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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이 년이 중요해

“엄마, 이 년이 너무 중요해!” 함께 외출했다 돌아오는데, 문 앞에서 대학 2학년 큰아들이 심각한 얼굴로 말한다. What? 누가 중요하다고? 여자가 생긴겨? 근데 욕은 왜 하세요, 아드님? 마음이 엄청 복잡해지는 순간, 아이가 다시 진지하게 말한다. “엄마, 디쓰 이어는 나한테 너무 중요해요.” 아, This Year! 올해를 이 년이라고 말씀하신 것이었다.  
 
이 분, 어려서도 친구 여섯 개 와도 되냐, ‘장남’이 안 떠올라 동생한테 내가 ‘양반’인데 왜 내 말을 안듣냐, 이래서 우리를 웃게 하던 아이였다. 성장해 목사가 되어서도 교회 달력을 가져오랬더니, 주시는 분에게 ‘달걀’ 두 개를 달라고 해서 그분을 어리둥절하게 하기도 했다. 다행히 요즘은 간단하게나마 한국어로 설교까지 한다니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지난 토요일, 동북부 한국학교 연합회 주관 ‘나의 꿈 말하기 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열 한명의 귀여운 2세들이 열심히 준비한 한국어로 자신의 꿈에 대해 말하는 데, 너무너무 사랑스러웠다. 무엇보다 팬데믹 기간 동안 자신의 꿈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들이 놀라웠다. 코로나로 고생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드리면서 요리사가 되고 싶어진 어린이, 갑자기 많아진 시간에 삼백장 넘는 그림을 그리다 웹툰 작가의 꿈을 꾸게 된 학생,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바닷속을 청소하는 문어 로봇을 만들고 싶은 학생, 우울해 하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여 개그우먼이 되고 싶어진 어린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시를 쓰고 싶어진 학생, 흙빵을 먹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위한 의료선교사가 되고 싶다는 어린이 등을 보면서, 참 기특하고 감사했다. 부모님 강추‘유망’ 직업이 아니라, 자신도 행복해지고 남도 행복하게 만드는 꿈을 꾸는 아이들이 늘어난 것 같아서이다.
 
요즘 1.5세, 2세 학부모가 늘어났지만, 아직 아이는 영어로, 부모는 한국어로 소통하는 가정도 많다. 교사 시절, 수업 중에도 수없이 달려가 해야 했던 것이 ‘통역’이었다. 상담 현장에서 언어 장벽은 더 절망스럽다. 말이 통해도 대화가 힘든 시기 사춘기 자녀와, 언어 장벽으로 마음의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한인 가정들을 보면 막막했다. 마음속 깊은 말을, 바로 옆 부모를 안 쳐다보고 나를 통해 해야 하는 아이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아이들의 말을 나를 통해 한국어로 전해 들으면서, 그 부모들은 또 얼마나 더 힘들었겠는지.
 


사실 1세 부모가 영어를 배우는 것보다, 아이들이 한국어를 하도록 키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약간 더 쉽다. 한국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케이 팝 등을 보며 자란 2세들은 한국어가 아주 자연스럽다. ‘이 년’이 중요하셨던 큰 아드님이 한국어 의지에 불타 ‘모래시계’를 열심히 보시더니 잠시 조폭 언어를 구사하셨던 것은 그저 부작용일 뿐이다.  
 
부모, 조부모와의 소통뿐 아니라, 훗날 직업경쟁력까지 확실히 도와줄 한국어를 결사적으로 가르칠 일이다. 지난주 네 살이 된 엘레노어는, 청새치라는 물고기도, 여치라는 곤충도 안다. 집에서 한국어만 쓰고 한국 동화책을 많이 읽어서다. 한편,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주나 성인 자녀와 더 잘 소통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도 내 영어 북클럽에서 열심히 영어로 책을 읽으시는 1세 부모님들도 계시다.  2022, ‘이 년’부터라도 우리 모두 소통을 위해 힘써 홧팅해 볼 일이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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