익은 1천704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6%, 28% 늘었다.
이른바 '3대 명품'으로 일컬어지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뷔통·샤넬을 합쳐 부르는 말)의 합산 매출이 3조원을 넘어선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다른 고가품 브랜드들의 실적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디올의 지난해 매출은 6천139억원으로 전년보다 87%, 영업이익은 2천115억원으로 102% 성장했다. 불가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48% 늘어난 2천722억원이었다.
이런 호실적은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지난해 제품 가격을 여러 차례 인상한 가운데 달성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루이뷔통은 지난해 5차례, 샤넬은 4차례나 가격을 올렸다. 가격 인상이 소비자들의 명품 구매 욕구를 꺾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빈번한 가격 인상은 '샤넬은 오늘 사는 것이 가장 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보복 소비' 트렌드가 명품 브랜드 실적을 견인한 가장 큰 요인으로 보고 있다.
해외 여행길이 막히자 여행 자금을 명품 소비로 돌리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또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의 명품 사랑도 한몫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팬데믹 사태로 해외여행에 쓰던 분기당 9조원대의 자금이 2020년 2분기부터 3조원 밑으로 떨어졌다"며 "남은 6조원이 국내 소비, 특히 명품 등 사치재 소비에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구매력 있는 중장년층이 명품 소비의 주체였지만 지금은 MZ세대라는 새로운 소비 주체가 등장하면서 명품 소비의 한 축을 담당했다"며 "MZ세대의 '플렉스 소비' 추세가 확산하면서 잇단 가격 인상에도 명품 업체 매출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 번 돈 대부분 해외 본사로 송금…한국사회 기여는 낮아
해외 명품업체들은 한국 시장에서 큰돈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한국 사회에 대한 기여도는 높지 않다.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을 배당 등을 통해 해외 본사로 송금하고, 국내 기부금 지출액은 '쥐꼬리' 수준이다.
삼성과 현대차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 현지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유한회사인 루이뷔통코리아, 샤넬코리아는 지분의 100%를 프랑스 또는 룩셈부르크에 있는 본사가 소유하고 있어 고액의 배당금이 모두 해외 본사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다.
 
역시 유한회사인 에르메스코리아는 서류상 본사는 서울이지만 '에르메스트래블리테일아시아 Pte Ltd'란 이름의 싱가포르 법인이 회사의 유일사원으로 등재돼 있다.
루이뷔통코리아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69%에 달하는 1천560억원을 배당에 할애했고, 에르메스코리아는 76%인 960억원을 배당했다. 샤넬코리아의 배당액은 당기순이익의 39%에 해당하는 690억원이었다.
반면 기업의 사회공헌도를 가늠할 수 있는 기부는 한 푼도 하지 않거나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
가장 이익 규모가 큰 루이뷔통코리아는 2020년과 마찬가지로 지난해에도 기부를 한 푼도 하지 않았고, 에르메스코리아는 매출액 대비 비율이 0.085%에 불과한 4억5천835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샤넬코리아의 기부액은 7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율이 0.057%였다.
샤넬코리아는 매장에서의 화려한 이미지와는 달리 직원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 논란까지 불거지며 노동조합이 근로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 진출한 명품업체들은 아무리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들이 줄 서서 사니 굳이 사회공헌 활동에 큰돈을 쓸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라며 "한국은 '베블렌 효과'가 뚜렷한 소비 시장"이라고 말했다.
passi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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