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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군맹무상<群盲撫象>의 암호화폐

김병일 경제부장

김병일 경제부장

열반경에 나오는 우화다. 인도의 경면왕은 어느 날 앞을 못 보는 사람들에게 코끼리라는 동물의 생김새를 가르쳐주기 위해 궁궐로 모이게 했다. 왕은 이들에게 코끼리를 만져보게 한 뒤 그들의 생각을 물었다. 그러자 상아를 먼저 만져 본 이는 “무와 같습니다”라고 답했고 귀를 만져본 자는 “키와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머리를 만져본 자는 “돌과 같습니다”라고 표현했고 코를 만져본 이는 “절굿공이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각자 자신들이 만져본 코끼리의 부위만을 가지고 코끼리라는 동물을 상상한 것이다.
 
전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만으로 특정 사물이나 현상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어설픈 사람을 일컫는 고사성어, 군맹무상(群盲撫象)이 여기서 나왔다.
 
현재 암호화폐(또는 가상화폐)를 대하는 세계 각국이, 그리고 각 개인들이 바로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한편에선 부귀영화를 가져다 준(또는 가져다 줄) 복덩이로 보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폭망하는, 절대 가까이해서는 안될 허상이라고 주장한다.
 
어느 나라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모든 거래를 차단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국가 공식 화폐로 인정해 사용하기도 한다.
 
하루하루 벌어 먹고사는 필부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뭐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어떻게 보면 허깨비에 사람들이 홀려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미래의 필수품을 미처 알아보지 못하는 인식의 한계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개인적인 판단 여부를 떠나 암호화폐는 결국 세계 각국이 인정하고 모든 사람이 사용하고 거래하는 자산의 하나, 즉 법정 화폐로 자리잡을 것 같다는 느낌이 최근 강하게 다가온다.
 
그 이유는 암호화폐를 공식화하려는, 즉 제도권에 포함시키려는 작업이 일반 투자자는 물론이고 금융기관, 더 나아가 정부까지 나서는 등 전방위에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움직임들을 살펴보자. 미국과 영국은 가상화폐를 금융당국의 규제권에 편입시키려 하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이 급성장하자 투자자 보호와 함께 시장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다.
 
개리 겐슬러 연방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은 4일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을 거래소로 당국에 등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재무부 장관이 정부 차원에서 가상화폐 시장을 이끌기 위한 NFT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으며 디지털 자산을 규제 범주로 끌고 오기 위한 여러 단계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 차기 대통령 당선인이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 및 디지털산업 진흥청 설립, 국내 코인발행(ICO) 허용과 IEO 도입, NFT 거래 활성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이전보다 훨씬 잰걸음으로 가상화폐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금융기관들의 움직임도 눈여겨볼 만하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3월 21일부터 가상화폐 금융서비스 회사인 갤럭시디지털과 손잡고 비트코인 가격에 연동된 파생상품인 ‘비트코인 차액결제옵션’ 거래를 시작했다. 이는 월스트리트 기관투자자들의 가상화폐 시장 진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주목할 만한 사례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같은 날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가 가상화폐 펀드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나왔다.
 
여러 산업 분야의 기업들이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것도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전국 최대 영화관 체인 AMC는 비트코인 결제를 연내 시작하겠다는 입장이고 핀테크 기업 페이팔과 스퀘어도 가맹점에서의 가상화폐 사용을 허용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 역시 비트코인 결제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시간이 갈수록 이런 추세는 더 확산할 전망이다. 아마존은 최근 디지털 통화와 블록체인 분야에서 인재를 끌어 모으고 있고 전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 역시 가상화폐 전문가를 뽑고 있다.
 
내가 잘 모른다고 거부하거나 배척하는 것은 어리석다.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알아나가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최소한 사기로 인한 피해는 막을 수 있고 독자들에게도 제대로 된 정보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병일 / 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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