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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낱말 속 이야기

 이야기 속에는 수많은 낱말이 가득하다. 그것들을 하나씩 만나면서 우리는 셀 수 없이 많은 생각과 사건과 영상 등을 대면한다. 단어 하나에 읽는 사람의 숫자만큼 많은 사연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것들은 만나고 헤어지며 사람들 사이에 자리 잡아 기쁨도 되고 슬픔도 되고 즐거움도 되고 무서워하는 무엇이 되기도 한다. 그 마을의 전설을 품고 그 나라의 역사를 품는다. 하나의 낱말은 하늘을 갖기도 하고 강물의 흐름을 담기도 하고 들판의 곡식을 들어내기도 하고 숲속에 숨어있는 아름다운 새들의 노랫소리로 들려지기도 한다. 세상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 엮이고 엮여서 우리 사이에, 우리 눈앞에서 싹이 나고 잎이 자라고 꽃을 피워내는 씨앗이 된다.
 
비 갠 아침 같은 상쾌함을 전하는 말이 있고 우울함을 전하는 말이 있다. 어떤 말은 만나고 싶고 어떤 말은 만나기 싫은 것이 있다. “그 말은 나에게 행복감을 주고 있어”라는 것이 있고 혹은 “그 말이 나에게 상처를 일깨워 주네”라는 것이 있다. 어감이라고 표현되는 언어가 주는 분위기를 매일 느끼며 우리는 수많은 이야기를 읽어낸다. 누구에게나 편안함과 고향 공기 같은 ‘어머니’라는 말이 있고 참으로 많은 그리움의 영상을 선사하는 ‘첫사랑’이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아련하게 가진 ‘고향’이라는 말은 고산준령 산맥 위를 맴돌기도 하고 곡식 익는 넓은 들판을 펼쳐내기도 하고 갈매기 오락가락하는 바닷가 파도 소리를 되살리기도 한다. 어떤 이에게는 갈 수 없는 곳을 향한 한 맺힌 소원이기도 하고 복잡한 도심의 큰 건물 가득한 거리를 떠올리게도 한다. 똑같은 낱말이 만나는 각 사람의 여정에 따라 여러 가지 색깔과 모양으로 이야기를 끌어내고 각 사람의 감정을 만지고 있다.
 
가끔 글쓰기를 원하는 사람 중에 무엇을 쓸까 하며 글감 찾기에 골몰하며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다. 이야기 속에 또 많은 이야기를 가진 수많은 낱말을 앞에 두고도 찾아내지 못하고 어려워한다. ‘마술학교’라는 제법 많은 이야기를 풀어낼 것 같은 단어에서 정말로  많은 이야기를 끌어내어 엄청난 이야기책을 엮어낸 평범했던 아이 엄마도 있다. 신문이나 잡지에 많이 실리는 낱말 찾기를 풀어가다 보면 무심히 쓰던 어떤 말이 “아! 이 낱말이 이런 뜻이었고 이런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이었구나” 놀랄 때가 있다.
 
그러고 나서 그 말은 새삼스럽게 다가오고 머리에 새겨지고 또 더하여 새로운 이야기가 덧붙여지는 재미있는 말이 되어 마음에 남는다.
 
평범했던 말이 어느 특별한 사람에 의해 특별한 말이 된다. 평범치 않은 말이 되어 이야기를 탄생시키고 우리 삶에 윤택함을 더한다. ‘빗소리’라는 그다지 즐거워 보이지 않는 말도 어떤 자리에 보기 좋게 놓아둠으로 각별한 감성을 끌어내는 어감 좋은 말로 탈바꿈하게 하는 작가의 노력은 그래서 값진 것이 된다. 평범했던 어떤 이름이 분홍빛 이야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이 되기도 한다. 추억의 어떤 이름과 같은 이름을 가진 이유로 그저 지나쳐가는 사람이 다른 인연의 별다른 관계가 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의 이름이 나에게 좋은 느낌을 주면 그것은 좋은 결과이다. 자기의 이름이 타인에게 어떤 느낌으로 남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방송불가’ 언어라는 것이 있다. 부정적 이야기나 불쾌한 이야기가 뒤따라 오기 때문이다. 들으면 긍정적 이야기나 마음이 흐뭇해지는 이야기가 떠오르는 말은 모든 사람이 듣기 좋아하는 ‘방송 권장’ 언어라고 볼 수 있다. 이야기의 홍수 속에 살면서 그렇게 쏟아지는 많은 낱말을 만나보며 유쾌한 날씨로 이끄는 삶 속에 권장언어를 찾아 여행을 떠나본다. 낱말 속 이야기가 주는 유혹이다.

안성남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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