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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한국인 의용군 3명과 키이우로 떠난 미국 음모론자

우크라이나를 인생 도피처로 삼은 외로운 헬기 조종사 스마트폰 지도 보여주며 마을 탈환 요구…대혼란에 택시 타고 복귀

[우크라 침공] 한국인 의용군 3명과 키이우로 떠난 미국 음모론자
우크라이나를 인생 도피처로 삼은 외로운 헬기 조종사
스마트폰 지도 보여주며 마을 탈환 요구…대혼란에 택시 타고 복귀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음모론에 빠져 가족·친구와도 멀어진 미국인 헬기 조종사 데이비드 킹(41)에게 우크라이나는 생의 막다른 지점에 등장한 탈출구였다.
그러나 한국인 의용군 3명 등과 함께 키이우로 달려간 그가 마주한 것은 목숨까지 던질 의미가 있는 전쟁터가 아니라 무질서한 현장이었다. 그는 택시를 잡아타고 도로 국경을 빠져나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온라인판에 게재한 기사에서 폴란드 국경마을 코르쵸바의 한 호텔에서 만난 킹과 같은 국제 의용군들의 상황을 전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킹이 우크라이나 여성·아이들의 사진을 보고선 돕고 싶어졌다고 말하지만 사실 인도주의적 동기만 있던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킹은 우크라이나 침공이 러시아, 이란, 터키의 이스라엘 정복 음모의 시작이고, 이는 성경에 나와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그는 16세에 아버지가 되고 이듬해 공군에 입대해 헬기 조종사 면허까지 땄지만, 누가 미국을 실제 지배하는지에 관한 '진실'을 쫓으면서 음모론에 빠졌고 가정과 일터에서 모두 문제가 생겼다.
2010년대 후반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상업용 조종사로 일하면서 돈을 잘 벌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어려움을 겪었고 귀국한 뒤에는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수준이 됐다.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올해 초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고 느끼고선 차를 끌고 이곳 저곳 돌아다녔고 처음으로 손녀를 만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에 관심이 생긴 것은 그 때였다. 드디어 싸울 가치가 있고 죽을 이유가 있을 수도 있는 기회를 찾은 것이다. 그는 3월 초 은행 계좌 등을 정리하고 폴란드를 거쳐 야보리우 훈련장으로 떠났다.
그는 도착 이틀째에 의용군들이 러시아의 보급망을 공격하기 위해 키이우로 가게 될 것이란 얘기를 듣고 다른 자원자들의 지원 동기와 보유 기술을 감안해 팀을 꾸렸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킹이 군사적으로는 상당히 합리적이고 신중하다는 점이 놀라웠다고 평가했다.
킹은 한국인 3명(전투병), 텍사스 출신 전직 해병대원, 프랑스 외인부대원(포병), 영국인 도로 폭파 전문가 2명, 절도죄로 복역한 미국인 1명과 함께 버스에 올랐다.
이들이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야보리우 기지에는 순항미사일 공격이 쏟아졌다.
킹은 키이우에 도착하자마자 임무가 거짓임을 깨달았다고 이코노미스트지에 말했다. 의용군들은 모두 보병이라고 했다.
그들은 불 꺼진 호텔 9층으로 안내됐고 죽 한 그릇과 피투성이 방탄복을 지급받았다. 이 옷을 입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까 의문이 생겼다.
이어 러시아군이 점령한 북쪽 마을을 되찾아오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아무도 적의 상태나 전략에 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
킹은 "러시아군이 점령한 마을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보여주고선 20명한테 가서 되찾아오라고 해선 안된다"라고 말했다.
결국 그는 택시를 타고 서부 리비우로 간 뒤, 인도주의 단체 사람들과 함께 차를 얻어타고 폴란드로 빠져나왔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역시 코르쵸바에서 만난 텍사스 출신 해병대원도 전선이 무질서하다고 인정했지만 그 이유에 관해선 다른 해석을 내놨다고 말했다.
의용군에 러시아인이 포함돼있다는 의심 때문에 정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뢰를 얻으려면 러시아군을 죽이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비디오게임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서양인들은 정보, 물류, 계획, 훈련, 계획 등에 익숙하지만 여기는 기다리다가 때가 되면 장전하고 나가서 싸운다는 방식이라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바르샤바로 간 킹은 미국행 비행기표를 살 돈을 모금하려는 참이다. 자신이 다시 가정을 꾸릴 수 있을지 확인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이제는 교황이 귀신 들린 사탄 숭배자라는 새로운 음모론에 빠져들었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전했다.
mercie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최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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