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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삶] 봄이 좋냐?

간절하면 가 닿으리/ 너는 내 생각의 끝에 아슬아슬 서 있으니/ 열렬한 것들은 다 꽃이 되리/ 이 세상을 다 삼키고/ 이 세상 끝에 새로 핀/ 꽃 한 송이
 
-김용택 시인의 ‘꽃 한 송이’ 전문
 
 
 
한국에 있는 친구가 웃어보라며 노래 하나를 보내 왔다. 10cm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가수의 ‘봄이 좋냐?’라는 노래인데 가락이 산뜻하고 경쾌하다. 그런데 가사를 보니 크크크 웃음이 나면서도 왠지 맘이 짠하다.  
 
“꽃이 언제 피는지 그딴 게 뭐가 중요한데/ 날씨가 언제 풀리는지 그딴 거 알면 뭐할 건데/ 추울 땐 춥다고 붙어 있고/ 더우면 덥다고 니네 진짜 이상해/ (…)봄이 그렇게도 좋냐 멍청이들아/ 벚꽃이 그렇게도 예쁘디 바보들아/ 결국 꽃잎은 떨어지지 니네도 떨어져라/ 몽땅 망해라”
 
애인 없는 청춘이 사랑에 취해 봄을 맞고 있는 친구들을 보고 공연히 심사가 뒤틀린 것 같다. 환한 봄날 혼밥을 하고 혼놀을 해야 하다 보니 팔을 끼고 벚꽃 아래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거니는 친구들이 부럽고 질투가 나기도 했나 보다.  
 
혼밥이니 혼놀이니 하는 말들에 익숙하게 된 지도 오래다. 이건 애인 없는 젊은이만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만 아무래도 한창 좋은 청춘의 시기에 혼자여야 한다는 건 쓸쓸한 일이다. 모두 애인이 있어 행복해 보이고 환한 꽃 무리를 보니 더 외로워져 봄에다 대고 괜한 몽니를 부리는 것 같다.  
 
봄은 대지의 모공이 열리는 때이다. 피어나는 꽃그늘 아래 앉아 사랑의 환희를 노래하고 불어오는 미풍에 머리칼을 날리며 생명의 충만한 기운을 느끼기도 한다. 봄은 누가 뭐래도 시작의 기쁨이고 밝고 환한 계절이다.
 
좀체 가슴 뛰는 일이 없는 이즈음 나는 푸석하던 마음이 들뜨기 시작한다. 피어나는 꽃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전에 없이 새롭다. 수선화가 옹알이하며 피어날 때, 벚꽃이 만개한 공원, 현기증이 나도록 노래진 개나리 울타리를 지나갈 때 가슴이 후끈하다.
 
봄이 좋다. 그냥 좋다. 그런데 ‘봄이 좋냐?’라는 노래를 듣다 보니 이 눈부심이, 이 환함이 미워지는 청춘도 있겠구나 생각된다. 모두 들떠 봄을 찬미하고 짝을 지어 다니는데 무슨 이유에서건 혼자인 사람이라면 “아무 문제 없는데 나는 왜 안 생기는 건데/ 봄이 좋냐 이 멍청이들아”라며 푸념을 하게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푸념이라곤 해도 이들에겐 예전 사람들처럼 한이 없다. 아픔도 재치 있게 받아넘기고 상처도 유머로 싸맨다. 이별의 고통도 하나의 다른 장르처럼 산뜻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슬픔도 로맨틱한 리듬이 실리면 가벼워진다. 질투심도 멋진 가락에 맞춰 노래하면 말의 격함이 사라지고 공감도가 높은 소통의 언어가 될 수 있다.
 
“망해라” 라는 구절을 “잘돼라”는 응원처럼 듣고 싶다. 망하라는 말의 독소를 거둬내면 외로움이 투명하게 보인다. 외로움은 다소 위험한 구석이 있다. 방치하면 외로움의 방에 갇혀 점점 더 고립된다.
 
 봄꽃이 한창이다. 대지가 심장 뛰는 소리로 가득하다. 혼자이거나 둘이거나 모두 행복할 이유가 있다. 사랑을 얻었거나 잃었거나 상관없이 눈부실 권리가 있다. 봄이잖은가.  
 
이 봄 혼자인 당신도 애인이 생겼으면 좋겠다. 간절함이 가 닿았으면 좋겠다. 열렬한 것은 다 꽃이 되듯 당신의 사랑도 꽃 한 송이 곱게 피워냈으면 좋겠다.

조성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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